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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피티비(Internet Protocol TeleVision, 아래 IPTV)가 2006년 IT/미디어 영역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방송통신 융합과 관련된 법제도적 문제가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가운데, KT, 하나로 등 주요 통신업체들이 본격적인 IPTV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 방송통신 융합을 둘러싼 논쟁과 갈등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IPTV, IP망을 이용한 양방향 TV 서비스
IPTV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하여 제공되는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이다. 전원만 넣으면 바로 이용할 수 있고 방송 프로그램을 리모콘과 TV 수상기를 통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수용자 입장에서 본다면 기존 케이블 TV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실시간 방송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싶은 영화를 주문해서 즐긴다든가(VOD 서비스), 검색, 메일, 홈뱅킹 등의 인터넷이 제공하는 컨텐츠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양방향성이 강화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컴퓨터와 마우스 대신 TV 수상기와 리모콘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인터넷 방송과도 차이가 있다. 또한 멀티캐스트 기술과 서비스품질보장(QoS) 기술을 도입하여 기존의 인터넷 방송에 비해 방송의 질을 높이고 동시접속자 수의 제한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거의 무제한의 채널을 편성할 수 있다는 점도 IPTV의 장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KT, 하나로 등 2007년 본격 서비스를 목표로 준비에 박차
KT, 하나로 등 주요 통신업체들은 내년 본격 서비스를 목표로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는 자사의 IPTV 서비스 명칭을 'IP 미디어'로 명명하고, 현재 직원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IPTV는 KT가 지난 해 발표한 '미래전략 2010'에서 미래 신성장 5대 사업 중 하나로 설정되어 있다. KT는 실제 IPTV 서비스가 본격화될 것을 대비하여 올해 광가입자망(FTTH) 구축에 25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나로텔레콤 역시 IPTV의 준비단계로 올해 7월부터 'TV포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TV포털은 셋톱박스를 TV와 연결하여 지상파 방송을 비롯하여 영화, 음악, 날씨 등의 컨텐츠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아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월 9,000원에 유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TV포털 서비스를 기반으로 내년 7월부터 쌍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IPTV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러나 IPTV의 법적 지위 문제에 대해 규제 기관 및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관점의 차이가 여전히 큰 상태이기 때문에 조속한 시일 내에 정리가 될 수 있을지 불명확한 상황이다.
IPTV, 케이블 TV와 같은가, 다른가?
IPTV 도입과 관련하여 가장 크게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는 집단은 케이블 TV 사업자들이다. 프로그램이 전송되는 망이 다를 뿐, 수용자 입장에서는 IPTV 서비스가 기존의 케이블 TV와 크게 다를 바가 없고, 따라서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이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케이블 TV 사업자들은 방송법상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 정의되며, 이에 따라 진입, 소유·겸영, 편성, 내용 심의 등에서 많은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시장점유율, 서비스 지역, 외국자본 출자 등에 있어서 제한을 받고 있다. 채널 편성에 있어서도 일정한 공익성을 담보하도록 규제를 받고 있으며, 프로그램 내용도 공공성과 공정성을 근간으로 심의를 받고 있다. 만일 케이블 TV 사업자들에게 부여되는 규제들이 IPTV 서비스에 대해 부여되지 않는다면, 케이블 TV 사업자들은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IPTV 서비스 사업자가 방송사업자가 아니라 통신법 상의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된다면, 시장 진입, 소유, 외국자본 출자, 내용 심의 등에 있어서 거의 규제를 받지 않게 될 것이다. 더구나 IPTV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KT와 같은 통신 자본은 방송 사업자에 비해 훨씬 규모가 크기 때문에 케이블 TV 사업자들이 느끼는 위협은 매우 큰 상황이다. 따라서 케이블 TV 사업자들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의 원칙에 따라서 IPTV 서비스가 방송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통신업체들은 IPTV는 기존 케이블 TV와 차별화 된 서비스임을 강조하고 있다. 즉, 메신저, 메일, 영상회의 등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인터넷과 모바일의 연계, 여러 채널을 동시에 보여주는 멀티앵글 서비스 등은 케이블 TV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서비스라는 것이다. 또한 통신 네트워크의 특성상 케이블 TV와 같이 일부 권역에 한정해서 제공하는 것은 힘들고 전국 권역을 대상으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IPTV에 대한 규제는 융합 미디어에 적합한 새로운 규제 정책과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미국, 홍콩 및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이미 IPTV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음을 들어, 이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법제화를 서둘러 빨리 IPTV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IPTV 논란은 지지부진한 사이, 케이블 TV 사업자들의 초고속인터넷 시장 점유율은 급속하게 성정하고 있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06년 1월 말 현재,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인터넷 시장 점유율은 9.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초 3.5%에서 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융합서비스 vs 결합서비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 등 규제기관의 관점도 마찬가지의 간극을 보이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IPTV는 '기존 종합유선방송 사업과 서비스 제공형태와 사업모델이 동일'하기 때문에 현행 방송법상 종합유선방송사업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즉 IPTV는 '통신망의 이용한 방송서비스'이며, 따라서 특정 다채널 방송사업자가 특정 지역의 모든 서비스를 독점할 수 없도록 하고 가입자수 점유율 일정 기준 초과시 겸영 제한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다만, '현행법상 소유제한 등의 규제로 인하여 도입 및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IPTV와 케이블 TV간의 형평성과 시청자 복지향상 측면을 고려'하여 방송법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정보통신부는 'IPTV는 통신과 방송이 융합된 신규 서비스'이기 때문에 '기존 규제는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방송위원회는 '융합'이 아니라 방송과 통신의 '결합'이라고 본다. 따라서 IPTV 중 방송에 해당하는 부분은 방송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IPTV 우선 도입을 위한 광대역융합서비스(BCS) 법안을 방송통신 융합 논의와 별개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 법안은 IPTV에 대한 규제 방안으로 전송부분(네트워크 + 플랫폼)과 컨텐츠 부분을 분리하여 전송 부분은 정보통신부가, 컨텐츠 부분은 방송위원회가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는 5월 중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에서 IPTV를 포함한 모든 내용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방송/통신 규제 모델이 아니라, 네트워크/컨텐츠 규제 모델로 변화 필요
그러나 현재의 규제 체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즉 전통적인 규제모델은 유선 통신, 지상파 방송, 케이블 TV 등 서비스 별로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해왔던 수직적인 규제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서로 다른 서비스의 융합이나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규제 모델은 한계를 갖게 되었다. 이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모델로 커뮤니케이션의 단계별로 구분하는 수평적인 규제 모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규제 방식을 채택한 대표적인 사례가 유럽연합(EU)의 '전자적 커뮤니케이션과 서비스에 대한 공공적 규제구조에 관한 지침(DIRECTIVE 2002/21/EC/)'이다. 이 지침은 융합 환경에 적합한 규제 모델로서 네트워크(전송)와 컨텐츠 두 단계로 구분하여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규제하는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IPTV 관련 워크샵에서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 관계자는 규제 체제를 이러한 모델로 개편하는 것에 대해서 같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IPTV에 어떠한 규제가 적합한가와 관련해서 실제 IPTV 서비스가 어떠한 모습을 띌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주문형 컨텐츠의 제공이나 검색, 메일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 중심이라면, 기존 방송과 같은 수준의 규제는 불필요할 것이다. 극단적으로 단말기가 모니터에서 TV 수상기로 바뀌었다고 인터넷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부과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신 업체의 프로그램에 대한 편성권이 강하게 적용된 구조라면 공공성과 공정성을 위한 규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 업체는 이미 통신 설비의 제공자의 위치를 넘어 커뮤니케이션의 내용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위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IPTV 서비스에 대해서도 (기존의 케이블 TV와 동일한 방식의 규제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소유 구조, 공공적 채널의 편성, 프로그램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규제가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실질적 표현의 자유 위해 미디어 공룡이 되지 않도록 규제 필요
또한 통신 자본의 컨텐츠 산업 진출 문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주요 통신업체들은 콘텐츠 사업으로 자신의 사업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SKT는 TU 미디어 출자를 통해 위성 DMB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컨텐츠 산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5년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IHQ의 지분 21.7%, YBM 서울음반의 지분 60%를 인수한데 이어 1000억 원 규모의 영상, 음악 펀드를 조성하여 컨텐츠 수급에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KT는 디지털 컨텐츠를 미래 신성장 5대 사업으로 선정하고 최근 공격적으로 컨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하나의 미디어 기업이 네트워크(혹은 전송망), 플랫폼 및 컨텐츠 사업을 모두 보유한다면 그 미디어 기업의 영향력은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디어 기업의 권력이 비대해지는 만큼, 실질적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거대 통신 자본이 미디어 공룡으로 전화하지 않도록 통제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