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1호 http://
참을 수 없는 DMB의 가벼움

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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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DMB), 첨단이동통신, 지상파DMB와 위성DMB, 방송과 통신의 컨버젼스, 갭필러...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제공하고 있는 지식서비스에서 찾은 디엠비(DMB)를 설명하고 있는 단어들이다. 디엠비을 알기 위해서 지식검색을 찾은 필자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디엠비를 설명해 놓은 내용이 그 단어보다 더 어렵고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지털기술과 관련된 생소한 신조어들이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지 않으면 금방 뒤쳐질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하루하루 급변하는 정보사회를 살고 있는 일반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디엠비와 관련된 각종 언론보도들을 볼 때, 이런 어려움이 단지 정보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한국의 디엠비, 황금알을 낳는 표준’, ‘디엠비시스템의 해외진출 청신호’, ‘첨단 미디어의 혁명’ 등 디엠비의 조속한 도입이 꼭 디지털정보사회의 선두주자로 나아가는 지름길인양 포장하고 있는 언론보도 속에서는 다분히 짙은 산업적인 접근이 느껴진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졸속한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공성과 무료를 원칙으로 시작한 지상파디엠비가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유료화해야 한다는 이동통신사들의 주장이라던가, 사업자 선정의 기준에 신중을 가하지 못한 영상위원회의 경솔함으로 인한 보정요구 등이 그것이다. 더군다나, 방송이라는 것이 국민의 문화생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디지털정보사회에서 이런 역할은 더욱 강조되지만, 디엠비와 관련된 기사들에서 진정한 의미의 문화적 다양성을 실현하거나 국민의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확장할 수 있는 공공적 성격의 방송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돈벌이가 되는 정보통신 및 방송기술에 대한 투자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문화의 진보와 다양성을 위한 컨텐츠개발에는 거의 신경쓰지 않은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유료화를 선언하고 시작한 위성디엠비에서 무료서비스로 제공되어야 하는 지상파방송의 프로그램을 재전송해야한다는 주장은 ‘다채널, 다매채’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다양한 컨텐츠들의 가능성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처사이다. 자본의 투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공공성도 희생해야 한다는 말인가? 유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오히려 그에 합당한 고급정보를 개발하여 제공하는 것이 마땅하다. 실력이 안 될 것 같으면 지금에라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정보격차, 프라이버시, 표현의 자유 등 정보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문제들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이미 디엠비를 통해서 송신되는 방송을 녹화해서 사용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에 대한 논쟁이 제기되고 있다. 유료화로 발생할 수 있는 정보격차의 문제나 개인정보수집으로 인한 프라이버시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퍼블릭 억세스 채널의 보장도 고려해야 한다.

어렵고 신중을 기해야 하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부나 방송위원회 등 정부부처 어디에서도 디엠비 도입에 대한 시청자 수요실태 조사 및 공익성 실현 방안에 대한 연구보고서나 공공적 미디어 문화발전을 위한 정책보고서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본에 의한 밀어붙이기식 사업방식, 졸속행정의 경솔함 속에서 추진된 디엠비사업... 현재의 문제점들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당국과 해당 사업자들은 공적책임과 공정성, 공익성 실현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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