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3호 표지이야기
인터넷, 상품인가 공공의 자산인가?
KT 민영화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 제기돼

오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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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종량제를 둘러싼 논란이 KT 민영화에 대한 재검토라는 근본적인 논의로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 종량제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불거져 나온 2.28 통신대란, PCS 재판매, 소디스 사업 논란 등 여러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KT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대란의 경우 KT의 투자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고, 인터넷 종량제의 경우 KT의 투자 여력이 쟁점이라는 점에서 KT 민영화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돼있다. KT는 지난 2002년 정부 지분 매각으로 완전 민영화되었지만 유선전화 부문에서 보편적 서비스 제공사업자로 지정돼 있고 인터넷 부문에서도 지배적 사업자라는 점에서 공공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선 KT
KT 민영화에 대한 문제제기가 국회에서 터져나온 것은 의미가 크다. 열린우리당 김낙순 의원은 4월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회의에서 정보통신부에 KT 민영화 3년의 성과를 평가하라고 지적했다. KT가 “통신대란, PCS 재판매, 인터넷종량제 등 사회적, 산업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필수설비 접근의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던 민영화 때 약속들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만큼, KT가 민영화된 후 경영효율성이 얼마나 강화됐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여러 의원들이 2.28 시외전화 불통사태를 질타하며, ‘민영화 이후 KT의 설비투자와 망유지보수 인력 축소가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사후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도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열린우리당 서혜석 의원이 정보통신부 제출자료를 근거로 주장한 바에 따르면, KT의 총 설비투자 규모는 2000년 3조4834억원에서 2004년 2조2729억원으로 34.8% 감소했고, 이 중 시외전화 불통의 원인으로 지목된 교환설비에 대한 투자도 2000년 5317억원에서 2004년 2883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또 설비와 통신망을 관리하는 유지보수인력도 2000년 4만6095명에서 2004년 3만8024명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민영 기업으로서 경영 효율에 중심을 두다보니 안정적인 망운영을 위한 적절한 투자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최근 KT 전화장애 대책반 역시 보고서를 통해 “2.28 시외전화 불통 사태는 전화량이 급증한 것이 주원인이지만, 지능망 설비 증설 및 교환기 기능 업그레이드 투자 소홀, 인력 감축으로 인한 전문인력 축소 등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의 부족과 함께, KT의 지배구조로 인한 한계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민영기업으로서 주주중심 경영을 하는 것과 보편적 서비스 사업자로서의 위치가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영화 이후 첫 최고경영자인 이용경 사장은 그동안 순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을 유지하여 주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용경 사장이 거듭 인터넷 종량제 실시를 언급한 것도 자신의 재선임 여부가 결정될 오는 8월 주주총회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인터넷 종량제의 추진이 실제 투자 여력의 부족때문이라기 보다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손쉬운 수단으로서 등장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KT와 이용경 사장은 이러한 지적을 반박하고 있다. 이용경 사장은 시외전화 불통사태에 대해서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투자부족 때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4월 20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간담회에서 “왜 KT를 민영화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통신시장에 경쟁이 도입된 이상 민영화는 불가피하다”며 민영화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또한, KT가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KT는 연간 매출의 24%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통신사업자는 일반적으로 15% 정도를 투자하고, 많이 한다는 (일본의 통신회사인) NTT도 18%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KT 민영화, 공공성과 수익성의 충돌 야기
그러나 KT를 둘러싼 문제들이 터져나오고, 특히 그 문제들이 망의 공공성과 배치되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민영화로 인한 폐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는 힘들 듯 하다. 민영화에 비판적인 시민사회단체들은 통신대란, 인터넷종량제 등 일련의 사태를 공공성과 수익성의 충돌로 인식하고 있다. KT 민영화로 인한 효율성의 추구가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었다기 보다는 요금 인상, 사회적 안전성의 저하, 사회적 기본권의 침해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PCS 재판매나 소디스 사업 등 공정성이나 인권 침해 논란을 낳으면서 수익성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KT에 대한 불신을 높이고 있다.

만일 KT가 인터넷 종량제를 밀어붙인다면 수익성에 의해 요금인상과 보편적 서비스의 훼손을 야기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평행선을 달리는 인터넷 종량제 논란과 관련하여, 함께하는시민행동 김영홍 국장은 “결국 망에 대한 관점의 문제가 아닐까”라고 지적한다. 즉, 인터넷 망을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할 것인가, 공공의 자원으로 인식할 것인가의 관점의 차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터넷 종량제가 단지 KT가 채택할 수 있는 요금 구조의 하나일 뿐이라면 KT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 이상의 논란은 무의미하다. 나아가 인터넷 종량제 논란을 계기로 공공적 관점에서 망에 대한 투자 계획과 요금 구조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란은 향후에도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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