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k! Cyber
칼 럼
자 료 실
길라잡이
게 시 판
링 크

프린트 출력
메일로 보내기

우리 사회의 정보화가 자본과 국가 중심으로 미친듯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비판하고, 싸우고, 올바른 정보사회를 형성하기 위한 정보통신 운동 역시 함께 성장해왔습니다. 그 동안 많은 사건과 이에 대한 대응이 있었고, 그 과정 속에서 정보통신운동도 이론적, 조직적으로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전체 정보통신운동의 과정에 대해서 아직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반성된 바는 없는 듯 합니다. '정보화'에 대한 책은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정보통신운동'에 대한 책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현 시점에서 그동안의 정보통신운동을 기록하고, 정리하여 반성의 계기로 삼는 것은 향후 더 확장된 운동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정보운동 길라잡이에서는 현재까지의 정보통신운동에 대해서 정리하는 글을 1주일에 1편씩 연재하려고 합니다. 가능한 구체적이면서도 나름대로 올바른 관점을 갖고 바라볼 수 있도록 서술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연재가 끝나면 적절하게 첨삭, 편집하여 단행본으로 출판할 예정입니다. 물론 이 글도 완결된 글이 아니므로, 연재의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조언과 토론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글은 동아닷컴, 방송대 학보사와 네트워커에서 공동으로 연재됩니다)

전자주민카드와 전자지문의 문제점



지난 95년 4월 정부에서 주민등록증, 등초본, 인감, 지문, 운전면허증, 의료보험증, 국민연금 등 7개증명 41개 항목을 통합하는 전자주민카드제도의 시행계획을 발표한 이후 인권, 노동, 종교, 사회단체를 막라하는 '통합전자주민카드 시행반대와 프라이버시권 보호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구성되어 꾸준한 반대운동을 전개하였다. 그 결과로 시범실시 지역인 제주도의 제주시의회는 전자주민카드 관련 예산 10억원을 전액 삼각시켰고, 급기야 97년 7월 임시국회에서 전자주민카드 사업의 모체가 되는 주민등록법 개정안의 심의가 유보되는 결정이 내려졌다.

몇번의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같은 해 11월 정기국회에서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전격적으로 통과되어 충격을 던져 주었지만 직후에 진행된 대통령선거에서 당초 전자주민카드제도의 도입을 반대해 온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면서 전자주민카드의 시행은 철회된 듯 보였다. 그러던 것이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고나서도 행정자치부에 의해 다시 추진되면서 전자주민카드와 관련된 논쟁이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IMF 관리체제의 여파와 국민들의 거듭된 저항운동에 힘입어 정부는 99년 4월 주민등록법을 개정하여 전자주민카드 시행계획을 철회하였다. 또한, 본적지와 병역기록을 주민등록증 수록항목에서 삭제하고, 항시소지 의무조항을 폐지하는 등 몇가지 전향적인 초치를 취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조처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새 주민등록증에 전자지문을 채취하여 전자지문과 지문날인 거부의 국민적인 운동으로 불붓게 되었다. 99년 7월, 2000여명의 사회인사와 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지문날인 거부 선언을 시작으로 전개된 지문날인 거부운동은 지문날인제도의 위법성과 인권침해, 전자지문 채취에 대한 국가감시의 우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정부는 지문날인문제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 지문날인 거부를 통한 지문날인 제도폐지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자주민카드의 문제점

전자주민카드의 경우 7개증명 41개 개인정보들이 하나의 카드에 수록될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41개 항목이 카드에 수록될 뿐만아니라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이 개인기록들이 전산화되어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국가가 개인에 대해 더욱 고도화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산시스템이나 카드가 헤킹당했을 경우 그 피해는 사뭇 심각한 형태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주민카드제도의 문제점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프라이버시 침해 개인정보 유출의 증가 : 내부 공모자에 의한 유출 증가 / 헤킹에 의한 유출 : 기술적 문제를 야기
개인 전산기록 오류로 인한 피해의 증가
감시통제의 강화 신분증명제도의 개악
증명통합에 따른 개인정보의 집중과 생성 : 통제의 강화
정치적 악용 가능성의 증대
법적 근거의 미비 관계법규의 미비
국제기준에 미달
사용상의 문제점
국가정보화 정책결정의 문제 정책결정의 우선순위의 문제
개인정보 전산화와 공동활용의 문제

이처럼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전자주민카드제도의 최대의 위험성은 무엇보다도 프라이버시 침해에 관한 것이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7개 증명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은 각각의 증명속에 포함되어 있는 서로다른 개인정보를 통합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낳게 된다. 이러한 개인정보의 통합은 통합된 정보의 총량외에 새로운 개인정보를 생성시키기 때문에 실제 통합되는 개인정보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생산하게 된다. 예를들어 어떤 한 개인의 차량번호와 주민등록번호가 각각 분리되어 있으면 별달리 의미없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차량번호를 통해 차의 종류가 식별하고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그 개인을 확인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경제적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개인정보의 통합은 개인정보의 유출의 위험을 현실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또한, 전자주민카드는 신분증명서라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신분증명제도는 사회의 민주화 수준의 측도로서 파악될 뿐만아니라 국가권력이 국민에 대하는 태도와 국가권력 자체에 대한 신뢰의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 왜 이런 제도를 국가에서 시행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물음과 국가권력에 국민 개개인의 모든 정보를 수집, 통합 할 수 있는 권한을 줄 만큼의 신뢰가 있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는 점이다. 주민등록증제도가 지닌 지나친 통제기능을 더욱 강화하게 될 전자주민카드제도의 추진배경에 의혹을 갖는 것은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물음에 대한 해답은 전자주민카드제도가 내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기부와 경찰 등의 공안기관에 의해 적극 주창되어 추진하게 된 배경에서 엿볼 수 있다. 더욱이 안기부의 경우 전자주민카드추진기획단에 전산망과 전자주민카드의 암호체계에 대한 자문기관 자격으로 참가를 하고 있지만 보안전문가가 아닌 안보전문가인 안기부 대공담당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대국민감시통제의 강화를 위한 정부의 전자주민카드추진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또한 작업장의 근태카드나 건물 출입용 신분증명카드의 대용으로 확대시켜 나가겠다는 전자주민카드의 방대한 활용계획을 통해서도 전자주민카드의 감시와 통제의 기능을 알 수 있다. 전자주민카드의 사용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될 경우 개인의 모든 활동의 세세한 내용이 전자화된 형태로 기록이 될 것이다. 이러한 개인기록을 모으는 일은 간단한 작업을 통해서 언제나 가능해지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전자감시사회의 구체적인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전자주민카드는 전자감시사회의 첨병역할을 하게 된다는 비판여론에 직면하여 철회되었다.

전자지문의 문제점

전자주민카드제도가 철회된 이후 정부는 전자지문채취를 골자로 하는 새 주민등록증 발급 계획을 내 놓았다. 이에 따라 오른쪽 엄지 손가락의 전자지문 채취는 전자주민카드제 논쟁에 이어 다시 전자감시통제에 대한 상당한 논란을 형성하였다. 우선 전자지문과 관련해서 지문정보의 특성을 지적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문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지문정보가 전산입력이 되어 있으면 바로 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 이유로 지문은 홍채(눈의 검은부분)와 치아구조와 함께 인증시스템(사람을 확인하는 시스템)으로 기술 개발이 되어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가끔 영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디지털로 채취된 지문정보를 입력해 놓은 상태에서 지문인식기에 손가락을 대면 문이 저절로 열리는 것이 바로 지문을 통한 인증시스템 방식이다. 주민등록 갱신과 함께 전자지문 채취가 문제가 되는 것은 전자지문의 이용을 더욱 보편화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지문전산화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상당히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있다. 이번 새 주민등록증 갱신에서 오른쪽 엄지손가락의 전자지문채취 이전에 벌써 경찰은 조회 목적으로 특수 전과자에 한하여 지문 자동 인식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은 우무지의 특징점을 추출하여 지문을 인식하고 있다. 실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전국민 전자지문채취의 방식과 운영시스템이 모두 동일한 것이다.

또한, 경찰은 이미 지난 90년부터 지문 전산화 작업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65 년생 이하 남성 800만명과 여성 370만명 등 도합 1170만명의 열손가락 지문 모두를 전산화시켰다고 한다. 또한, 지난 5월 대학가 시위 때에 경찰이 불심검문을 하면서 전자지문감식기를 역이나 고속터미널, 대학가 주변에 가지고 나와서 지문을 전자감식하였다고 한다. 이와같은 지문전산화는 국가에 의한 전자적인 감시통제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앞서 든 예와 같이 지문감식기의 이용이 보편화될 경우, 지문감식기를 통해 손가락을 대기만 하면 주민등록정보는 물론 모든 개인정보가 다 나타나게 된다. 한가지 단적인 예를 들면, 현재는 불법적인 불심검문을 받을 때, 주민등록증이나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줘야 하지만, 지문이 디지털로 되면 지문감식기에 손가락을 대면 모든게 지문인식기를 통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전자지문과 전자주민카드의 관계

새로은 주민등록증 발급과정 전체가 전자주민카드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었다. 전자주민카드제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주민정보의 통합과 중앙집중적인 발급 시스템에 있어서 동일한 방식으로 이번 새 주민증 발급도 중앙정부에서 주민정보를 통합하여 조폐공사에서 일괄적으로 카드제조를 하고 있다. 또한, 전자주민카드 발급을 위해 미리 구입해 둔 전자주민카드용 카드원판과 카드 제조기, 주전산기 등을 이번 주민등록증 발급에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다른 것이 있다면 IC칩(전자칩)만 빠져있을뿐 모든 장비와 운영시스템은은 전자주민카드 시행계획에 나와 있는 그대로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IC칩(전자칩) 대신에 전자지문이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전자지문이 지문 자동인식 시스템에 의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면, 건물을 출입할 때에도 지문감식기에 손을 대고 들어가야 하고, 만약 금융망이나 다른 정보망과 연결되면 전자주민카드와 똑같이 될 것이다. 지문이 바로 현금카드이자, 신용카드가 될 것이고 주민등록증이 되는 것이다. 결국, 새 주민증은 주민증 자체의 수록내용이 조금 축소되었고 IC칩 대신에 전자 지문을 사용하다는 차이 외에, 발급시스템과 운영체계가 전자주민카드와 다르지 않다. 이러한 사실은 전자주민카드제가 폐지된 것이 아니라 기만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전자주민카드, 전자지문 거부운동의 사회적 의미

이상과 같이 전자주민카드제에 이어 지문의 전산화와 전자 지문채취는 국민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전자적인 방식으로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자감시와 프라이버시 침해 등 인권침해의 논란과 국가 감시통제의 문제를 야기시켰던 전자주민카드제도는 지난 99년 4월 26일 주민등록법이 다시 개정되면서 수 많은 논란끝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전자주민카드의 폐지에 대해서는 경제, 정치, 사회적인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들이 전자주민카드제도와 같은 위험한 신분증명제도에 대해서 반대하여 폐지되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의 민주적인 성장에 기여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번 주민등록증 일제 갱신과정은 발급 시스템은 물론 발급 장비 그리고, 형태에서도 실제로 전자주민카드제도와 많은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 또한, 야만적이고 후진적인 제도라고 불리우는 전국민 지문날인제도를 여전히 유지할뿐만아니라 이를 전자지문으로 다시 채취하고 이미 채취해 놓은 지문을 전산화시키고 있다. 이미 감시와 통제가 사회구조화된 한국사회에서 전자주민카드제도의 추진계획을 철회하거나 지문정보를 수록하지 않는다고 해서 더 나아지는 것은 결코 없다. 주민등록정보들은 거의 대부분 전산화되어 있고, 이 정보들은 수시로 유출되어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기도 한다. 또한 선거때에는 정치적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의 정보가 임의로 공안기관에 의해 국가안보라는 미명하에 공개되지도 않고 비밀리에 작성되고 있으며, 공안망은 국민들의 통제력을 벗어나 임의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전자주민카드제와 전자지문과 같은 제도는 국민의 프라이버시권을 담보로 정부와 자본의 일방적인 이해와 요구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들이 개인정보유출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험성 뿐만아니라 국가권력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의 문제를 제기 하고 있다. 그것은 전자주민카드제도가 신분증명제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자감시에 대응하기 위한 운동이 단순한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수준에 머물러서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보다는 오히려 프라이버시 보호와 국가권력에 의한 감시와 통제로부터 자유의 획득이라는 민중기본권 수호와 민주주의 사수투쟁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전자주민카드 반대운동과 지문날인 폐지운동은 자체의 문제뿐아니라 우리사회 민주화의 새로운 과제들을 함께 제기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이나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당연한 듯 사용되어 온 주민등록증의 문제를 최초로 사회문제화 시켜 낼 수 있었으며, 역시 최초로 사회운동의 영역으로 프라이버시의 문제를 끌어 들인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결국 사회의 정보화가 던져주는 새로운 과제의 민주화 운동을 시작하는 일이 바로 이 운동들이 갖는 사회적 의의이다.

N E T W O R K E R No CopyRight, Just Copy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