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4호 사람들@넷
디지털도 역사가 된다?
복원되는 국내 최초 문화웹진 ‘스키조’(www.webarchive.or.kr)

김은주  
조회수: 3327 / 추천: 55
우리는 확실한 소수의견을 주장한다. 항상 다수 의견만이 지배하는 세상은 우리를 싫어할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생각은 언제나 소수로부터 나오는 것. 소수 의견조차 찾아볼 수 없다면 이 답답한 세상의 변화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가능하겠는가. 문화적 진보가 몇 마디 주장으로 가능할 리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기에서부터라도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이 구축되기 전인 90년 대 중반, ‘확실한 소수의견을 주장’하며 창간하여 하루 방문자가 10만 명까지 이르렀던 문화웹진이 있었다. 24호를 마지막으로 운영이 중단되었던 ‘스키조(Schizo)’. 이 사이트가 폐간된 지 8년 만에 그대로 복원된다.

지난 달 23일 한국정보문화진흥원(원장 손연기,www.infotrust.or.kr)은 정보트러스트센터(대표 윤영민,www.infotrust.or.kr)와 함께 ‘스키조’복원을 중심으로 디지털 유산의 복원, 보전 프로젝트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자칫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스키조’를 복원하는 것은 ‘인터넷 공간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가치 있는 디지털 정보들을 복원’하고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정보를 디지털 유산으로 선정하여 보존’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사업은 또한 정부와 기업, 엔지오(NGO) 간의 파트너십을 만들어 나가 디지털 유산을 보존하는데 필요한 정책적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스키조는 현재 50%정도 복원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의 반일감정을 예견하기라도 하듯, 96년9월의 창간호엔 ‘독도는 쓰레기다’는 제목의 칼럼이 보인다.

‘마일드 세븐’ 피우던 사람들이 갑자기 ‘88’과 ‘디스’를 찾을 때가 있었으니 때는 바로 독도 문제가 터졌을 바로 그 때다. 울릉도에 놀러가서 쓰레기나 버리고 왔을 사람들이, 한 번 밟아보지도 못하고 멀리서 구경하고 왔을 그 독도에 왜 광주보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보다) 더 강한 입장과 분명한 자기 태도(래 봤자 결국 ‘독도는 우리 땅이다!’ 라는 것뿐이지만 전두환은 처벌해야 한다는 단순한 입장도 우리는 얼마나 가지기 어려웠던가?)를 가졌는지. 독도가 우리 땅인지 일본 땅인지 임자 없는 외로운 섬이었는지를 떠나 나는 사람들의 그 광분하는 태도가 역겹기 짝이 없다.

요즘이라면 위풍당당한 댓글들을 못해도 수만 건 정도 달았음직한 발언이다. 극단적인 흑백의 의견 아니면 어설픈 중용이 대부분인 근래의 사이버 문화와 비교해 볼 때 상당히 창조적인 부분이 있다. 글쓴이의 ‘창의력’은 글 아래로 갈수록 그 농도가 더 짙어진다.

독도가 정말 ‘우리’ 땅이라면 여기서의 ‘우리’가 도대체 민족이 되어야 할 이유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영토는 민족의 소유가 아니라 명확히 국가 소유다. 민족과 국가가 분리되지 않았던 우리의 역사를 보라고? 우리나라가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어 굴러온 적은 발해가 망하기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조선 시대에도 위쪽 중국 땅에는 사라진 발해 유민이 다른 국적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 우리에겐 북한이라는 존재가 있다. 설마 아직도 북한을 국가가 아닌 괴뢰 도당들의 집단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없겠지. 민족과 국가가 늘 일치되어 왔다는 주장은 지배자들의 것일 뿐이다.

90년을 고비로 사회가 고민해야할 문제의식을 덜어내려는 의식이 팽배하고, 사회가 짊어져야 할 문제들을 묵인하려는 몰염치가 만연한 가운데 스키조는 패배의식보다는 나름의 잣대로 사회와 문화에 대한 주장을 폈던 몇 안 되는 대안 채널이었다.

우리는 흔하디흔한 문화 비평지들이 보여주는 현학과 요설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차라리 철학자들이 우글거리는 운동장에 떨어진 폭탄 같은 존재이길 원한다.

연예?오락?게임?섹스 관련 정보들로만 넘쳐나고 있는 현재의 인터넷 정보편중현상을 점치기라도 한 듯 창간사를 통해 이 같이 선언했던 스키조의 정신이 복원과 함께 우리 인터넷 문화에 나름의 자극제가 돼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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