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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 사람을 처음 만난 건 아마 블로그 중독이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나 보다. 데모버젼부터 시작한 몇몇 블로그만 기웃거리며 익숙해 있다가 우연히 발견한 ‘데이브레이크’님의 블로그! (며칠 전에 갑자기 이름을 ‘비렴’이라고 바꿨다. 그래도 계속 ‘데이뷁’이라 불러야지..ㅋ) 뭐랄까 좀 신선한 느낌이었다. 물론 데이브레이크님은 싫어하실 지도 모르지만 더벅머리 총각이미지와 작년 진보블로그 어느 후기에서 본 '완전 헤매다 온'이란 단어가 이상하게시리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는 탓도 있으리라.
'그닥‘ 혹은 '훗' 등의 추임새에 주목하라.
삼수생일기-데이뷁님은 올해 삼수생에서 새내기가 되었다.-를 읽으면서 사실은 동병상련의 마음을 쬐금 느끼기도 했다. 오래 전의 일이라서 기억도 가물가물 하지만 모의고사만 끝나면 달려가곤 했던 광안리 바닷가며, 부대 앞의 '주귀'니 '객주'니 하는 선술집들이 마구 생각났다. 하긴 갈도 그 시절에 블로그가 있었다면 열심히 주저리주저리 일기를 썼을 지도 모를 일이다.
...
그닥 공부를 하며 가장 걱정한건,
끊을 수 없는 컴퓨터도 아니고,
줄일 수 없는 잠도 아니고,
내 마음을 뺏길까봐_ 였다.
그닥 뺏겨버리면 끝인 마음,
열심히 다잡아 공부에 전념할 자신같은건 없어서,
삼수생 라이프에선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뺏기지 않게 되길 바랬고.
현재 잘 유지 중이다.ㅋ
그냥 그냥 보면 기분 좋은 사람들을 보며 기분 좋아하는 정도.
이게 적절하다
..
훗.
2005년 10월 3일.
수능 D-51일.
(‘다시 고시원으로’| 2005년 10월 03일)
새벽마다 고시원 골방에서 잠까지 줄여가며 타닥타닥 써내려간 그의 일기엔 의무감도 엿보였지만 일면 처절함마저 느끼게 했다. 그 처절함을 예술로 승화시킨 단어들이 있었으니 바로 '그닥'과 '훗'이다. 종종 등장하는 그 추임새들은 어찌 보면 체념같기도 하고 단순한 어휘의 반복같기도 했다. 근데 이상한 일이었다. 어법에도 맞지 않는 그 단어들에 자꾸만 시선이 머물더니 어느 날부터는 무지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단조로운 일상들에 대한 혼자만의 건조한 기록들이 독자들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이리라.
에. 시간이 흐른다.
숨쉴틈도 없이 빠르게.
D-70에 수학 선생이, 이제부턴 날짜에 가우스를 씌워서 69일이면 60일, 59일이면 50일,
이케 생각해버리라 했는데, 그닥그닥 가우스 씌울 것도 없이 휘리릭 지나가서,
이제 2달도 채 안 남았다.
까짓 50일.
100일이면 곰도 사람이 된다 했었다.ㅋ
50일이면 곰가죽이 사람 피부가 될 정도의 시간은 되겠지.ㅋ
2005년 10월 2일.
수능 D-52.
그리고 내 스물 한번째 생일.
행복하게 보내야겠다.
Good Luck.
(2005.10.01 생일 전날 | 2005년 10월 02)
아! 그리고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단어 ‘에’..
큭큭..근데 ‘에’는 왠지 스물 두 살 삼수생이 쓰기엔 약간 노인정 냄새가 나는 어감이다.
그래서 더 재밌다.(나만 그런가.ㅋ)
자칭 '초등생 나열식 일기'에 빠져드는 이유가 있다.
에, 그닥 철 없는 우리 삼남매는 세상에서 젤 재밌다는 불구경을 놓쳤다고 안타까워해 엄마의 미움을 받았지만.;; 에, 그냥 마냥 신기할 뿐이다.-_-;;; 우리 집에 불이 났다니.;; 막 소방차가 몰려오고, 온동네에 알려져서 계속 괜찮냐 전화가 오고.;;; 허허
(불 | 2005년 07월 28일)
어찌 보면 현근님(http://blog.jinbo.net/qogusrms)을 연상케도 하는 그의 글쓰기엔 거스를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솔직함이 아닐까! 너무 솔직해서 엄마에게 미움을 받는 경우도 발생하지만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모습이다.
이제 삼수생의 꼬리를 떼고 새내기로!!!
인생의 제2막 출발선에 선 그는 요즘 행복한 고민들로 가득하다. 사실 좀 부럽다. ^-^
"악기를 연주하고 사진을 찍고 테니스를 치고 의료 봉사를 할지.
책을 읽고 서예를 배우고 재즈를 들으며 워크캠프를 할지.
각종 강좌들을 들으러 다니고 미술관에 다니며 교양을 쌓을지.."
(일상 정리 | 2006년 03월 04일)
..
22년만에 처음 본 내 웃는 얼굴.
무표정보단, 웃는 게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웃는 내 모습 | 2006년 03월 18일)
22년만에 웃는 얼굴을 처음 봤다고 한다. 하긴 그 지긋지긋한 입시지옥, 그리고 사회성이 완전히 결여되었다는 삼수생시절. 그 시절들에 웃을 일이 얼마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제 마음껏 웃어도 되요. 아참! 웃는 모습이 훨씬 잘 어울린다는 말은 아부성 발언이 절대 아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