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호 나와
지팡이와 캠코더

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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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오늘도 촬영 많이 하셨어요?
문정현신부(이하 문) : 요근래에는 새만금만 ?아 다녀도 바뻐, 삼보일배를 쭉 따라다니고 있으니까

정우: 신부님 홈페이지에 영상이랑 글이 많아요. 촬영이랑 편집 배우기 힘들지 않으셨어요?
문: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 거의 독학으로 했으니까. 컴퓨터 책에 나오는 대로 따라하고, 직접 눌러보고, 쳐보면서, 하나 둘 익혔지. 많이 어려웠는데, 그래도 하다보니까 할 만 하더라고. 최근에는 현장에 자주 나가니깐, 모르는 게 있으면 젊은 친구들한테 물어보면서 해. 전북에 참소리(인터넷 대안언론)에서 활동하는 젊은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도 많이 도와주고 있어.

정우: 촬영을 시작하신 계기가 있을 것같은데요
문: 집회현장에서 사람들이 캠코더로 현장을 찍고, 또 그걸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리더라고. 인터넷에 있는 동영상은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고, 기록으로도 남으니깐 정말로 좋겠다'싶더라고. 그래서 나도 직접 해보고 싶어졌어. 실제로 해보니까 재미도 있고...

정우: 직접 해 보시니까 어떠세요?
문: 동영상 작업이라는 것이 삼디(3D)업종이더구만. 허허허... 나름대로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고, 같은 작업을 수도 없이 반복해야 짧은 영상물 하나 만들 수 있고. 그래도 배울 게 많이 있어. 재미도 있고. 크크.... 이렇게 하나 둘씩 하다보니깐 '아~ 동영상 작업은 종합이구나, 동영상만 잘하면 컴퓨터도 잘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

정우: 편집할 때 주로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세요?
문: 동영상 편집할 때는 프리미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거 말고도 포토샵이나 에프티피(FTP), 엔코더도 사용할 줄 알아야돼. 이제는 영상에 스피드 주는 거하고 모션까지는 쉽게 다룰 수 있지. 포토샵을 하다보니 레이어나 오버랩이라는 것도 할 수 있게 됐어.

정우: 보람을 느끼셨을 때도 있으셨을 텐데요.
문: 음... (잠시 생각을 한 후) 새만금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를 찍을 때였지. 차에서 내려 카메라를 켜고 들이대는 순간, 눈물이 확 쏟아지더라고. 그때는 울고 싶은 대로 엉엉 울었어. 근데 울음소리가 캠코더에 다 녹음이 됐더라고. 어쨌든 그놈을 오디오로 깔아놓고, 영상을 집어넣었지. 그랬더니 많은 사람들이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영상을 보고..., 자기들도 눈물 흘렸다고 하더라고. 그때, '영상과 소리를 통해서 내가 생각했던 것이 거의 완벽하게 표현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지.

정우: 글도 많던데요.
문: 동영상만 올리니깐 뭔지 몰라서 덜 보고 싶어하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동영상에 대한 소개로 글을 쓰고 있지. 그랬더니 사람들이, '글이 있으니까 이해하기 쉽다'라고 하더군. 솔직히 자신 없었는데 그 소리 들으니까 용기가 생겼어. '글이라는 것이 동영상에 이렇게 도움이 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나선, 촬영을 하면서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바로 메모를 하고 있지. 크크크...

정우: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세요?
문: 그게 가상이야. 어떤 사람은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가지만, 밝히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 나는 항시 내 이름(문정현 또는 아이디-Munjh)을 밝히고 글을 쓰고 있어. 내 글에 대한 책임 때문에 그래. '내가 진실하면 그 진실이 서로 통한다. 그리고 서로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 인터넷을 하면서 이런 생각도 하게 됐지. 내가 언제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을 불러놓고 의견을 나눌 수가 있겠어? 인터넷에 올리는 동영상을 통해서 가능했던 거지.

정우: 영상활동을 하시면서 바라는 바가 있으시다면?
문: 과거에는 방송 3사가 제일 힘있는 매체였잖아. 그런데 인터넷을 하기 시작하면서는 네트워크만 잘 만들고 활용하면, 인터넷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진보적인 운동진영의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사진들, 영상들을 네트워크로 조직해서 대안적인 미디어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 한쪽에서 올리면, 인터넷을 통해서 여기 저기 빠르게 퍼져나라고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고...... 그래서 나도 영상 작업만큼은 열심히 하려고 뛰어다니고 있어. 허허허

정우: 신부님 나름대로의 영상 철학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문: 무엇이든지 나누었으면 해. 돈벌이만 하려고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봐. 공유를 하자는 거야. (특별히 '공유라'는 단어를 강조하시면서) 정보도 그렇고, 필요한 사람들끼리 서로 나눠 쓸 수 있도록 해야지. 그런데 그건 누가 인위적으로 한다고 되는 게 아냐. '다른 사람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내가 먼저 노력한다'라는 것이 공유를 위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이런 마음들이 자연스럽게 확산돼야지. 나는 내가 만드는 동영상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항상 열어놓지. 바로 공유를 위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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