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40호(200612) 블로거TO블로거
얄의 글 그림 사진
http://www.yaalll.com/

아르 / 블로그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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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안에 있는 것을 내보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말을 하는 것이다. 생각이나 감정을 익숙한 언어의 음성이나 문자로 나타내는 방법이다. 우리가 흔히 ‘말을 한다.’고 하는 그것이다. 제일 익숙해서 쉽고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어떤 사람들은 조금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가장 흔한 방법 대신에 그림을 그리기도, 춤을 추기도, 노래를 하기도, 사진을 찍기도 한다. 이런 방식은 ‘말을 한다’는 표현 대신 각각 따로 지칭하기도 하고, 한데 묶어 ‘예술을 한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 덜 흔한 방법도 본질적으론 더 흔한 방법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나아가 소통하기 위한 방식이라는 점에선 모두 똑같다.

블로그라는 도구로 매개하는 작은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블로그라는 도구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한 묶음이 되어 이 묶음들끼리 연결되는 작은 세상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을 한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블로그 세상에서는 (문자 정보의 생산과 전송이 더 쉽다는) 매개의 특성상 음성보다는 문자에 더 집중을 한다는 정도다. 문자 텍스트를 이용한 표현은 만들기 쉽고 익숙하여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으로 소통하며, 그리하여 문자 텍스트를 이용하는 방법이 대다수다. 이것이 블로그 세상의 ‘말을 하는’ 법이다.

하지만 이 작은 세상에도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흔하지 않아서 독특해 보이지만 실은 한 사람이 자기 안에 담긴 것을 나누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들 중 하나라는 점에서는 전혀 특이할 게 없는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는 사람을, 그리고 그러한 방식을 내보이는 블로그를 우리는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예술가, 그리고 예술 블로그?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모두 똑같은 블로그고 블로그를 쓰는 사람일 따름이다. 블로그는 매개하는 도구고 블로그에 담기는 것은 한 사람이 보여주는 내용이라는 점은 모두가 똑같다.

문제는 남과 다른 방식을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법을 이용하든 그것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 수 있느냐다. 이것을 해 낼 수 있다면 기본적으로 모두 비슷한 블로그들 중에서도 유독 특별한 블로그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흔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궁극적으로 자신의 방식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끝내 흔한 블로그로 남을 뿐이다.

‘얄의 글 그림 사진(http://www.yaalll.com/)’은 그런 의미에서 결코 흔하지 않은, 그리고 우연히도 표현 방법 자체에서도 흔하지 않은 블로그다. 블로그 ‘얄의 글 그림 사진’에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 자신만의 표현 방식이 잘 드러난다. 게다가 그 방식을 이루는 요소들도 다양하다. 이 블로그에는 그 이름처럼 모두가 한 사람의 작품인 글과 그림과 사진이 있다.

사람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매 순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바가 있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흘려버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포착한다. 기록하고 기억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현한 그 한 조각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기록하고 기억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는 과정에서 점차 자기 자신만의 방식이 확고해지고, 그 확고함이 재현된 모습에서 그 사람의 향취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블로그가 그러하듯 말이다.

나는 블로그 ‘얄의 글 그림 사진’을 보며 사람이 가진 다양한 표현 방식의 존재를 다시금 깨닫곤 한다. 누구에게나 가능성은 있지만 모두에게 가능하지는 않은 그 것. 그 단초는 누구나 가지고 있으되 아무나 확립하지는 못하는, 자신만의 감각으로 꽃피운 표현과 소통의 방식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한 편으론 시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자신만의 표현 방식은 많은 부분 그 사람의 감수성을 바탕에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그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기록해내는 것은 단순한 기술 이전의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살아가며,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바라보며 보고 겪은 것에 감응하는 감수성. 그것이 이 블로그의 내용을 만들고 또 형식을 만든다.

나는 감수성이 한 사람의 방향을 강하게 지탱한다고 믿는다. 이 블로그에 담긴 한 사람의 시선과 발언의 방향을 지탱하는 감수성은 부드럽고 따스하지만 흐리지 않고 올곧다. 그리고 그러한 방향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 블로그에 담긴 글에 그림에 그리고 사진에 잘 묻어난다. 나는 그게 참 좋다. 그렇기에 이 블로그를 조용히 응시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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