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k! Cyber
칼 럼
자 료 실
길라잡이
게 시 판
링 크

프린트 출력
메일로 보내기

우리 사회의 정보화가 자본과 국가 중심으로 미친듯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비판하고, 싸우고, 올바른 정보사회를 형성하기 위한 정보통신 운동 역시 함께 성장해왔습니다. 그 동안 많은 사건과 이에 대한 대응이 있었고, 그 과정 속에서 정보통신운동도 이론적, 조직적으로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전체 정보통신운동의 과정에 대해서 아직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반성된 바는 없는 듯 합니다. '정보화'에 대한 책은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정보통신운동'에 대한 책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현 시점에서 그동안의 정보통신운동을 기록하고, 정리하여 반성의 계기로 삼는 것은 향후 더 확장된 운동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정보운동 길라잡이에서는 현재까지의 정보통신운동에 대해서 정리하는 글을 1주일에 1편씩 연재하려고 합니다. 가능한 구체적이면서도 나름대로 올바른 관점을 갖고 바라볼 수 있도록 서술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연재가 끝나면 적절하게 첨삭, 편집하여 단행본으로 출판할 예정입니다. 물론 이 글도 완결된 글이 아니므로, 연재의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조언과 토론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글은 동아닷컴, 방송대 학보사와 네트워커에서 공동으로 연재됩니다)

정보의 디지털화와 지적재산권



1. 디지털화와 저작권

정보의 디지털화와 네트워크화는 정보가 생산, 유통되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복제의 용이성, 서로 다른 매체간의 용이한 융합, 정보와 매체의 분리, 2차 저작물 생산의 용이성, 거리개념의 소멸, 소통의 이시성(異時性) 등이 그것이다. 쉽게 말해서, 이제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인터넷에서 들을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편집해서 내 홈페이지에 올려놓을 수도 있으며, 미국 도서관에서 필요한 자료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와 풍요는 앞으로 점점 상당부분 제약당할 듯 하다. 정보의 디지털화와 네트워크화라는, 지식기반에 있어서 획기적인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옹호론자들은 디지털 저작물에도 여전히 저작권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의 저작권 제도를 그대로 인터넷 환경에 적용했을 때, 다음과 같은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먼저 정보의 디지털화와 네트워크화가 개인들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반면, 저작권의 강화는 이러한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접근권의 제한은 사회의 중요정보에 대한 개개인의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사회적 논의와 정치참여를 저해할 위험이 있다. 이는 사회의 민주화에 큰 장애로 작용하는데, 왜냐하면, 민주주의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사회의 중요 정보에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음으로써, 어떠한 사안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합리적인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저작권은 정보에 대한 접근을 경제적인 여건에 따라서 차별화하게 되는데, 왜냐하면 저작권 하에서는 저작물 사용료를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사람들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력의 격차가 정보의 격차로 재생산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이미 국내, 국제적으로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대한 우려가 높다.

또한 접근권의 제한은 개인들이 새로운 저작물을 생산할 수 있기 위한 기반을 협소화시킴으로써, 정보의 소유권 강화가 또 다른 정보의 생산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더구나, 정보의 디지털화는 정보의 변형, 수정, 융합 등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2차 저작물의 생산을 무척 용이하게 하였으며, 이러한 2차 저작물도 개인적, 사회적으로 무척 가치있는 생산물일 수가 있는데, 저작권의 강화는 이러한 2차 저작물의 생산을 억압하게 될 것이다. 사실 광의의 의미에서 모든 저작물은 2차 저작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전무(全無)로부터 유(有)를 창조할 수는 없다.

저작권자들은 내가 어떠한 저작물을 친한 친구에게 복사해주는 것을 '해적질'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는 상당히 가치가 왜곡된 표현이다. 우리는 '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재산권에 우선하는 기본권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인류의 지적 자산에 기반한 자신의 작은 기여에 대한 대가로 50년 동안 독점적인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의 지식 기반에 대한 해적질'이 아닐까?

사실 현재의 저작권법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특히 경제적으로 가치있는) 저작권의 대부분은 기업, 특히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 저작물의 생산자는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의 법의식 안에서는 저작권법을 논의할 때, 저작자 개인을 상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베이스 등 주로 기업의 투자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기능적 생산물을 기존 저작권법이라는 틀 안에 억지로 끼워넣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저작권법의 흐름은 저작자 개인을 상정한 '창작의욕의 고취'를 여전히 명분으로 유지하면서, 실제적으로는 기업의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저작권 보호대상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신지적재산권 등이 바로 그것인데, 이러한 생산물들이 저작권법으로 수용된 것은 저작권 본래의 의미보다는 기업의 '투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현실적 고려'로부터 나온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왜냐하면, 첫째, '저작자 개인'(혹은 발명가 개인)의 보호 명분이 기업으로 확장됨으로써, 사회적 필요에 의한 기업 활동의 제한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며, 둘째, 저작권법이 개인에게 적용되는 것에 비해, 기업에게 적용될 때 그 사회적인 영향력은 엄청나게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작권 보호기간 50년은 개인의 창작물에 적용되더라도 큰 사회적 영향은 없는 만면, 기업에게 적용될 때 특정 기업으로 하여금 거의 영구적으로 특정 지식을 독점하게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엄청난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의 저작권을 50년 동안 인정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발전 속도로 볼 때 거의 '영구히' 보장하는 것이며, 저작권 만료 후 공적 지식으로 환원되는 이익을 거의 기대할 수 없다. 기업의 투자를 보호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항상 사회구성원 개인의 권리나 사회공공의 이해와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20대 80의 사회'라는 말이 유행하듯, 오히려 그것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 아닌가?

필리핀 녹색당(Philippine Greens)의 로베르토 베르졸라(Reberto Verzola)는 디지털 정보의 특성으로부터 저작권 체제를 비판한다. 즉, 정보는 초기 생산비용은 많이 들지만, 한번 생산된 정보를 재생산하는 비용은 매우 작으며, 특히 디지털화된 정보의 경우 거의 0에 수렴한다. 그러나, 저작권은 매 복제물마다 사용료를 받도록 함으로써, 초기 생산비용을 초과한 이후에도 계속적인 수익을 보장하게 된다. 이러한 초과 수익을 통하여 정보시대의 자산계급이 된 세력을 그는 사이버군주 (Cyberlords)라고 부른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인 사이버군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디지털화와 특허 - 비즈니스 모델 특허의 문제점

특허 분야에서 최근에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특정한 사업 방식에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 즉 '비즈니스 모델 특허'이다.

2000년 3월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삼성전자의 특허 '인터넷상에서의 원격교육방법 및 장치'에 대해 무효심판 청구를 하였다. 삼성전자의 특허를 인정해준다면,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교육이 삼성전자의 손아귀에 놓이게 됨으로써, 다른 경쟁업체 및 인터넷 이용자들이 피해를 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삼성전자의 특허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전반적인 비즈니스 모델 특허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다.

비즈니스 모델 특허의 문제점은 먼저 그 적용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라는 데에 있다. 삼성전자의 '원격교육방법'을 비켜나갈 온라인 교육 업체가 얼마나 있겠는가? 리차드 스톨만을 비롯한 해외 사회단체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아마존의 특허의 경우, 원클릭 구매 기술은 온라인 서점 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 업체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이처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특허는 이것을 대체할 만한 여지가 너무 적어서, 특허권을 획득한 특정 기업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할 위험이 있다. 이는 다양성과 자유로움이 생명인 인터넷의 가능성을 상당부분 제약할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에 특허를 부여할만한 가치가 있느냐하는 문제도 있다. 특허는 개발과 혁신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은 일종의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스톨만이 비판한 바, 아마존은 원클릭 기술을 고안하는 시간보다, 특허 출원서를 쓰거나, 웹사이트를 실제로 구축하기 위해서 스크립트와 웹페이지를 디자인하고 테스트하는 등의 작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을 것이다. 또한 인터넷 분야는 굳이 특허로 보호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크고작은 아이디어로 넘쳐왔으며, 계속적인 혁신이 이루어져 왔다. 지금까지 인터넷의 발전은 오히려 특허제도가 아니라 정보공유의 문화때문이 아니던가?

너무나 긴 특허기간 역시 문제이다. 특허권의 보호기간은 출원일로부터 20년간이다. 삼성전자의 위 특허의 경우 2016년 10월 23일에 보호기간이 만료되게 된다. 우리가 인터넷이라는 말을 들어본지가 채 10년도 되지 않았다. 놀랄만치 빠른 기술의 발전 속도로 볼 때, 20년이라는 보호기간은 '영원히'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인터넷 특허를 3년~5년으로 단축해야한다라는 주장도 있으나, 특허청에서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가입한 TRIPs 협정에 보호기간이 20년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추세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하여 비즈니스 모델 특허가 인터넷과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심도깊게 연구할 생각은 안하고, 그저 선진국의 흐름에 따라가겠다는 것일까? 오히려 만일 인터넷 특허가 인터넷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국내뿐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문제제기를 해야하지 않을까?

N E T W O R K E R No CopyRight, Just Copy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