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2호 기획 [주민번호도용설문조사]
주민번호, 성인인증능력있는가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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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인증뿐 아니라 성인인증이 필요할 때도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주민등록번호와 이름만 맞으면 성인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무소불위의 신분증인 주민등록번호가 과연 성인인증능력이 있는 것일까.

<네트워커>에서는 전교조 정보통신국과 함께 전국 초, 중, 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모님을 포함한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실태조사에는 전국 5개 학교의 학생 300여명이 참여했다.

1.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습니까?

2. 부모님 외의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는 것이 있습니까?

첫 번째 질문에는 초등6년생의 56%, 중등3년생의 63%, 고등3년생의 53%가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두 번째 질문의 경우에도 초등6년생의 32%, 중등3년생의 25%, 고등3년생의 33%가 알고 있다고 대답해, 상당수의 청소년이 성인인증에 필요한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 부모님의 주민번호를 알게 된 경로로는 부모님의 인터넷 사용을 돕다가 알게 되었다고 답한 학생 등 부모님이 알고 있는 가운데 주민번호를 알고 있는 학생도 상당수 있었지만, 게임 사이트 등에 가입하기 위해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여러 명이 학교에서 환경조사서등을 작성할 때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알게 되었다고 답해 다른 문제점을 시사했다. 재작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논란을 거치면서 학교에서의 정보인권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일선 학교에서 학생신상정보 수집시의 보안문제는 물론, 교육에 학생의 신상정보가 필요하다고 할 때 어떤 정보를, 왜, 어떤 방식으로 수집하고 있는지에 대한 원칙이 필요함에 대해서는 별로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3. 인터넷 사이트에서 부모님을 포함한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한 적이 있습니까?

이 질문에는 초등6년생의 31%, 중등3년생의 66%, 고등3년생의 39%가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해, 사실상 주민등록번호가 성인인증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모의 동의가 필요한 사이트에 가입하기 위해 가입한 경우도 많이 있었지만, 여전히 ‘단지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했다고 해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주민번호의 사용행태에 대한 문제제기는 유효하다. 또한 성인인증이 필요한 사이트에 가입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했다는 학생도 상당수 되었다.

4.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성인 인증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상의 조사에서 보이듯이 많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고, 사용한 경험도 있는 상태였다. 학생들 자신도 초등6년생의 52%, 중등3년생의 39%, 고등3년생의 59%가 주민등록번호로 성인인증을 하는 것이 효과가 없다고 답했으며, 10%내외의 학생들만이 성인인증효과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실태조사에서 나타났듯이 주민등록번호가 성인인증기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실제 그 효과적인 측면에서 볼 때 많이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주민등록번호를 동원한 성인인증이 반드시 필요한 인터넷 서비스가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많은 학생들이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가입한 사이트가 건전한 사이트라고 변명했다. 게임 아이디 생성이나 커뮤니티 가입 등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도 충분한 경우에도 신상정보를 지나치게 많이 요구하고 그 때문에 결국 부모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 현실이, 청소년들을 ‘타인의 주민번호 도용’이라는 불법행위에 내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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