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3호 여기는
총체적 헛소리, 포털 뉴스 공동 규약
이용자들의 요구를 모아 이용자 중심의 매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강룡  
조회수: 5173 / 추천: 58
해야할 일은 포털 뉴스를 거부하는 것밖에 없다. 최근 몇몇 포털 사이트가 뉴스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이른바 ‘공동 규약’을 발표했는데, 이렇게 눈가리고 아웅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뉴스 판매를 위한 영업 수단만 더 교묘해질 뿐이다. ‘더 유익한’ 뉴스 서비스가 되겠다는 오만함을 보라. 언제 단 한 번이라도 유익한 적이 있었나?

공동 규약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사회 이슈에 대해 특정 논조나 입장이 아닌 최대한 다양한 시각의 뉴스 전달
- 개인의 인격 침해 여지가 있는 기사 편집 지양
- 건전한 댓글 문화 정착 노력
-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뉴스를 가장 신속하게 전달

다 훌륭하신 말씀이긴 한데 잘못 짚으셨다. 포털 뉴스가 특정 논조를 띠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럴 역량도 없다. 예전에 ‘포털 뉴스는 보수 논조 일색?’ 같은 쓰레기 기사가 떠돌기도 했는데 그저 잘 읽히는, 잘 팔리는 기사만 골라 싣다 보면 어쩌다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는가.

다양한 시각의 뉴스를 전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에 가까운 기사를 제공하려는 노력이다. 뉴스 공급자들이 사실에 충실한 기사를 작성하지 않으니 포털만 나무랄 수 없겠다. 인격 침해 여지가 있는 기사 편집을 지양하려면 일단, 속칭 찌라시 언론 - 언론사 출신 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만든 소형 찌라시 포함 - 의 기사를 끊으면 된다. 찌라시 기사를 잔뜩 사 두고 창고에서 썩히시겠다는 말을 누가 믿겠나. 건전한 댓글 문화 정착 노력도 자기 모순이다. 포털 뉴스의 댓글 게시판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놀이터이다. 아주 지저분한 놀이터이다. 여론 형성 공간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헛소리일 뿐이다. 토론장이 아닌 놀이터를 만들어 놓고 놀지 말고 토론을 하라고 하면 어쩌나.

독자의 관심을 모으는 뉴스를 신속하게 전달하겠다는 말은 이번 공동 규약이 총체적 헛소리라는 것을 입증한다. 독자의 관심을 일으키는 것은 철저히 뉴스 제공자의 역할이다. 뉴스 생산, 공급자들이 사실과 진실에 근접한 보도를 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독자의 관심이 촉발되는 것이다. 어떤 기사가 포털 첫 화면의 주요 기사란에 걸리는 순간 독자의 관심을 모은다. 그것이 어떤 논조를 띠는지, 인격 침해 여지가 있는지, 건전한 댓글 문화 정착을 저해하는 것이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과 더불어, 포털 뉴스 편집진의 관심을 모으는 뉴스가 독자의 관심을 끄는 뉴스로 이름표를 바꿔 단다.

포털 뉴스를 겨냥했던 비난을 포털 뉴스 이용자들에게 돌려 보자. 포털 뉴스를 이용하는 다양한 목적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편리함이다. 그저 편하기 때문에 포털 뉴스를 본다. 현금 지불을 하지 않고 뉴스를 보는 대신 조회수를 지급한다. 당장 편리한데 어쩌겠냐는 생각이 포털 뉴스를 키우고, 포털의 오만과 헛소리를 부추긴다. 편리한 것은 나쁜 것이 아니지만, 편리함 속에 함몰되는 것은 위험하다. 대형 할인 매장의 노예가 되고, 휴대 전화의 노예가 되고, 자동차의 노예가 되듯, 포털의 노예가 되어 간다.

그동안 포털 뉴스는 인터넷 문화에 너무 큰 해악을 끼쳤다. 인터넷 문화는 거대한 유기체와 같아서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 능력을 지녔다. 포털이 입힌 상처를 포털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맡겨놓을 수 없다. 그저 상처 부위를 덮고 또 다른 상처를 입힐 것이기 때문이다. 몇 년간 지겹도록 지켜보지 않았는가. 인터넷 이용자들이 치유해야 한다. 발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놓기만 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편리함 속에 몸을 맡기지 말고, 조금씩 불편을 나눠 가져야 한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포털 뉴스보다는 다른 경로로 뉴스를 접하도록 하자. 지금 조금씩 불편을 분담하면 나중에 초래될 엄청난 불편을 막을 수 있다. 포털 뉴스 같은 것이 이 세상에 없어도 아무 지장 없다. 당분간 조금 불편하겠지만 그런 불편함은 금세 잊혀질 것이다. 필요하다면 인터넷 이용자들의 요구를 모아 이용자 중심의 매체를 만들면 된다.

포털이 자정 노력을 다짐하며 발표한 뉴스 제공 공동 규약에는, 포털 뉴스 이용자들이 스스로 불편함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깔려 있다. 자기도취에 빠진 건방진 포털 뉴스와 이제 헤어질 때가 되었다. 포털 뉴스와의 연애는 추억으로 접어두고 이제 새로운 상대를 찾아보자.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