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의 내용규제 정책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2001년) 항목 *
사이버스페이스와 불온통신규제황성기 (법학박사) Ⅰ. 문제의 제기오늘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그에 따른 인터넷, PC통신 등 뉴미디어들의 등장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각의 영역에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적인 관점에서도 그에 대한 분석과 이론정립이 매우 절실한 다차원적인 문제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인터넷과 PC통신에 의해 형성되는 사이버공간에서는 그것이 갖는 '자유와 해방'이라는 상징적 의미 이외에도, 지적 재산권의 침해행위, 포르노그라피의 유통, 명예훼손행위, 프라이버시 침해행위 등 반사회적 권리침해적 행위가 문제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서 인터넷은 기존의 주권관념의 해체와 새로운 규범정립의 가능성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쌍방향매체인 인터넷과 PC통신의 등장은 기존의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전자민주주의'의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나타나는 이와 같은 새로운 현상들은 우리 사회에 있어서 순기능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역기능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법이라는 것이 사회변동의 반영물이자, 또한 사회변동을 주도하는 수단이 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할 때, 사회변동이 사회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사회에 대한 해악은 저지시켜야 하는 법의 역할이 이와 같은 새로운 현상들에서도 발견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법과 법현상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법학의 임무가 바로 법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법의 역할에 대한 이론정립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새로운 현상에 있어서 법학의 필요성은 또한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이 글은 요즘 사회적으로나 법학적으로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인터넷 및 PC통신상에서의 내용적 규제의 정당성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어서 인터넷 및 PC통신상의 내용규제에 관한 대표적인 법률로서는 [전기통신기본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을 들 수 있다. 첫째, 전기통신기본법에는 '허위의 통신'을 처벌하고 있는 제47조 제1항 및 제2항 그리고 '음란한 통신'을 처벌하고 있는 제48조의 2가 있으며, 둘째, 전기통신사업법에는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 등을 규정하고 있는 제53조 및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제53조의 2가 있다. 전기통신기본법상의 규제시스템이 직접적인 형사적 처벌인데 비하여, 전기통신사업법상의 규제시스템은 행정적 규제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라는 점에서 성격을 달리한다. 그런데 후자인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은 헌법 제21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검열금지의 원칙 및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과 관련하여 현재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헌법상의 검열금지의 원칙 및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과 관련하여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의 위헌성 여부의 문제를 다룬 다음, 아울러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에 대한 구체적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불온통신규제의 내용
1. 불온통신의 개념
2. 불온통신규제의 구조
(1) 정보통신부장관에 의한 거부 정지 제한명령 첫째, 거부 정지 제한명령의 발동주체는 공행정기관인 '정보통신부장관'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이 검열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떠나서, 사이버공간에서의 내용적 규제의 직접적인 주체는 바로 공행정기관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행정청의 처분에 의한 직접적인 내용규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러한 형태의 내용적 규제는 '방송매체'의 경우에 볼 수 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전기통신에 있어서의 내용규제시스템인 불온통신규제가 왜 방송매체의 경우와 유사한가?, 그러면 통신과 방송은 동일한 유형의 매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왜 인쇄매체의 경우에는 이러한 유형의 규제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가?, 그러면 전기통신이 여타의 매체와 비교해 볼 때 갖는 매체적 특성이란 무엇인가? 등 여러 가지 의문들에 봉착하게 된다. 이 점과 관련하여 우선 우리는 '통신'이라는 개념이 갖는 특수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즉 '고립된 존재'로서의 개인의 사적 영역을 의미하기보다는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사적인 의사소통을 의미하는 '통신'은, 住居나 그 밖의 사생활의 영역과 비교해 볼 때, 국가에 의한 침해의 가능성이 매우 큰 영역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오늘날 개인과 개인간의 사적인 의사소통은 面 對 面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공간적인 거리로 인해 우편이나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것이 또한 대부분인데, 이러한 우편이나 전기통신의 운영은 전통적으로 국가독점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서 '통신'의 영역은 국가에 의한 침해의 가능성이 여타의 사적 영역보다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결국 이상과 같은 점들을 염두에 둘 때,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과 그 불이행시에 부과되는 형사적 처벌을 그 내용으로 하는 현행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ⅰ) '통신사업에 대한 국가독점'이라는 관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ⅱ) '통신'의 매체적 특성에 대한 관념의 부재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 후자에 대해서는 다시 나중에 설명하기로 한다. 둘째, 거부 정지 제한명령의 객체는 전기통신의 이용자가 아닌 전기통신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자'라는 점이다. 여기서 '전기통신사업자'란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허가를 받거나 등록 또는 신고를 하고 電氣通信役務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전기통신사업법 제2조 제1항 제1호). 그리고 이러한 전기통신사업자에는 基幹通信事業者, 別定通信事業者, 附加通信事業者가 포함된다. 특히 인터넷이나 PC통신상에서의 불온통신과 관련된 사업자는 이 중에서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한다. 예컨대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넷츠고 등의 PC통신사업자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Internet Service Provider)가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한다. 한편 거부 정지 제한명령의 객체가 전기통신의 이용자(일반적인 이용자)가 아니라 전기통신사업자라는 점은, ① 전기통신의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누리는 표현의 자유가 국가기관의 직접적인 행위가 아닌 전기통신사업자를 통한 간접적인 행위에 의해 침해당한다는 점, ② 그 결과 전기통신의 이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권리침해행위에 대한 구제수단이 행정쟁송이 아닌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민사상의 구제(예컨대 손해배상청구)로 국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셋째, 정보통신부장관이 발하는 '거부 정지 제한명령'의 내용이 다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거부명령'의 내용으로 상정될 수 있는 것으로는 사전적으로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일정한 이용자와의 계약을 거부하도록 하는 명령(계약거부명령)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사후적으로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이미 성립되어 있는 일정한 이용자와의 계약을 해지하도록 하는 명령(계약해지명령)을 들 수 있다. '정지명령'의 내용으로는 이미 전기통신을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의 ID에 대해 일정 기간동안 그 이용을 정지시키도록 하는 명령(ID정지명령)을 상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한명령'의 내용으로는 일정한 게시물에 대한 삭제명령(삭제명령)이라든지 아니면 일정한 이용자에게 게시물에 대한 읽기권한은 부여하지만 쓰기권한은 제한하는 명령(쓰기제한명령)도 상정할 수 있다. 한편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가 도입된 이래 1999. 8. 31.까지 실제로 불온통신으로 단속되어 거부 정지 제한명령이 내려진 경우를 통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표 1> PC통신 <표 2> 인터넷
(2)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 첫째, 심의대상이 되는 정보는 '공개성'을 그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즉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만이 심의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물론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2 제4항 제2호는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라고 하여 그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만, 여기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단체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다른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심의대상이 되는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정보"를 의미하기 때문에(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의 3), 실질적으로는 私人이 제공하는 정보는 거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심의대상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공개성을 그 전제로 하기 때문에, 법해석상 공개성이 전제되지 않는 개인간의 사적인 교환이나 전달의 대상이 되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심의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국가기관에 의한 내용적 규제의 출발점 및 한계점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정보의 '공개성'이 국가기관에 의한 내용적 규제의 출발점으로 기능함과 동시에 또한 한계점으로서 기능한다는 점이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데, 왜냐하면 공개성이 부정되는 한 그 내용에 관계없이 국가는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통신이라고 하더라도 '공개성'이 인정되는 한 국가는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둘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는 원칙적으로 '사후심의'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는 사전검열의 위험성이 높은 '사전심의'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 않고, 또한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결국 이러한 점에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검열기관으로서의 성격을 탈피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는 헌법상의 이념인 검열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므로, 헌법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이 점에 대해서는 보다 심도있는 논증이 필요하므로, 뒤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셋째, 비록 원칙적으로 사후심의의 기능만을 수행한다고 하지만,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시정요구'권한을 보유 행사함으로써, 사실상 강력한 내용규제기관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정보심의결과 불온통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전기통신사업자에게 "1. 이용자에 대한 경고, 2. 해당 정보의 삭제, 3. 불온통신을 행한 자에 대한 이용정지 및 이용해지"를 요구할 수 있고, 시정요구를 받은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조치결과를 동 위원회에 통보하여야 하며, 전기통신사업자가 시정요구에 불응한 경우에는 동 위원회는 정보통신부장관에게 불온통신에 대한 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건의할 수 있다(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의 4). 따라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시정요구 → 불응 → 정보통신부장관에 대한 거부 정지 제한명령의 건의 → 불이행 → 형사적 처벌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전제로 할 때, 과연 전기통신사업자가 처음부터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시정요구를 거부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규제기능이 단지 사후심의라는 이유만으로 그 정당성이 간단하게 인정될 수만은 없어 보인다. 한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 및 시정요구제도가 1995. 1. 5.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을 통해서 도입된 이래 1999. 12. 31.까지 실제로 불온통신으로 규정되어 시정요구가 내려진 경우를 통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표 3>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정보심의 및 시정요구의 연도별 통계 위의 도표와 관련하여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불건전정보'라는 개념은 사실상 법적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전기통신사업법과 그 시행령 등에서는 '불건전정보'라는 개념대신에 '불온통신'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규정이나 심의세칙에서도 '불건전정보'에 관한 개념정의규정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불온통신을 통신망을 통한 불건전정보라고 파악할 때는, 불온통신은 통신망이라고 하는 매개수단 내지 표현매체를 통해 유통되는 불건전정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로 파악하는 한, 불온통신은 그 개념 자체가 '수단성'과 '내용성' 모두를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불온통신이라는 개념은 그 자체가 통신의 '행위성'이라는 속성도 내포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불온통신에 대한 일반적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은 "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록 불온통신이라는 개념과 불건전정보라는 개념이 서로 차원이 다른 개념이라고 할지라도, '불온'이라는 개념이나 '불건전'이라는 개념의 속성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불온통신이 통신망을 통한 불건전정보라고 파악한다면, 위의 도표에서 나오는 불건전정보라는 개념은 불온통신과 어느 정도 포섭범위에 있어서는 거의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세부내용삭제'란 게시물 중의 단어나 문장 또는 단락만을 그리고 사진이나 그림파일을 제공하는 경우 불건전정보에 해당하는 해당 파일만을 삭제하는 것을 말하고, 게시물 전체를 삭제한다든지 정보제공업자가 제공하는 모든 파일들을 삭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위 통계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이러한 세부내용삭제는 시정요구의 내용 중 내용삭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건수에 있어서는 정보제공업자에 대한 1회의 내용삭제요구에는 여러 개의 세부내용삭제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셋째, '관계기관통보'에서 '관계기관'에는 수사기관인 검찰이나 경찰 등과 선거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포함된다. 특히 선거법위반의 우려가 있는 정보나 통신의 경우에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그러한 정보나 통신을 통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여타의 연도보다 1997년의 경우가 불건전정보의 건수와 시정요구건수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부정선거와 관련된 정보나 통신에 대해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시정요구를 한 것은 거의 없고, 대부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를 하였기 때문이다. 넷째, 위의 통계에서는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불온통신으로 간주할 수 있는 행위나 정보유형들은 매우 광범위하게 제시되고 있다. 예컨대 음란물(문자/부호, 사진/그림, 동영상), 음란게임, 음란대화, 음란물판매광고, 음란정보소재안내, 음란국제전화, 음란국내폰팅, 불건전만남유도, 불건전대화, 판매금지성인물품광고, 퇴폐행위자극, 매춘, 폭력물, 폭력게임, 언어폭력, 혐오감(신체절단 등), 사생활침해, 불법복제물게시, 불법복제물판매광고, 크랙파일게시, 타인비방, 명예훼손, 지역감정조장, 허위과장광고, 사행심조장/통신피라미드, 도박게임, 경품제공, 행운의 편지, 정크/스팸메일, 대화방해, ID도용, 바이러스유포, 통신사기, 통신이용불편, 정보내용임의변경, 저작권침해, 허위사실, 유언비어, 선거부정, 국가이념과 존엄성훼손, 헌정질서 부정/비방, 국가원수모독, 좌익사상선동, 모방범죄유발, 범죄행위 미화/묘사 등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 이상과 같은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의 분석결과 우리는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내용심의제도는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Ⅲ. 불온통신규제의 헌법적 한계
1. 표현매체로서의 통신 - 불온통신과 표현의 자유
오늘날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매체가 계속적으로 등장함으로써 표현매체개념의 外延이 확장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표현매체가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속성은 잃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속성으로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면 인터넷이나 PC통신이 표현매체에 포함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현재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불온통신에 대한 규제는 결국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 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터넷이나 PC통신이라는 표현매체를 통한 통신행위는 표현행위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고, 따라서 통신행위에 대한 제한은 표현행위에 대한 제한으로서 결국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온통신에 대한 규제는 일응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한 표현의 자유의 제한으로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현행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이 과연 헌법적 한계를 존중한 것인지 혹은 위헌적인 규제인지는 별개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바로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2. 분석방법으로서의 '매체규제의 二元化' 첫째, 표현매체에 대한 '형식적 규제'는 매체의 소유 및 운영, 매체시장내의 질서, 타매체나 서비스와의 관계를 규제하는 구조적 규제(structural regulation)를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에는 좁게는 ① 언론기관 내에 있어서의 소유집중의 문제, ② 언론기관 특히 방송의 운영과 관련된 인허가 및 재허가의 문제뿐만 아니라, 넓게는 ③ 매체시장 내에서 독점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의 문제, ④ 전체적인 매체시장과 관련하여 타매체나 서비스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까지 포함되어 있다. 둘째, 표현매체에 대한 '내용적 규제'는 매체가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나 정보의 내용에 관한 내용규제(content regulation)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방송에 있어서 방송내용과 편성에 관한 규제이다. 그리고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불온통신규제도 전형적으로 내용적 규제에 해당한다. 불온통신규제의 헌법적 한계를 분석하기 위해서 형식적 규제와 내용적 규제의 구분이라는 이원적 접근방법이 필요한 이유는, 형식적 규제와 내용적 규제는 각각 그 목적과 내용, 방법 그리고 그에 대한 헌법적 정당성심사의 기준이 다르므로, 위와 같은 표현매체규제의 이원화는 표현매체 규제제도의 분석에 있어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용적 규제를 의미하는 불온통신규제의 헌법적 한계와 관련하여서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첫째, 현행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열금지의 원칙과의 관련성이다. 즉 현행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 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한계로서 특히 언론 출판에 대한 검열금지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검열의 의미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 현행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이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검열에 해당되지는 않는 것인지의 문제가 제기됨은 물론이다. 둘째,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인 과잉금지의 원칙과의 관련성이다. 즉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이 헌법상 금지되고 있는 검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인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될 여지는 없는가의 문제이다. 이것은 결국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의 합헌성 여부를 심사할 때 적용되어야 할 심사기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위의 검열금지의 원칙과 아울러 생각해야 한다.
3. 검열금지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
(1) 검열의 의미와 심사기준에 관한 기존의 이론 <표 4> 검열의 종류 그런데 헌법 제21조 제2항의 '검열'을 "사상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국가기관이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일정한 사상이나 의견의 표현을 사전에 억제하는 제도"라고 파악하는 학계의 통설적 견해와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라고 파악하는 헌법재판소의 견해에 따른다면, 현행 헌법 제21조 제2항이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는 '검열'의 일반적 의미는, 그 주체에 있어서는 '국가(정부)에 의한 검열'에 국한되고 그리고 시간적 관련성에 있어서는 '사전검열'에 국한되게 된다. 즉 위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가에 의한 사전검열(A)'만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통설적 견해와 헌법재판소의 태도는 일반적으로 구체적인 제한이 갖는 시간적 관련성에 따라 '사전제한'과 '사후제한'으로 구분하고, 사전제한은 다시 '사전검열'과 '검열에 해당하지 않는 사전제한'으로 구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사전검열은 헌법 제21조 제2항에 의하여 법률로써도 불가능한 절대적인 금지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검열에 해당하지 않는 사전제한은 엄격심사 그리고 사후제한은 엄격심사보다는 약한 심사를 적용하는 3단계구조를 전제하고 있다.
(2) 검열의 의미와 심사기준에 관한 새로운 해석
1) 사상의 자유시장론 한편 '사상의 자유시장'으로 표현되는 '다양성의 확보'라는 가치가 국가에 의한 규제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또한 한계요소로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다양성의 확보는 사상의 자유시장의 '형성'뿐만 아니라, '유지'에 의해서도 달성되어야 한다. 즉 다양성의 확보라는 가치는 사상의 자유시장의 형성 그 자체를 봉쇄하는 사전검열뿐만 아니라, 사상의 자유시장의 유지를 방해하는 사후검열 내지 사후제한에 의해서도 침해될 수 있다. 따라서 다양성의 확보라는 가치추구에 있어서는 사상의 자유시장의 '형성'뿐만 아니라 '유지'에 의해서도 달성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사전제한과 사후제한으로 구분하여 사전제한에 대해서는 엄격심사를 그리고 사후제한에 대해서는 약한 정도의 심사를 적용하는 기존의 3단계이론이나 2단계이론은 사상의 자유시장의 '유지'를 방해하는 사후검열 내지 사후제한이 다양성의 확보라는 가치를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2) 매체특성론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페이스(interface)로서의 사이버공간을 형성하는 구체적인 하부구조는 바로 PC통신과 인터넷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표현매체(혹은 언론매체)를 "표현을 위한 제도적 수단 내지 기술적 수단"이라고 파악하는 한, 사이버공간을 형성하는 하부구조로서의 PC통신과 인터넷도 표현매체에 해당함은 물론일 것이다. 왜냐하면 PC통신과 인터넷도 표현 내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주된 수단으로 오늘날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사이버공간의 특성은 그 하부구조로서의 표현매체인 PC통신과 인터넷의 매체적 특성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형성과 발전과정에서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들간의 연결로 인해 PC통신이 인터넷에 포섭되어 가는 오늘날에 있어서는, 사이버공간의 특성은 바로 인터넷의 매체적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사이버공간의 특성을 인터넷이라는 표현매체의 매체적 특성을 통해 파악하고자 한다. 결국 인터넷의 특성은, 기존의 매스미디어와 비교해 볼 때,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커뮤니케이션방식의 면에 있어서, 기존의 매체는 一對多의 전형적인 일방향의 매스미디어인 반면에, 인터넷은 一對一 커뮤니케이션은 물론이고 多對多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한 '쌍방향매체'라는 점이다. 따라서 기존의 매스미디어에 있어서는 정보제공자와 정보수용자 즉 話者와 聽者간의 구분이 명확하였으나, 인터넷의 경우에는 話者와 聽者의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정보의 생산 및 흐름에 있어서 기존의 매스미디어는 정보통제자(gatekeeper)가 존재한 반면에, 인터넷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즉 인터넷은 '탈중앙통제적'이고 '개방적' 매체라는 점이다. 이러한 인터넷의 탈중앙통제적이고 개방적인 특성은 ① 기술적으로 모든 메시지들이 유통경로상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중심축이 없다는 점, ② 인터넷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실체가 없이 매우 효율적이고도 무정부적인 자율성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점 등 두 가지에서 비롯된다. 셋째, 정보 및 미디어의 이용자면에서, 기존의 매스미디어에 있어서 정보생산자는 소수이자 정체성이 확연히 드러난 반면에, 정보소비자는 수동적인 수용자이지 결코 적극적인 이용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다수의 정보생산자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특히 월드 와이드 웹은 하이퍼텍스트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수용자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 재생산, 분배까지 할 수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매스미디어에서의 수동적인 '시청자'는 쌍방향 내지 상호작용매체에서는 보다 능동적인 '이용자'가 되는 것이다. 결국 인터넷의 경우 정보이용에 있어서 '이용자의 통제권 내지 통제능력'(User Control)이 확립 강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넷째, 매체에 대한 접근의 용이성을 살펴보면, 기존의 매체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자신의 의견이나 사상을 표현하고 싶은 話者들은 매체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던 반면에, 인터넷은 현재 진입을 가로막는 법적 장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 및 저렴한 비용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자신의 의견이나 사상을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은 '사상의 시장'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easily accessible)' 매체라는 점이 또한 하나의 특성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정보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인터넷은 기존의 매스미디어와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즉 정보의 형식면에서뿐만 아니라 정보의 내용면에서도, 소위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듯이 다양성이 추구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특성을 지니는 사이버공간에서는 사전제한과 사후제한을 구분하는 기존의 3단계이론이나 2단계이론은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을 또한 지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이버공간에서는 그 매체적 특성상 사전제한의 제도화와 그 적용이 사실적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적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사전제한을 국가가 제도화하고 그리고 그러한 제도를 사이버공간에 적용하는 것이 무의미하는 한, 기존의 사전제한의 법리를 사이버공간에 적용하는 것도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전제한의 경우에는 엄격심사를 그리고 사후제한의 경우에는 약한 정도의 심사를 적용하는 기존의 이론들은 사이버공간에서의 내용규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의 3단계이론이나 2단계이론의 도식을 그대로 적용해 버리면, 사전제한이 사실적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사이버공간에서의 내용규제에 대해서는 언제나 약한 정도의 심사기준이 적용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데, 이것은 사실상 사이버공간에 대한 내용규제를 무한정 허용할 여지가 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3) 표현억제적 효과
4) 검열의 의미와 심사기준에 관한 새로운 해석의 시도 <표 5> 심사기준의 적용 한편 이러한 포괄적인 의미의 검열개념과 심사기준에 관한 새로운 이론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첫째, '사상의 자유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사상의 자유시장의 '형성'뿐만 아니라, 사상의 자유시장의 '유지'까지 포함한다. 즉 사상의 자유시장에 대해 국가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든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 예외는 현행 헌법 제21조 제4항이 규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타인의 명예나 권리에 대한 침해'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에 대한 침해'에 대해서는 국가의 개입이 헌법에 의해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 있어서의 국가의 개입이 무한정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 이들 영역에 있어서의 국가의 개입도 엄격심사에 의해 그 합헌성이 심사되어야 한다. 둘째, 기존의 3단계구조이론이나 2단계구조이론이 전제하는 것과 같이 '사전제한=엄격심사, 사후제한=약한정도의 심사'라는 도식이 갖는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도식은 표현의 제한에 대한 합헌성심사에 있어서 매체의 특성이나 표현억제적 효과라는 측면을 무시함으로써, 기술의 발달에 따른 매체환경의 변화를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이론은 이러한 제반 측면을 고려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길거리의 연설자(the street corner speaker)"나 인쇄매체를 전제로 하였던 표현의 자유의 이론을 새로운 매체들의 등장,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그로 인한 커뮤니케이션환경의 변화로 특징되는 오늘날의 새로운 매체환경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Ⅳ.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규제의 헌법적 문제점
1.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의 문제점 첫째,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사전검열에 해당되지 않는가라는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둘째, 설령 사전검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헌법상의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인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규제가 아닌가라는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이것은 결국 엄격심사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특히 매체의 특성과 표현억제적 효과를 고려했을 때, 과연 그러한 규제가 적절한 것인가라는 문제를 의미한다. 이 문제는 사이버공간에서의 내용적 규제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라는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으며, 예컨대 포르노그라피의 규제에 있어서 그 기준은 '음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저속'으로 할 것인지의 문제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행정형벌이 가하지는데, 이 경우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이라든지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이라는 개념이 너무 추상적이고 그 의미가 불명확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가라는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넷째,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은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 즉 불온통신의 대상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바, 이러한 위임이 행정부에 입법을 위임하는 수권법률의 명확성원칙에 관한 것인 포괄적 위임입법의 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가라는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1) 사전검열의 해당 여부
(2)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
1) 규제대상으로서의 '불온통신'의 문제점 위의 도표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우리나라의 경우는 인쇄매체를 전제로 하여 성립되어 온 '음란'기준이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 2를 통해 전기통신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음란성'이 매체의 특성을 고려해서 규제되는 기준이 아니라, 매체의 특성과는 상관없이 매체를 통해서 전달되고 유통되는 표현이나 정보 그 자체의 내용으로 인해 규제되는 기준이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즉 이것은 '음란성'이라는 것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표현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문제는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으로 인하여 '저속한' 표현에 대해서도 규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저속한 표현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으로 규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우리나라의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은 매체특성론적 관점에서 타당한 것인가? 사이버공간에서의 포르노그라피규제기준과 관련하여서는 이론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태도나 입장이 가능하다. 첫째, 인터넷상에서는 '음란한' 표현은 규제할 수 있어도, 방송과는 달리 그리고 인쇄매체와 마찬가지로 '저속한' 표현에 대해서는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미국의 연방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CDA)을 위헌선언한 ACLU v. Reno판결과 이 판결을 지지한 미국연방대법원의 Reno v. ACLU판결의 주요논지였다. 둘째, 인터넷상에서는 방송과 마찬가지로 '음란한' 표현은 물론 '저속한' 표현에 대해서도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연방통신품위법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이며, 또한 우리의 불온통신 규제시스템도 바로 이러한 태도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지적해야 할 것은, 현재 사이버공간에 대한 내용적 규제의 기준과 관련하여 제시되는 여러 가지 논거들을 살펴보면, 그리고 인쇄매체와 방송간의 차별적 내용규제의 각종 논거들을 살펴보면, 그 규제기준설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매체의 특성'이라는 점이다. 결국 매체의 특성이 내용적 규제에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사이버공간 그 자체의 매체적 특성으로 인하여 사이버공간에서의 포르노그라피에 대한 법적 규제의 기준은 완화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사이버공간에 대한 내용적 규제의 정당성은, 위에서도 설명하였듯이 사이버공간이 그 특성인 상호작용성, 탈중앙통제성, 개방성, 접근의 용이성, 다양성 등으로 인해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상의 자유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여타의 기존 매체보다 상당히 약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제대상의 범위는 좁게 설정되어야 한다. 결국 사이버공간에 대한 내용적 규제의 정당성이 여타의 매체보다 약화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위에서 언급한 두 번째 유형의 태도 즉 방송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음란한 표현은 물론이고 저속한 표현까지도 규제할 수 있다는 태도는 적절치 못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논리를 우리나라의 현행 법령에 그대로 적용한다고 하면, '음란한' 전기통신에 대해서만 형사적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 2 그 자체는 바람직한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비록 형사적 처벌이 아닌 행정적 규제라고 할지라도 '불온통신'에 대한 규제는 매체특성론적 관점에 따르면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하겠다. 또한 여기서 하나 더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인쇄매체의 경우 이 글에서 문제삼고 있는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와 같은 것이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매체의 특성상 최소한 인쇄매체만큼 보호를 받아야 할 사이버공간에 있어서,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는 매체의 특성을 감안하지 못한 과도한 규제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ACLU v. Reno판결에서 매체특성론적 관점(a medium-specific analysis)에 입각하여 연방통신품위법의 위헌성을 지적하였던 Dalzell판사는 '신문품위법(Newspaper Decency Act)'이라는 것이 위헌인 것과 마찬가지로 '통신품위법'도 위헌이라는 논리를 전개한 적이 있다. 이러한 논리 이면에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인쇄매체보다 더 표현을 증진시키는 매체라는 점과 인터넷에 의해 형성되는 사이버공간에서는 인쇄매체에 의해 형성되는 사상의 자유시장보다 더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결국 매체의 특성상 사이버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최소한 인쇄매체의 경우만큼 보호받아야 한다면, 그 대상범위가 매우 포괄적인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는 과도한 규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2) 규제수단으로서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의 문제점 첫째,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가 결코 '등급분류' 혹은 '사전 사후등급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은 일정한 표현과 일정한 사이버공간구성원을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위에서도 설명하였듯이 거부 정지 제한명령의 구체적인 형태로서 '계약거부명령', '계약해지명령'을 통해 불온통신을 한 자에 대해서는 일정한 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버리고, 'ID정지명령'을 통해 불온통신을 한 자에 대해서는 일정한 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의 이용을 일정 기간 제한해 버린다든지, '삭제명령'이라든지 '쓰기제한명령'을 통해 일정한 표현을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완전히 배척하거나 불온통신을 한 자에 대해서는 표현 그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수단은 비록 그것이 이용자에 대한 것이 아닌 사업자에 대한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직접적으로 억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것이다. 비록 전기통신산업에 경쟁체제가 도입되어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국가의 감독권한이 막강한 현실적인 상황에서 사업자가 이러한 명령들을 거부하리라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것은 형식만 사후제한일 뿐, 국가에 의한 지속적인 감시가 가능하고 또한 국가가 표현을 직접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의 위험성은 사전검열에서의 위험성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할 것이다. 설령 청소년보호를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보호대상은 청소년에게 한정되어야 하고, 규제수단 또한 청소년에 대한 유통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엄격하게 설정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청소년보호라는 명목으로 성인이 볼 수 있는 것까지 전면 금지시킨다면, 이는 성인의 알권리의 수준을 청소년의 수준으로 맞출 것을 국가가 강요하는 것이어서 성인의 알권리를 명백히 침해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청소년의 보호를 위해 성인의 접근까지 막는 것은 "돼지를 굽기 위하여 집을 불태우는 것과 같다(that is to burn the house to roast the pig)". 둘째,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위반한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해서는 형사적 처벌이 가능한 바, 문제는 사업자가 명령을 위반한 경우 법원이 판단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불온통신의 해당 여부'가 아니라 단지 '명령의 위반 여부'에만 국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사실상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형사적 규제를 유발하고 있는 본질적 요소인 '불온통신'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없는 셈이고, 오직 정보통신부장관만이 그 판단권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행정처분으로 파악하는 경우에는, 행정쟁송제도를 통한 불복절차가 상정될 수는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불복절차에서 정보통신부장관이 행사한 재량권의 당 부당과 재량권의 일탈 남용 여부에 대해서 법원이 판단할 여지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PC통신사업자나 ISP에게 이러한 명령이 내려졌을 때, 과연 이러한 명령에 불복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명령의 내용대로 문제가 된 불온통신의 내용을 삭제하고 불온통신을 행한 이용자의 이용권한을 제한할 것인가라는 선택에 있어서,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불을 보듯 명백한 것이다.
3) 이용자의 의견진술권의 미비
(3) 명확성의 원칙 위반 여부 물론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가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고,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가 그러한 통신으로 "1.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2.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3.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을 규정함으로써, 나름대로 그 범위를 좁히고 있으나, 이 중 후자 두 가지의 내용도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될 정도로 너무 추상적이고 자의적이며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판단된다. 이들 세 가지의 통신의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은 형사법규로 처벌되는 범죄행위를 수행하기 위한 통신이라든지 그러한 범죄행위를 교사하기 위한 통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의 '범죄행위'를 형사법규로 처벌되는 범죄행위에 국한된다고 해석하는 한, 그러한 한도 내에서는 어느 정도 명확성의 원칙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의 경우에는 '반국가적 행위'의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일 뿐만 아니라, '반국가적 행위'의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이 전적으로 법집행기관의 자의에 맡겨져 있어, 특히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의 통신도 이러한 통신에 해당되어 규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반국가적 행위'를 "국가의 존립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로 축소해석할 수는 있겠으나, 이러한 해석이 과연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준다고 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러한 문제는 소위 '정치적 표현(political speech)'의 경우에는 더욱 명백해진다. 정부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법집행당국이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에 해당하는 불온통신으로 간주하여, 그에 대한 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내린 경우 정치적 표현에 대한 억압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어느 PC통신 이용자가 1999년 소위 '서해안 교전'에 관해서 동호회 게시판에 게시한 글에 대해서 내려진 정보통신부장관의 삭제명령 및 당해 이용자에 대한 1개월 이용중지명령과 관련된 헌법소원사건에서 이러한 위험성은 분명히 드러난다. 이 사건은 정부에 대한 비판적 내용의 표현이 법집행기관인 정보통신부장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의하여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셋째,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의 경우에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의미가 너무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것이어서, 특히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성표현물(포르노그라피)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고, 전적으로 법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겨져 있는 것이어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예컨대 '음란한' 표현에 대해서만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발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저속한' 표현에 대해서도 동 명령을 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헌법은 제21조 제4항에서 "언론 출판은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하여, 언론 출판의 자유의 한계를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명시적 한계를 구체화하기 위해, 법률로써 언론 출판이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경우에 규제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기준이 되고 있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의 구체화가 하위 법률에 의해서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즉 불온통신으로 규정되고 있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라든지 '미풍양속'이 명확성정도에 있어서 헌법상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와 비교해 볼 때, 결코 명확하고 구체화되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심지어 입법위임을 받은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상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조차도 헌법상의 기준과 비교해 볼 때, 결코 명확하고 구체화되어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4) 포괄적 위임입법의 금지원칙 위반 여부
2.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제도의 문제점
(1)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법적 성격 첫째, 조직이나 구성에 있어서, 그 위원이 정보통신부장관에 의해 위촉되고, 위원장의 선출은 정보통신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연윤리위원회의 경우에도 그 위원은 문화체육부장관에 의해 위촉되었고, 위원장의 선출은 문화체육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했다. 둘째, 운영에 있어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국가예산의 범위 안에서 그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보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점 또한 공연윤리위원회의 경우와 동일하다. 셋째, 직무범위에 있어서, 특히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실질적으로 인터넷이나 PC통신상의 정보에 대한 '검열기관'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통하여 전달되는 정보 중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단체에서 제공하는 정보나 다른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심의대상이 되는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정보"를 말한다(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의 3 제1항). 따라서 실질적으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심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 정보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넷째, 규제권한의 발동형식에 있어서, '직접적인 시정요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심의 결과 대상정보가 불온통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전기통신사업자에게 ① 이용자에 대한 경고, ② 해당 정보의 삭제, ③ 불온통신을 행한 자에 대한 이용정지 및 이용해지 등의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의 4 제1항). 그리고 전기통신사업자는 이러한 시정요구를 받은 경우에는 그 조치결과를 위원회에 통보하여야 한다(동조 제2항). 더 나아가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유통정보에 대한 심의 및 시정요구를 한 때에는 그 결과를 정보통신부장관에게 보고할 의무를 지고 있다(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의 5). 다섯째, 규제의 결과에 있어서, 표현의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삭제와 유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전기통신사업자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시정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동 위원회는 정보통신부장관에게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규정에 의한 불온통신의 거부 정지 또는 제한명령을 건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동조 제3항). 즉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예전의 공연윤리위원회처럼 직접적으로 '가위질'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내용의 시정요구 및 정보통신부장관에 대한 건의, 더 나아가서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에 대한 위반시 가해지는 형벌 등의 과정을 생각해 볼 때, 표현의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삭제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이상과 같은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법적 성격은 결국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검열절차를 형성하고 검열기관의 구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전기통신에 있어서의 검열을 위한 행정기관'이라고 파악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할 것이다. 다음의 표는 구 공연윤리위원회, 구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 현행 영상물등급위원회, 현행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조직이나 운영, 직무범위, 규제권한의 내용 등을 비교한 것이다. <표 5> 내용심의기구의 비교
(2)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제도의 헌법적 정당성
1) 사전검열의 해당 여부
2)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 첫째, 불온통신을 억제하고 건전한 정보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설치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그 주요업무 중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의 업무를 수행한다(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2 제4항 제2호). 따라서 동 위원회는 ① 정보제공자가 심의를 신청한 경우, ② 위원회가 불건전한 정보라고 인지한 경우, ③ 불건전 정보통신 신고센터에 신고된 경우에 심의규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를 심의한다(심의규정 제3조). 따라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심의는 결코 강제적인 심의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PC통신사업자는 보통 정보제공자(IP)와의 계약조건으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를 요구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도 PC통신사업자에 대한 행정지도(이른바, 협조공문)를 통해서 심의를 받은 정보제공자가 정보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요청하였다는 점에서, 그동안 심의가 사실상 강제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사실상의 강제적인 심의를 거쳤다고 해서, 정보의 내용에 대해 완전히 법적으로 면책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여전히 형사법적인 규제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정보제공자(IP)가 성인들만을 위해 性的 내용의 정보를 제공하고자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여,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해 '적합'판정을 받아 PC통신사업자를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법집행기관(특히, 경찰이나 검찰)이 음란한 내용이라고 판단하여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 2[전기통신역무이용음란죄]를 적용하여 형사처벌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심의결과에 대해서는 '법적 효과'가 인정되고 있지 않는 셈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통신사업자나 정보제공자 더 나아가서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일정한 내용의 정보가 과연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라든지 잣대가 전혀 없는 셈이어서, 전적으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비롯한 법집행기관의 자의에 맡겨져 있는 것이 되고, 결국 이러한 규제시스템이 결과하는 표현억제적 효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비록 불온통신을 억제하고 건전한 정보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목적이 정당하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내용심의제도는 적절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표현억제적 효과로 인해 피해의 최소성요건이라든지 법익의 균형성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것이라 하겠다. 둘째,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내용심의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불온통신에 대한 '시정요구권한'과 이에 대한 불응시 이용할 수 있는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에 대한 건의권한'은 매체의 특성을 고려한 등급분류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일정한 표현과 일정한 사이버공간의 구성원을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완전히 배제함으로써, 사상의 자유시장이 자율적인 조정기능을 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즉 "이용자에 대한 경고, 해당 정보의 삭제, 불온통신을 행한 자에 대한 이용정지 및 이용해지"를 그 내용으로 하는 시정요구권한과 이에 대한 불응시 이용할 수 있는 건의권한을 중요한 강제수단으로 하고 있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내용심의기능은, 사상의 자유시장 그 자체의 '유지'와 사상의 자유시장의 내용이 전적으로 국가기관에 의해 결정될 뿐만 아니라, 사상의 자유시장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평가되는 사이버공간의 매체적 특성을 무시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 '표현억제적 효과'가 사전검열 못지 않다는 점에서, 표현에 대한 과도한 제한수단이라 할 것이다. 설령 그것이 청소년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제한수단은 '등급분류' 혹은 '사전 사후등급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어서 제한의 한계원리를 일탈한 과도한 수단이라고 하는 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에 대한 평가와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 Ⅴ.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규제의 구체적 개선방안
1. 형식적 규제와 내용적 규제의 구분 필요성 이러한 구체적 개선방안과 관련하여서도 필자가 위에서 제시한 매체에 대한 규제에 있어서 '형식적 규제'와 '내용적 규제'의 구분이라고 하는 이원적 분석방법이 여전히 유효하다. 먼저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규제에 대한 개선방안은 '내용적 규제'가 아닌 '형식적 규제'의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이 내용적 규제의 전면적인 부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에 있어서 특히 사이버공간에서의 내용적 규제는 헌법적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기술적 관점 및 산업정책적 관점에서도 문제가 많이 노정될 수 있다. 다음은 이러한 관점에서 현행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의 개선방안에 대해서 간략하게 몇 가지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2. 구체적 개선방안
(1) 정보통신부장관에 의한 거부 정지 제한명령의 폐지
(2)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권한축소 따라서 앞으로 정보화사회에서의 내용규제시스템이 내용등급분류에 국한되는 형태의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현행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기능을 순전히 정보의 내용심의 및 등급분류에 국한시키고, 현행 제도와 같이 정보통신부장관에 의한 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전제로 하는 시정요구권이라든지 건의권한은 폐지해야 한다.
(3) 필터링 프로그램의 의무적 배포 첫째, 내용등급분류시스템과 아울러 필터링 프로그램의 의무적 배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즉 PC통신이나 인터넷을 이용하고자 하는 자는 일단 PC통신사업자나 ISP에 유료든 무료든 가입하여, 그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PC통신이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국가는 PC통신사업자나 ISP로 하여금 가입자에게 의무적으로 필터링 프로그램을 배포하게 하는 것이다. 이용자는 이러한 필터링 프로그램을 자신의 컴퓨터 단말기에 설치하고 또한 그것을 실행하여 자신의 기준에 따라 사이버공간을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즉 자신의 자녀가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동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자신이 판단하기에 자신의 자녀에게 적합하지 않은 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시킬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정보에 대한 접근과 선택이 이용자 자신의 통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왜냐하면 정보의 수용 여부가 이용자 자신에 의해 통제될 수 있다는 것은 국가에 의한 내용적 규제의 정당성이 약화될 수 있는 또 하나의 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터링 프로그램의 의무적 배포는, 첫째, 국가가 직접 일정한 표현에 대해서 내용적 규제를 가하는 형태가 아니라 형식적 규제의 형태이기 때문에, 둘째, 이용자의 통제권과 선택권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헌법이론적 관점에서의 문제점들을 불식시킬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규제와 유사한 것으로는 바로 TV에서의 브이칩(V-chip)의 설치의무를 부과한 미국의 1996년 전기통신법(Telecommunications Act)을 들 수 있다. 즉 동법에 따르면, 연방통신위원회는 미국 내에서 제조 또는 유통되고 그리고 대각선 길이 13인치 이상의 화면을 가진 모든 TV수신용 장치에는, 시청자로 하여금 일반적 등급체계(common rating)를 가진 모든 프로그램들의 전송을 차단할 수 있게 해 주는 장치 즉 브이칩이 장착되도록 요구해야 한다(전기통신법 §551 (c)). 그리고 브이칩과 관련된 규칙(regulation)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연방통신위원회는 TV제조업계와 협의하여 브이칩에 관한 규칙이 적용되는 시점을 지정하여야 하는 바, 하지만 전기통신법 시행 후 2년 이후여야 한다(전기통신법 §551 (e)(2)). 결국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규제에 대한 개선방안은 '내용적 규제'가 아닌 '형식적 규제'의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필터링 프로그램의 의무적 배포제도는 고려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둘째, 필터링 프로그램의 의무적 배포제도의 도입과 함께 여러 가지 다양한 필터링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경우 혹은 다양한 등급판정서비스가 존재하는 경우, 그에 대한 선택권을 이용자에게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필터링 프로그램의 개발과 그에 내장하는 등급분류기준들의 제시가 국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행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원리를 도입해서 필터링 프로그램 및 등급판정서비스의 개발을 사기업체에게 맡기고, 이용자는 여러 가지 필터링 프로그램이나 등급판정서비스 중에서 자신의 가치관에 적합한 것을 선택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TV에서의 브이칩과 마찬가지로 제조 또는 유통되는 컴퓨터 단말기에 필터링 프로그램은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되, 여러 가지 종류 중에서 어느 것을 설치할지 그리고 여러 가지 종류의 등급판정서비스 중에서 어느 서비스를 이용할지는 전적으로 이용자의 선택권한에 맡기는 것이다.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또한 자신의 자녀들의 신체적 정신적 성숙성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등급판정서비스가 제시하는 다양한 기준들을 접하고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이러한 제도 또한 표현 및 정보에 대한 이용자의 통제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
Ⅵ. 결론 새로운 매체로서 등장하고 있는 PC통신이나 인터넷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정보화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 그 육성이 필수적인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PC통신과 인터넷에 의해 형성되는 사이버공간은 진정한 '사상의 자유시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또한 '공론장(public sphere)'으로서의 성격도 지니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이버공간에 대한 내용적 규제는 진정한 '사상의 자유시장'에서의 다양한 의사표현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사이버공간에 대한 규제는 정보화사회로의 발전을 위한 걸림돌이 될 수도 있고, 추진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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