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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영 씨는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를 본다. 줄창 모니터를 바라보고, 이메일을 읽고, 답장을 쓰고 그 사이에 간간히 해외 업체 사람들과 MSN으로 대화를 한다. 이런 업무가 끝나면, 그는 게임 속의 사냥꾼이 되어 몬스터들을 잡느라고,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 있다.
스밀라디: ‘포워딩 업체’라는 게 낯선데, 뭔지 설명해 주세요.
세영: 저희 회사는 운송을 위탁한 화물주의 대리인으로서 말 그대로 수출입 물품의 운송을 대행해 주는 일을 해요. 해상 또는 항공으로 수출입 물품을 운송하게 될 때 항공사나 선박의 선주는 직접 물건을 운송하는 B/L(선하증권: bill of landing)이라는 서류를 발행하고 운송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수출입을 하고자 하는 업체가 직접 항공사, 또는 선박의 주인과 거래를 하는 것은 쉽지가 않죠. 그래서 이런 운송에 관련된 업무를 대행해 주고, 수출입을 하고자 하는 업체로부터 물품을 받아서 항공사, 또는 선박주에게 넘기기까지의 육상운송, 운송서류 핸들링 운송물품을 항공, 해상을 통해 운송하기 적합한 형태로 포장, 적재 하는 등의 업무까지 하죠.
스밀라디: 뭔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업무 내내는 무슨 일을 주로 하시는 가요?
세영: 점심시간을 제외한 업무 시간 내내 컴퓨터 모니터만 보고 있습니다..;; 중국 및 유럽 파트너들과의 메일을 주고받는 것이 거의 일의 대부분이죠. 컨테이너 하나 운송하는데도 2-3개의 파트너가 끼게 되니 하루에만 메일을 수십 통 주고 받죠. 그 외 엑셀 및 포워딩 용 업무 프로그램을 자주 사용합니다.
스밀라디: 일 하시는데 제일 어려운 점은 뭔가요?
세영:사실 배가 출발한 후에는 우리 쪽에서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이메일로 계속 배를 빨리 도착하게 해달라고 하시면 난감하죠. 그런 메일을 계속 보내면 그냥 “화물이 가고 있습니다.”라는 식의 답변 밖에는 할 수가 없죠. 그럼에도 고객들은 그 메일을 보면서 계속 재촉을 하고...그런 식의 일이 많아요. 고객도 재촉해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아도 저희 하고 소통을 하는 수밖에 없으니...
대기업들하고 일을 할 때도, 기업의 파워를 등에 업고 불친절하게 응대한다거나, 메일로 화를 내며 극단적인 표현을 하는 경우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그런 메일을 하루에 몇 번씩 열어보는 것은 절대 기분 좋은 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3년 차라 좀 적응이 되어서 그런지 그냥 그런 메일은 어느 정도 넘기기도 하고, 당황하는 일도 적어진 거 같아요.
사실 이 일이 스트레스가 많아서 이직률이 꽤나 높은데, 제가 좀 무신경한 면도 있고 그래서...(웃음) 잘 버티고 있는 거 같아요.
스밀라디: 일 하다가 결혼도 하게 되셨다고?
세영: 신랑이 거래처 직원이었죠. 일하다가 만났는데, 제가 맘에 들고, 사귀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을 회사 사람들이 회람할 수 있는 메일로 보내버려서...그걸 수습하느라고 진땀을 뺐던 적이 있었죠.
스밀라디: 실수가 아니라 계략이 아닐까요? 다른 사람들에게 세영씨에게 신경 끄라는...
세영: 메일 받은 분들 대부분은 결혼하신 분들이고, 저희 회사엔 주로 여성분들이 많으세요^^; 아무리 봐도 그건 실수였던 거 같아요.
스밀라디: 일 하시기 전에도 원래 컴퓨터랑 친하셨나요?
세영: 사실 지금도 컴퓨터랑 오래 있기만 하지 친한지는 모르겠는데요... 중학교 때부터 PC통신을 했어요. 거기에 완전히 몰입해서 모 PC통신에서 요금랭킹 2위까지 올라가서 상품을 받으러 오라는 전화까지 받았죠. 물론 전화요금도 40만원 정도 나온 일도 있고 해서...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은 적도 있었죠.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지역 BBS 내의 같은 학교 소모임 사람들하고 친하게 지내면서 학교생활과는 다른 식으로 선후배들이랑 친하게 지냈던 거 같아요. 솔직히 같은 반도 아니고, 같은 학년도 아닌 사람들하고 그렇게까지 가까웠던 건 BBS가 아니었으면 힘들었겠죠.
스밀라디: 그때 아이디가 뭐였어요?
세영: 제가 곱슬머리라서 “curly"라고 지었죠. 지금까지도 아침마다 저를 열심히 드라이하게 만드는...... 저를 특징짓는 무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그러다가 나중에 얼굴이 ‘부엉이’처럼 생겼다고 그러기에, lazyowl로 바꾼 후에 지금까지 모든 아이디를 저걸로 쓰고 있어요.
스밀라디: 저는 고등학교 때 부모님께서 PC통신에 맛들일까봐 모뎀을 안 달아줘서 대학교 때 처음으로 PC통신을 해서 지역 BBS 활동 같은 걸 정말 해보고 싶었어요. 아이디를 뭘로 만들까도 매일 생각하고 그랬었는데... 세영 씨는 참 앞서 가셨네요.
세영: 저는 좀 나이차이 나는 언니랑 오빠가 있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오빠랑 맨 날 컴퓨터 쟁탈전을 벌였던 기억이 나요.
스밀라디: 요즘은 다들 채팅은 별로 안하는 것 같고...뭘 주로 하세요?
세영: 간단한 검색질로 연예계 이슈 같은 것도 보고... 음악도 다운 받고...영화도 받아서 보고 그래요. 그런데 주로 하는 건 게임이죠. 그걸로 시간을 제일 많이 보내요.
스밀라디: 무슨 게임요?
세영: 한 1년 전부터 WOW(world of warcraft)를 하게 되었어요. 게임에 관심 있던 것은 아니었는데, 그 당시에는 남자친구였던 지금의 신랑 때문에 게임을 배워서...맨 처음엔 PSP를 사게 되었고... 다음엔 드디어 온라인 게임으로 진출하여서 열심히 하고 있죠.
저는 여자 사냥꾼으로 총이나 활을 이용한 원거리 공격을 하는 캐릭터에요. 매일매일 밤마다, 컴퓨터 두 대를 나란히 놓고 신랑이랑 게임하고, 주말에도 열심히 하다 보니 매니아처럼 열심히 하게 된 거 같아요. 온라인 게임이라 이래저래 아는 사람도 많이 생기고...결혼식에는 같이 게임하던 사람들도 와서 축하해주고 그랬죠.
스밀라디: 우와...저는 게임은 완전 쥐약이라... 잘하시나 봐요. 게임 센스가 있으신가보네요!
세영: 종종 그런 말도 듣고...가끔은 제가 신랑보다도 잘하는 거 같은데, 티는 안 내죠. (하하) 그런데 요즘은 좀 피곤해서 게임도 조금 쉬엄쉬엄하려고 해요. 맨 날 너무 늦게 자게 되어서 말이죠.
스밀라디: 저도 별로 하는 것도 없는데 컴퓨터 켜놓고 시간 잡아먹는다는... 일찍일찍 자야할 텐데 말이죠.
세영: 제가 부엉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닌 거 같아요. PC통신 시절부터 일찍 안 자고 모니터를 보니 눈에 피로가 쌓여서 다크서클이.....절대 안 없어지네요.
스밀라디: 게다가 업무하시느라 모니터 계속 보시려면 더 하시겠네요.
세영: 네. 진짜 어떨 때는 눈이 너무 아파서 빠질 거 같은데 그렇게 퇴근해서 게임을 할 때는 또 그걸 잊는 거 같아요. 피로도 풀리는 것만 같고...
스밀라디: 컴퓨터가 병도 주고 약도 주는 거 같네요. 아무리 즐거우셔도 퇴근 후에는 게임을 줄이셔야 할 텐데...
세영: 신랑이 혼자 게임하기를 싫어해서 힘들 것 같지만 노력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