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랭크 라뤼 기자회견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랭크 라뤼 기자회견문>
2010.5.17
서울 프레스센터
* 번역 : 유엔인권정책센터(KOCUN)
저는 2010년 5월 6일부터 17일까지 정부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서울과 광주에 다녀왔습니다. 본 방문에 앞서 저는 2009년 10월에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한국의 인터넷 보급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항시적인 초대에 기한 한국 정부의 초청과 더불어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보급된 한국의 표현의 자유 실태를 조사하고, 저의 전임자가 15년 전에 방문한 이래 한국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준 대한민국 정부에 감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함에 있어 표현의 자유가 누리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번 방문 동안 대통령은 물론 국무총리 또는 장관급 인사와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은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울러 이번 방문이 공식방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요청한 검찰총장 및 국정원 관계자와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이것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유엔 인권이사회로부터 위임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방문이었다는 사안의 중대성 때문입니다. 저는 이 주제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과의 만남도 환영하지만, 정부가 정책입안을 위한 의사결정권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여 인권과 표현의 자유의 실현을 위한 정치적 헌신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차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들과의 합동 면담이 성사되지 않은 점 또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일에 걸친 저의 한국 방문은 매우 알차고 광범위했으며, 16개 국가기관과 면담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국무총리실 사무처장, 외교통상부 차관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면담했고, 법무부,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국방부, 경찰청 관계자와도 만남을 가졌습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 대법원, 선거관리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들과 여러 국회의원을 만났습니다. 또한 서울구치소를 방문하여 표현의 자유 관련 수감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방문을 가능하게 해준 한국정부에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이번 방문기간 동안 저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년 전인 1980년 5월 한국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망월동 국립 묘지에 다녀왔습니다. 광주에서 저는 국세청, 광주시청, 그리고 5.18기념재단 관계자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서울과 광주에서 인권 단체, 언론인, 작가회의, 노동조합, 학계, 여성 단체, 대한변호사협회 등 시민사회단체의 대표들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합법적으로 행사하다가 민형사상의 기소를 당한 개인들과의 면담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기자회견에서는 분량상의 제약 때문에 제가 가장 우려스럽게 생각하는 몇 가지 사례만을 언급하겠습니다. 그 전에 이번 방문에서 장소 제공 등 여러 가지 협조를 아끼지 않은 유엔난민최고대표 한국사무소에도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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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에 걸친 군사 독재정권 이후 한국은 1987년 다당제로 복귀하여 많은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이제 한국은OECD 회원국으로서 주요한 경제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올해 G20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인권이사회의 회원으로서 국제적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함과 동시에 개인 청원을 허용하는 다수의 국제인권조약들을 비준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은 헌법 제 21조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등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다른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매개로서, 민주사회의 기본적인 정의와 책임 그리고 투명성을 보장합니다. 인권을 존중하는 것, 특히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은 어느 국가에서나 민주주의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 2년간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된 한국의 상황을 매우 염려하는 바입니다. 이러한 상황의 주된 요인은 기존의 법을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국제적인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서는 경제와 기술적 우위만이 아닌 인권의 존중을 통한 진정한 민주주의 통치모델에 대한 헌신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의사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논의가 고도로 정치화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번 방문 동안 계속 강조하듯이, 인권은 정의와 마찬가지로 이데올로기가 존재하지 않는 가치입니다. 인권은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초월하는 개념이며 이에 대한 존중은 한 국가 내에서 모든 국민들의 공통된 열망이 되어야 합니다.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규제되지 않고” “해로운” 표현에 대한 우려와 관련하여 말씀드리자면, 국제인권법은 표현의 자유 행사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더불어 특수한 경우 이러한 자유가 제한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은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ICCPR) 제 19조 3항 및 제20조 2항에 부합하여야 합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첫째, 명확하게 법으로 규정되어야 하고, 둘째, 이러한 제한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에 꼭 필요한 것이어야 하고 그러한 목적이 보호되었을 때 가져오는 효과가 예상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이러한 표현의 자유의 제한이 달성하려는 목적에 합당해야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이 어떠하든 표현의 자유에 관한 기소건수가 증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 위축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싶습니다.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한국은 그 지역, 나아가 전 세계에서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80퍼센트 이상의 가구가 광대역의 빠른 인터넷망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국 “네티즌”의 적극적인 활동 수준과, 온라인 토론방에서 다양한 입장과 의견이 교류되는 등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온라인 문화의 출현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인터넷은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전달하는 권리를 실현하는 데에는 물론 사회 변화를 촉진하는 데 필수적인 수단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최근 2년 간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과 형사 기소가 증가하고 있음이 매우 염려 되는 바이며, 이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허위 정보유포 금지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인터넷에 ”허위의 통신”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수십 년간 적용된 바 없으나 지난해 1월 “미네르바”로 알려진 블로거 박대성씨가 경제위기를 예측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난하는 온라인 게시물을 올린 후 이 조항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그는 “한국의 외환 시장에 악영향을 끼침으로써 공공복리에 피해를 입힌 허위의 정보를 인터넷에 올렸다”는 이유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는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하였고, 헌법재판소에서 이 조항의 합헌성을 판단하는 동안 재판이 보류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 사건과 관련하여 우려하는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허위의 통신” 이나 “공공복리”와 같은 개념들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아 표현의 자유 행사에 과도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어떤 의견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단지 그 의견을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누구도 기소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허위이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비례하지 않는 제한을 가하는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저는 언론이 금융기관들을 조사하고 비판하는 데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면 세계금융위기가 완화되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한국정부에 이 법률 조항의 삭제를 권고합니다.
인터넷 정보의 삭제를 위한 임의적 절차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해 공중에 공개된 정보에 의해 자신의 사생활이나 명예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에게 즉시 그 정보를 삭제하거나 최대 30일간 임시로 접근을 차단하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08년에 설립되었으며 민간독립기구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이 기구는 음란, 명예훼손, 국가안보 위협 등 다양한 기준으로 인터넷 컨텐츠를 평가하고 있으며, 인터넷서비스제공자들과 게시판 운영자들에게 게시물 삭제 등의 시정조치에 따를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서비스를 정지하는 행정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서비스제공자가 시정요구에 따르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 역주: 여기서 서비스 정지 명령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의 오기로 보입니다.
저는 인터넷 상의 정보가 다른 이의 권리 또는 명예를 침해하는지 여부, 혹은 다른 허용되지 않는 행위로 인정되는지 여부를 가릴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 염려스럽습니다. 아울러 인터넷서비스제공자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지고 있는 점도 우려가 됩니다. 더욱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본질적으로 검열기구로서 기능하고 있고, 불투명한 절차 속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정보가 프라이버시 침해나 명예훼손이라는 이유에서 삭제될 위험이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설립 이후 명예훼손을 이유로 2,000건 이상의 게시물이 삭제되었고, 1,500건 이상의 게시물이 국가보안법 위반을 이유로 삭제되었습니다.
또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은 인터넷에서 삭제하거나 검열이 가능한 정보의 종류를 나열하고 있습니다. 이 목록은 광범위한 범죄를 아우르고 있는데, 문제의 소지가 있는 업무방해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부에 편파적이라고 생각되는 세 개 신문에 광고를 게재한 회사의 목록을 인터넷에 올린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24명의 사례에서 그 문제점을 볼 수 있습니다. 위 법률 제 44조의 7을 근거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운동을 지지하는 주장을 담은 58개의 게시물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였고, 관련된 몇몇 개인은 구속되거나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 역주 : 44조의7 과 44조의 7항인지 여부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또 하나의 사례는, 특정 기업들이 사용하는 시멘트가 발암물질이 있는 전자 폐기물을 이용하였다고 폭로하는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린 최병성 목사의 사건입니다. 이 글로 인해 국회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감사원 감사가 청구되었으며 그 결과 안전 기준이 개선되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시멘트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에서 삭제를 요구했습니다. 이 사례의 경우, 공익과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가 특정 기업의 명예를 보호하는 것보다 더 중시되었어야 했습니다. 저는 또한 공익에 해당하는 다른 유형의 온라인 정보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해 삭제를 요구당한 사례들도 알고 있습니다.
국가는 결코 그런 문제에서의 책임을 민간기구에 위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어떤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임시 차단되는지에 대한 지침과 결정은 독립적인 국가기관이 내려야 합니다.
인터넷 실명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하루 방문자 수가 10만 명 이상인 사이트에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실명 확인을 해야 합니다. 공직선거법 또한 선거 전에 온라인 신문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전에는 가입을 하고 실명을 확인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허위사실유포나 비방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이것은 공적 토론이 필수적인 선거 기간 동안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습니다.
2004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인터넷 실명제가 “명백한 사전검열에 해당하며, 익명성에서 기인하는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공적 여론형성의 권리를 제한하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결정하였습니다.
2007년 7월부터 실명제의 세부적인 사항들이 바뀌어 왔지만, 저는 인터넷 실명제가 사생활권은 물론 개인의 표현의 자유, 특히 정부에 대한 비판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염려됩니다. 인터넷 범죄에 대한 우려에 타당한 점이 있고 정부는 그런 범죄자들을 밝혀낼 책임이 있지만, 저는 정부가 사전적 요구보다 범죄가 일어난 후에 다른 수단을 이용해서 범죄자를 밝혀냄으로써 인권 침해를 최소화할 것을 권고합니다.
명예훼손
한국에서 명예훼손은 형법상 범죄이며 민법상 불법행위입니다.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상 기소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민사상 명예훼손 소송의 제기와 형사상 고소만으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엄청난 위축효과를 낳습니다.
이번 방문 기간 동안, 명예훼손과 관련한 많은 사건들이 저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 중 네 명의 담당피디와 한 명의 작가가 연루된 문화방송(MBC)의 피디수첩 사건도 포함됩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하고 수입협상을 주도한 정부 관료에 대해 비판을 다룬 결과2009년 농림수산부 관료로부터 이들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해 체포되었습니다. 2010년 1월 서울중앙지법은 이들에 대한 무죄판결을 내렸지만 검찰 측의 항소로 인해서 사건은 현재 항소심에 계류 중입니다.
또 다른 사례는 NGO 대표인 박원순씨가 한 인터뷰에서 국가정보원이 시민사회단체를 후원하는 기업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혀 “국가” 명예 훼손을 이유로 고소된 경우입니다. 이는 “국가”가 원고가 되어 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전례없는 사건입니다.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ICCPR) 제 19조 3항에 적시되었듯이, 타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필요성과 비례성 원칙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의도적으로 허위내용이 포함된 표현을 통해 타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경우여야 합니다. 둘째, 공공기관 그리고 입법, 행정, 사법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공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는 명예훼손을 제기하는 원고가 될 수 없습니다. 공공기관에 대한 시민의 철저한 조사는 늘 수반되어야 하며, 이는 어느 민주체제에서나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셋째, 국가는 명예훼손을 형사법에서 삭제해야 합니다. 지나친 형사 처벌, 특히 구금의 경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명예훼손에 대한 적절한 비형사적 조치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형사적 처벌은 더욱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비형사적 조치로는 사과문 발송, 정정 및 반론보도, 명예훼손임을 인정하는 여하한 형태의 출판물 발행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한국정부에 형사법에서 명예훼손죄를 없애고 비판에 대한 관용을 증진시킬 것을 권고하는 바입니다. 또한 당사자가 아닌 제 3자 혹은 국가가 명예훼손을 제기하는 원고가 될 수 없음을 강조하는 바입니다.
집회의 자유
집회의 자유는 평화적 집회를 통해 집단적 의사를 표현할 권리를 말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명백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집회에 대한 사전 신고제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회는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어 교통방해나 폭력의 개연성을 이유로 금지되거나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저는 2009년 6월 전(前)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정부는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를 보호하며 불법적이고 폭력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집회시위에 한해 이를 금지한다 그러나 어떤 특정한 시위가 격렬해지고 그로 인해 폭력이 발생하기 전에 시위를 진압하는 행위는 정부가 기본적인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이라고 발언한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서울광장 및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포함하여 집회를 열고자 할 때에는 서울시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경찰의 조치에 따라야 합니다. 저는 2008년 촛불집회 이후로 서울광장에서 집회가 허락된 적은 우연하게도 제가 방문하는 기간 동안의 단 한 건이 유일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일몰 후 일몰 전 집회를 금지했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환영합니다. 이에 따라 국회는 2010년 6월까지 해당 법을 개정하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저는 경찰청이 진압경찰들의 과잉 폭력 혐의 조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만 그들의 신분을 확인할 만한 명찰, 고유번호 혹은 기타 신분을 나타내는 정보가 진압경찰의 제복에 표시되어 있지 않은 점으로 인해 이들의 과잉 폭력에 대한 조사 및 기소가 어려운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저는 또한 경찰들이 배지를 착용하지 않음으로 인해 어떠한 징계의 대상이 되지 않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정부가 어떠한 형태로든 집회 중 인식표기를 통해 이들에 대한 처벌면제를 방지할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선거 전 표현의 자유
공직선거법 제93조는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정 정당 혹은 후보자 지지 혹은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사진, 문서, 도화 및 각종 인쇄물을 배부 또는 게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공직선거법 제58조에 따르면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허용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2010년 4월 26일 선거관리위원회는 NGO, 종교단체를 포함한 단체들이 선거의 주요쟁점에 관한 홍보물이나 포스터, 사진 및 문서 등을 게시하거나 배부하는 것을 금지하는 “단체들의 선거쟁점 관련 활동방법 안내”라는 제목의 지침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비정부기구나 종교단체들은 4대강 사업이나 무상급식과 같은 중요한 선거 쟁점과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고 집회활동을 하는데 많은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이 지침이 공직선거법 조항들을 제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주요 선거쟁점과 정책들에 대한 원활한 소통을 제약할 수 있음을 우려하는 바입니다. 아울러 저는 이러한 활동들이 선거일로부터 6개월 전부터 금지되고 있는 사실과 더불어 *해마다 두 번의 선거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요한 정책에 관한 정보 전달이 1년 내내 금지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당혹스럽습니다.
*역주: 해마다 두 번의 선거가 있다고 가정할 때
국가보안법
저는 최근 천안함 사건을 비롯하여 한국이 직면한 안보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모든 국가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 국가안보와 관련한 법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과 의무를 가진다는 점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어떠한 국가보안법이라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가 명백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해야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국가보안법에 근거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검찰의 기소 횟수가 줄어든 점을 환영하는 한편 15년 전 저의 전임자를 비롯하여 유엔 자유권 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그 내용이 모호하여 오역될 소지가 있는 국가보안법 제 7조에 대한 개정을 권고한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국가보안법이 적용된 세 건의 사례 (박태훈, 김근태, 신학철)에서 사건 당사자들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밝혔고 더불어 또 다른 두 건의 사례들 (손종규, 강용주)에 대해서도 자유권 규약 제 19조에 위배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자유권위원회의 견해를 뒷받침할 만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이 모든 다섯 개 사건에 대한 논의는 언제든지 재개될 수 있습니다. 저는 한국정부가 자유권위원회의 견해를 이행함으로써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하는 자세를 취해줄 것을 희망합니다.
아울러 국가보안법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은 아니지만, 지난 2008년7월 국방부가 선동적이라는 이유로 23권의 서적을 금서 조치한 사건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싶습니다. 이에7명의 군법무관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그 결과 두 명이 군 내부 규정위반으로 파면되었습니다. 현재 이 사건은 행정법원과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입니다. 저는 정보접근권이 자신이 원하는 책을 읽을 자유를 포함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2009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과 같이 “한 인간으로서의 지위는 군인으로서의 지위에 우선”합니다. 금서조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반민주적인 행위입니다.
저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들은 진정으로 민주적이며 기본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임을 환기시키며, 한국의 국가안보정책이 인권존중을 바탕으로 이행될 것을 권하는 바입니다.
공영방송
한편 공영방송사들의 독립과 미디어의 다양성이 저해되는 징조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공영방송사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권이 교체됨에 따라 방송사의 사장 혹은 경영진이 함께 바뀌는 관례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임명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바입니다. 저는 여당에 의해 발의된 신문방송법(미디어법)이 2009년 7월 정상적인 숙의과정을 무시한 채 국회에서 채택되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 같은 입법이 대기업과 신문사, 해외 방송자본의 방송분야 진출을 허용하여 미디어의 다원성과 다양성의 원칙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바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2002년에 설립된 이후로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 내 인권의 증진과 보장을 위해 활발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저는 2004년과 2009년 사이 13건의 표현과 집회의 자유와 관련한 침해 사례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환영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저는 2010년 2월, 새로운 위원장이 선임된 이후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주요한 세 건의 사례에 대한 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법원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미뤄진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합니다. 앞서 말한 세건의 사례들은 MBC PD수첩에 대한 명예훼손기소사건, 야간집회 금지 그리고 박원순씨 사건 입니다. 제가 이해하기로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사건이 법원에 계류 중인 때에도 법원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인권위원회의 권한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인권위원회의 인권보호 증진을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감안하여, 앞으로 인권위가 좀 더 적극적으로 결정을 채택하기를 희망합니다.
더불어 인권위원회 임명절차 또한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하며, 국가인권기구국제조정위원회 승인 소위원회(Sub-Committee on Accreditation of the International Coordinating Committee of National Institutions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가 가장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인권위원회의 위원 임명절차는 후보들에 대한 자질평가나 채용과 관련하여 어떠한 형식적인 협의 혹은 시민사회의 참여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점을 주목했으면 합니다. 아울러 저는 강력하고 독립적인 인권위원회를 보장하기 위해 인권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위원을 선정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덧붙이는 바입니다.
공무원의 의사표현의 자유
저는 정부 관료, 공립학교 교사를 포함한 한국의 공무원들이 정치적으로 중립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에서 개인의 정치의사 표현이 금지되는 점을 우려스럽게 생각합니다. 중립성의 원칙에 근거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의사 표현에 제약을 받아서는 안되며, 특정 노조의 소속이든 아니든 특히 근무시간 이외의 의사표현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최종 정리
제가 한국방문 기간 동안 계속 언급한 바와 같이 저의 방문 목적은 한국의 인권상황을 다른 나라의 상황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현재 실태를 과거 상황과 비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국제인권기준은 한 국가의 인권이 진보했는지 후퇴했는지를 판단하는 척도입니다.
비록 한국의 인권상황은 1987년 이후 많은 진전이 이뤄냈지만 지난 2년간 인권에 대한 존중 특히 의사표현의 자유가 급속히 위축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한국정부와 건설적으로 협력하기를 희망하며, 제 수임사항에 따라 한국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국가방문 보고서는 2011년 6월 인권이사회에 제출될 예정입니다. 보고서에는 제가 일차적으로 조사한 내용에 대한 더욱 자세한 분석이 포함될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제가 출국한 이후에도 정부나 개인 또는 시민단체로부터의 추가적인 정보를 환영하는 바입니다.
분류 : 표현의 자유 | 성명/논평/보도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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