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2호 교육과
필요한 정보, 밝혀야 하는 정보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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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학생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새해는 1월 1일이지만 교사와 학생은 3월 1일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이 교사와 학생에겐 새해가 되는 것이다. 어릴 때, 어른들은 나이를 묻기보다는 학년을 많이 물었다. 우리나라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구열은 그런 부분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아무튼, 2005년 3월 1일은 내게 특별한 날이다.

나는 여태껏 중학교에서 근무해왔다. 교생실습도 중학교에서 했으니까, 고등학교 경험은 학생 시절이 전부이다. 그래서 마치 처음 교직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와 같은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던 날이 3월 1일이다.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정보인권과 관련된 것들을 써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이 연재는 이제 고등학교를 주 무대로 삼을 예정이다. 그것은 또 하나의 설렘과 두려움이기도 하다.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탐색과 분석.

나는 지금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이다. 물리Ⅱ를 선택과목으로 할 학생들이 주로 모여 있는 반이다. 수능으로 대표되는 입시 전쟁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렇다고 현실 속에 발 담그고 있는 아이들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나는 대학 입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다. 수능의 특성과 각 대학의 학과군, 대학의 특성, 학과의 특성, 지역의 특성, 학생들의 희망과 꿈, 그리고 학생들의 적성 등을 하루빨리 파악하고 분석해야 하는 것이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첫 길이다. 어떤 이는 그럴지 모르겠다. 교사가 그런 것도 모르냐고. 솔직히 답하면 모른다. 대충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러기에 알아야 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알아보는 과정에서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사실을 다시금 새기게 되었다. 왜 정부는 수학능력시험 문제지를 회수하는 것일까? 전 국가적인 사항이기 때문에 출제진이나 출제경향에 대해서 일부 관계자 외에는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공감을 한다. 그러나 대학에서 두 달 이상 장기간 사라지는 교수들은 대부분 출제를 위해 사라진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미 끝난 문제지는 왜 회수하는 것일까? 현장의 학생이나 교사들은 수능 문제지를 바로 받고 싶어 한다. 그래야 수험표 뒤에 표를 붙일 일도, 짧은 시간에 표 안에 내가 택한 정답을 표시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것은 또 다른 차원의 정보인권인 알 권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닐까?

교육과정평가원은 기존 수능 문제와 정답, 수학능력시험의 출제 방향과 출제과정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는 정보의 공개차원에서 대단히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잦은 정답시비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만일 2004학년도 수능 문제에서 정답시비가 일지 않았고, 전사회적인 이슈가 되지 않았다면 아직도 공개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인생이 결정되는-인정하긴 싫고 고쳐야 하는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다-시험에서 자신이 본 문제와 정답을 바로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모든 이의 바람일 것이다. 향후 수능을 비롯한 국가시험에서는 문제와 정답의 공개뿐만 아니라 문제지도 본인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들은 당연히 국가가 책임지고 수행해야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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