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1호 나와
자유로운 음악을 펼친다
온라인 음악의 새로운 실험을 추구하는 와니님

정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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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혁: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와니: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7년 동안 공부를 했어요. 그러던 중 미국에서 교포 친구가 작곡한 곡을 들어 보았는데, 그 곡이 참 괜찮았어요. 거기에 매료되었죠. 그때부터 음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아마, 98년 99년 정도 되었을 겁니다. 처음에는 교포 친구들하고 그룹을 만들어서 활동을 했어요. 운이 좋게 처음 만들었던 곡이 음악 사이트였던 엠피스리닷컴(MP3.com)이라는 곳에서 아시아차트 1위를 차지했어요. 그때 같이 활동했던 친구들 중에 이미 가수가 된 사람들도 있어요. 제가 미국에서 공부한 것은 미디어아트라는 것인데, 음악이 너무나도 하고 싶어서, 일단 그 공부를 중단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정우혁: 미국에서는 어떻게 음악활동을 했나요?

와니: 제가 음악을 시작할 때는, 사람들이 음악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하던 초창기였어요. 당시에는 컴퓨터 마이크로 노래 목소리를 녹음을 하고 그랬었죠. 미국 각지에 살고 있는 교포들을 모아서 프로젝트식의 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LA, 워싱턴, 뉴욕 등 모두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서 소통을 했죠. 제가 곡을 만들어서 보내주고, 각자 컴퓨터를 통해서 자신들의 랩을 녹음해서, 다시 저에게 보내주면, 제가 최종적으로 합치는 작업을 했죠. 인터넷이 있어서 가능했어요. 사실 녹음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음질은 좀 조악했지만, 이런 시도는 거의 최초였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는 개인홈페이지도 만들어서 음악 앨범 리뷰도 하고 그랬어요. 그때 홈페이지를 검색엔진에서 찾으면 아직도 나오죠.

정우혁: 대부분이 컴퓨터 작업일 것 같은데, 어떻게 배우게 되었나요?

와니: 저는 원래 독학하는 스타일이라서 컴퓨터도 혼자 마스터했어요. 그리고 원래 컴퓨터를 아주 좋아했죠. 인터넷이 나오기 전부터 PC통신 1세대로 하이텔을 이용했어요. 제가 출국하던 전날이 나우누리가 유료화되기 바로 전날인 것으로 기억해요. 미국에서 피시통신을 계속 사용했는데, 엄청나게 많이 나온 전화비 때문에 어머님한테 굉장한 태클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하하하. 인터넷이 나왔을 때도 혼자 마스터 했죠. HTML을 직접 보고 하나하나 따라했어요. 원래 제 특기가 다른 사람들의 것을 흡수하는 거거든요. 일단 다른 사람의 코드를 보고 고쳐보기도 하면서 제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합니다. 시간이 많으면, 아예 새롭게 하겠는데, 요즘은 시간이 없어서 그렇게 할 수는 없어요. 플래쉬도 해보고 싶은데 아직 못하고 있습니다.

정우혁: 컴퓨터로는 주로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와니: 과거에는 녹음도 컴퓨터 마이크를 사용해서 했는데, 실제로 음질이 많이 떨어져요. 공식 데뷔를 하면서는 음질도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녹음은 따로 스튜디오에서 해요. 그리고 그 이외에 작곡이나 작사 등은 주로 컴퓨터를 이용합니다. 프로그램은 ‘리즌’, ‘기가 샘프러’, ‘케이크워크’ 등을 이용해요.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서 홍보하는 작업, 다른 블로거들과 소통하는 작업도 병행하죠.

정우혁: 일반적인 오프라인 상에서의 가수와는 달리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온라인 가수를 선택하셨는데, 특별한 동기가 있으신가요?

와니: 가수의 오프라인 활동이라고 하면, 공연과 방송이라는 건데. 그런 것을 많이 하면 좋기는 하겠지만,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는 가수들과는 달리 저는 모든 것을 혼자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일단 온라인 가수활동이 저에게는 자유를 주죠. 방송에 나오거나 공연을 해도, 그쪽의 프로듀서나 제작자의 의도대로 행동을 해야 하고 멘트를 날려야 하는데, 아무래도 인터넷 블로그에서 제 자신을 홍보하거나 알릴 때, 제가 원하는 대로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저에게는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죠. 제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네티즌들과 솔직하면서도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합니다. 또 바로바로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매력인 것 같아요. 제가 만든 노래에 대해서 바로 리플을 남겨주고, 그걸 통해서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죠.

정우혁: 1집 앨범을 낸지 벌써 300일이 지났는데요. 온라인을 통해서 활동을 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게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와니: 음악과 블로그를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요. 싱글앨범을 위해서 무비 촬영을 하는데 블로그에서 만난 분이 해 주셨고 또, 자켓 디자인도 블로그에서 만난 분이 만들어 주셨죠. 오프라인에서는 몰랐다가, 블로그에서 만나 절친한 사이가 된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 노래나 글을 퍼가는 분들이 많은데, 종종 검색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퍼간걸 알게 되는데요. 노래가 많이 퍼지고, 글이 많이 퍼지니깐 좋습니다.

정우혁: 다른 가수들과는 다르게 음악을 모두 인터넷에 공개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와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저작권법의 문제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제가 저작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것을 어떻게 시행하느냐 등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비상업적인 이용의 경우 음악을 올릴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모두 공개를 해 놓았어요. 이것은 선택의 자유를 열어둔 것입니다. 일단 음악을 들어보고, 다운을 받는 등의 기회를 주는 것이죠. 그리고 마음에 들어서 그것을 유료로 사용하고 싶다 할 경우에는 돈을 내고 받을 수도 있어요.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이런 성숙한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저작권법을 통해서 음반회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무조건 안된다고 막는 것보다는 이런 쪽으로 인터넷의 새로운 유통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현재 온라인 음악시장의 시스템도 문제가 있는데요, 인터넷에서 음악을 팔면 거의 50퍼센트는 통신사에서 수익을 가져가고, 실제 가수에게 돌아오는 것은 거의 없어요. 이런 잘못된 구조에 대한 개선도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정우혁: 최근 ‘라이브 블로그 2005’라는 오프라인 행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와니: 작년에 블로그에 블로거들의 콘서트를 하고 싶다는 말을 남긴적이 있어요. 그 후에 12월인가 블로거 중의 한분인 골빈해커님이 공연을 했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래서 제대로 해보기로 마음을 먹고 준비하게 되었어요. 한달 반 동안 공연을 준비하면서는 굉장히 힘들었지만, 공연자체로는 상당히 만족을 해요. 노래를 하고 싶은 블로거 사이에 온라인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어요. 앞으로 이런 오프라인 행사가 잘 되어서, 이번에 열린 블로거 시상식 같은 행사가 정통성 있게 자리가 잡히길 바래요.

정우혁: 네트워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와니: 와니라는 이름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어요. 노래를 한번 들어보셨으면 좋겠고, 마음에 든다면, 다른 사람에게 소개도 시켜주었음 좋겠어요. 말로는 쉽지만, 음악을 유료로 사용한다는 게 힘들다고 생각해요. 저작권 같은 것도 문제가 되는데, 홈페이지 배경음악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Freebgm(www.freebgm.net) 서비스와 같은 것도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현행 저작권법이 온라인 공간에 맞게 개정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도 의견을 표출해 주시기를 바라구요. 앞으로 저는 새로운 온라인 음악실험을 하고 싶어요. 거대한 자본으로 음악활동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 돈이 없어도 인터넷을 통해서 충분히 자유로운 음악활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추구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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