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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달러 노트북 |
이제 컴퓨터는 사람들에게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업무 수단이기도 하면서, 가장 다용도의 장난감(?)이기도 하다. 그런 욕심에 한 장소에서만 사용 가능한 데스크톱보다는 어느 곳에서나 사용 가능한 노트북을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추세에 맞추어 요즘 노트북 가격도 많이 인하되었고, 그로 인해 데스크톱은 기본이고 거기에 노트북을 추가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노트북의 가격이 인하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노트북을 사는 것은 데스크톱보다 비싸고 사실 데스크톱에 비하면 성능이 약간 모자라는 편이다. 그런데 100달러,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10만원 정도 하는 노트북이 있다면 사람들의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핸드폰도 10만원이 넘는 요즘이니까 말이다.
이 100달러 노트북은 우리가 흔히 보던 그런 다양한 기능과 강력한 성능을 갖춘 노트북은 아니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교수이자 미디어 연구소 소장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아프리카나 남미 등의 저개발국가의 아이들을 위해 개발한 노트북이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정보화 시대에 저개발국가의 아이들은 정보화 부분에서도 소외되는 것이 안타까워서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노트북처럼 데스크톱을 대체할 만한 화려한 멀티미디어 기능은 없는 대신, 가장 기본인 인터넷과 워드프로세스 등 필수 기능에 충실한 노트북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10만원의 가격은 놀라울 수밖에 없는 가격이지만…….
이 노트북은 개발이 완료되어 작년 11월 16일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열린 제2회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WSIS)에서 그 첫선을 보였는데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겠다는 취지에 맞게 녹색의 아주 귀여운 노트북이다.
이 녹색 때문에 이름도 그린머신(Green Machine)이라고 붙여졌다고 한다. AMD의 500MHz CPU와 1GB 메모리, 비용 절감을 위해 보조 기억장치로는 하드디스크가 아닌 플래시 메모리를 채택했으며, 8인치의 듀얼디스플레이(저해상도의 칼라모드와 고해상도의 흑백모드), USB 포트와 무선네트워크를 지원한다. 그리고 전력상황이 좋지 않은 저개발국가의 상황을 고려하여 자가 발전장치가 함께 준비되어있다.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핸들을 돌리면 자동으로 충전된다고 한다)
아무튼 이 노트북에 대해 UN의 코피 아난 사무총장 역시 “전 세계 유대감의 표출”이라며 보급 사업에 적극 참여할 뜻을 나타냈으며, 구글 등 다수의 글로벌 IT 기업 역시 참여 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100달러 노트북과 리눅스와는 무슨 관계이기에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일까? 이미 눈치 챘겠지만 바로 이 노트북의 OS로 리눅스(레드햇)가 사용되었다. 네그로폰테 교수가 이 노트북의 OS로 리눅스 사용을 결정한 이유는 “리눅스가 윈도우보다 저렴하거나 혹은 무료여서가 아니라, 더 좋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노트북에 AMD CPU와 리눅스가 채택되었기 때문일까? 크레이그 배럿 인텔 회장은 “거의 간단한 기계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고 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차라리 핸드폰을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 더 낫다.”라고 하는 등 윈텔(Wintel) 진영의 두 회장은 왜 이 100달러 노트북을 조롱하는 수준으로 폄하했을까?
그 두 사람의 주장대로 이 100달러 노트북이 간단한 기계의 수준에 불과하여 차라리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주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리눅스는 굳이 네그로폰테 교수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윈도우에 비해 최소한 비슷한 수준의 OS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윈도우와 비교하면서 더 불편하다거나 더 성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UI(User Interface) 등의 친숙도 때문에 기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은 불편하기 마련인 것이다. 그러나 이 100달러 노트북이 대량으로 생산되어 아이들에게 보급되고 네그로폰테 교수가 언급한대로 일반인들도 100달러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면(약 200달러 정도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리눅스의 보급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리눅스와의 친숙도 역시 급속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세계 PC 시장에서 인텔과 MS의 지배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크레이그 배럿과 빌 게이츠가 이런 조롱에 가까운 발언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렇게 리눅스는 세계 정보화 격차 해소를 위해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어쩌면 우리도 200달러 노트북을 하나 장만할지도 모르는데 그 때 어색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리눅스를 사용해 보는 것이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