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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땅은 건설교통부의 것인가? 대한민국의 바다는 해양수산부의 것인가? 대한민국의 모든 숲은 산림청의 것인가? 대한민국의 유산은 모두 문화재청의 것인가? 질문을 바꿔보자. 대한민국의 문화는 문화관광부가 다 만들어 내는 것인가?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국가청소년위원회만의 소관사항인가? 대한민국의 날씨는 오직 기상청만이 독점해서 관장하고, 대한민국의 소비자와 관련된 모든 일은 공정거래위원회 혼자서 도맡아 하고 있나? 아니, 아니 정말이지, 대한민국에 회장(president)은 오직 대통령 한 사람밖에 없는가?
이런 어이없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얘기가 그저 웃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바로 지금 대한민국 정통부가 하고 있는 짓이다. land, ocean, forest, heritage, culture, youth, weather, consumer, president와 같은 이름이 2단계 KR 도메인이름으로(예:land.kr), 여기서 말한 관련 정부부처들이 모두 가져가 버렸다. 그것도 일체 아무도 등록하지 못하게 해놓고 정부기관들만 등록할 수 있는 기간을 두어 그 기간에 그렇게 해버렸다. 왜 그렇게 하냐고 물으면 "공공이익을 위해서"란다. 처음에는 그렇게 말도 못했다. "해당 부처의 공공업무와 관련된 이름이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공무원이 하는 일이면 모두 공공이익을 위한 일인가?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어처구니없는 네티즌의 반응도 있다.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안 했으면 어느 개인이 등록한 후에 포르노사이트를 만들면 그땐 또 정부 욕을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아니, 누가 사업을 한다는데 어떤 이름을 쓰면 안 된다는 법도 있었나? 아마 그렇게 이야기 하는 사람은 그런 법도 있는 줄 아는 모양이다. 어떤 사람은 나중에 그런 이름을 개인이 사재기 해놓아서 다시 정부가 가져다 쓰려면 비싼 돈을 주고 사와야 할 것 아니냐고 한다. 그런 세금낭비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이름은 꼭 정부가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president는 꼭 대통령이 써야 하고, culture는 꼭 문화부가 써야 하고..... 한 가지만 기억하자 지금 정부기관들은 모두 go.kr에 이름을 갖고 있다. 일반 개인이나 민간사업자는 go.kr에는 일체 등록할 수가 없다. 그래서 go.kr이 붙은 이름은 당연히 정부공공기관인 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정부가 그것 말고 또 다른 이름을 갖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먼저, 사람들에게 잘 팔릴 것 같은 이름을 선점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이 있다. 그런 일을 집행한 곳이 바로 우리나라 인터넷주소 사용을 진흥해야 한다는 엄숙한 사명을 지닌 한국인터넷진흥원이라는 국가기관이다. 아무래도 부동산 업자들이 land.kr을 이용하거나, 수산업자들이 ocean.kr을 이용하거나 소비자단체들이 consumer.kr을 이용하거나 하면 인터넷주소 진흥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뭐 기막히는 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필자가 사용하는 peacenet.or.kr 도메인은 피스넷 주소인데 peacenet.co.kr은 부산일보 주소이다. 그런데 peacenet을 부산일보가 상표등록을 해 놓았다면 부산일보가 2단계 주소를 등록만 하면 무조건 peacenet.kr은 부산일보가 갖게 되고, 상표등록이 안 되어 있더라도 필자보다 96년에 몇 개월 먼저 peacenet.co.kr을 등록한 부산일보가 이 주소를 갖게 된단다. 뭐 지금 2단계 등록할 때 내가 좀 더 늦었다면 그럴 수도 있을 법하다. 그런데 무려 10년 전에 부산일보가 필자보다 몇 달 일찍 등록하였으므로 부산일보가 써야 한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상표권자가 우선권이 있다니 그건 어디에서 나온 논리인가? 모르긴 몰라도 이 참에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인터넷 주소분쟁 진흥원이 될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