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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관심 아래 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12년간의 정규 학교 교육을 마감하고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최종 관문인 셈이다. 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과연 어떨까? 대학에 들어가려면 물론 내신 성적도 중요하지만, 내신에 반영되는 기말고사도 일찌감치 끝내버린다. 그래서 12월과 2월의 학교 분위기는 그야말로 황량한 겨울 들판 이상으로 제멋대로다. 고등학교 진학을 기다리는 중3 교실 역시 11월에 치는 기말고사와 원서 접수를 마치면 도무지 교육 현장이라고 말하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아무런 대책이 없다.
이런 고3 교실을 살리기 위해 학교도 나름대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짠다. 초청 강연과 특강, TV 프로그램 유치 등이다. 나 역시 고등학교에 근무할 때, 한동안 여러 가지 궁리를 해보았다. 일단 교과 관련 작업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예 학생들이 책을 다 버리기 때문이다. 제일 많이 쓰는 방법은 영화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가 추천하는 ‘명화’와 아이들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의 거리는 참 멀다. 게다가 저마다 선생님들이 영화를 틀어주는 바람에 아예 보지 않고 엎드려 자는 이가 많아진다.
문학 기행이나 역사 관련 유적지에 답사를 가는 방법도 좋다. 하지만, 학급 단위로는 시행하기가 어렵고, 희망자를 골라서 평일에 가려면 제약 조건이 너무 많다. 학교에서는 혹시라도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하여 결재를 하지 않거나 이러한 방법을 좋아하지 않는다. 주말을 이용하여 답사 여행을 시도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남학생들만 하거나 여학생만 간다고 하면 대부분 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남학생과 여학생 숫자를 맞추어서 모집하였더니 무척 인기가 있었다. 세상은 여자와 남자가 절반으로 되어 있기에 서로에게 끌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여러 쪽에서 협조를 해주어야 한다. 물론 들어가는 경비 문제 해결도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학교에서는 오전에만 겨우 아이들을 잡아 놓다가 그대로 귀가시킨다. 법으로 보장된 수업을 포기하는 것이다.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그 누구도 ‘학습권’이 침해되었다고 시비를 걸지 않는다. 모두가 공범이 되어, 해야 할 교육과정과 수업을 해태하는 것이다. 결국 아이들만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차라리 기말 시험을 치면서 학사 일정을 마무리 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예전과 달리 컴퓨터 채점을 하기에 성적 처리 기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수업이 있어야 평가를 한다. 그러기에 평가가 끝나고 하는 수업은 사실 의미가 없다. 물론 국가가 주관하는 수학능력시험도 자격시험 정도로 하고 본고사 없이 내신으로만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면 현재 겪는 학기말 풍경은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적어도 아이들에게 꿈과 사랑을 가르치고 싶은 교사는 지금처럼 적당하게 시간을 때울 고민은 안 했으면 좋겠다.
그보다도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일류대학의 문호를 완전히 개방하면 어떨까? 일단 국립대학부터 모두 이름을 하나로 정하여 원하는 학생을 모두 받아들여서 공부하게끔 하자. 그것도 등록금을 받지 말고 국립대학 무상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서울대학교’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고 무상으로 질 좋은 교육을 받게 된다면 중3, 고3 교실이 지금처럼 그렇게 황폐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이루어질 그런 날을 생각하면 그래도 학기말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