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5호 나와
베네주엘라 민중운동의 경험을 한국에 전하고 싶어요
볼리바리안 혁명’의 현장에 있는 네오스크럼님 (blog.jinbo.net/neoscrum)

정우혁  
조회수: 3302 / 추천: 57
동료들과 함께 있는 네오스크럼님(앞쪽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이 네오스크럼님이다.)


정우혁 : 안녕하세요?
네오스크럼: 오래 기다렸죠?

정우혁 : 괜찮습니다.
네오스크럼: 지금 여기는 축제기간이거든요. 학교에서 밥을 나눠주는데, 그거 먹고 오느라 좀 늦었어요.

정우혁 : 밥은 중요하죠. 더군다나 타향에 계시니, 꼭 잘 챙겨 드셔야 합니다. 그럼 이제 슬슬 인터뷰를 시작해 볼까요? 일단 베네주엘라에 가신 동기가 무엇인가요?
네오스크럼: 여기에 온 이유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혁명의 진행상황을 보러 왔어요. 차베스 정권 보다는 차베스 정권을 낳은 민중운동을 보고 싶었어요. 그들이 어떻게 싸워왔는지, 조직은 어떤 형태인지, 현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목표는 무엇인지, 그들의 경험 중에서 우리가 배울것은 무엇인지 등등 이런 것들을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베네수엘라 운동진영의 경험을 한국의 운동진영에 전하고 싶어요.

정우혁 : 한달 정도 계시면서 베네주엘라 사회에 대해서 느낀 것들이 있을 텐데요.
네오스크럼: 아직은 경험이 일천해서 별로 이야기 할 게 많지는 않은데요. 먼저 느껴지는 것은 여긴 ‘계급 전쟁’ 중이라는 거예요. 부르주아 사회와 빈민 간에 적대감이 대단한데, 그것은 1989년 베네주엘라 민중봉기 때 군인들의 폭력진압과 차베스 정권 이후 쿠데타 등을 거치면서 서로간의 적대감이 굉장히 커진 것 같아요. 그건 어쩌면 변혁과정 중에 당연한 것일 수도 있죠. 그래도 이번 주부터 저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계시는데, 자신들이 ‘피를 흘리지 않는 혁명’이라는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하더군요.

정우혁 : ‘피를 흘리지 않는 혁명’이 무슨 의미인지요?
네오스크럼: 베네수엘라는 아옌데 정권의 실패이후 처음으로 선거를 통한 혁명을 진행 중인데, 그 간에 쿠데타 시도 등이 있기는 했지만, 반대 계급에 대한 학살이나 처단 등은 전혀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혁명’을 진행 중인 것이죠. 그리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동안 만난 활동가들과 여기 운동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한국의 운동과는 다르게 철저히 아래로부터의 운동이라는 점입니다. 베네주엘라의 단체들은 대표자, 혹은 소위 지도자’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으며, 권력의 대체를 지향하기 보다는 현실 민중을 조직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정우혁 : 그렇군요.
네오스크럼: 그래서 차베스 역시도 항상 자신이 이 혁명의 주체가 아니고 민중들 당신이 이 혁명의 주체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요, 이는 기존의 동유럽에서 보여줬던 사회주의 혁명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지의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서 네오스크럼님 접속이 잠시 끊김) 오늘따라 인터넷이 또 불안하네요. 실제 현지 활동가들과 좀 더 깊고 구체적인 대화를 하고 이런 내용을 블로그를 통해서 전하고 싶은데, 제가 여기 언어가 서툴러서 아직은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고 치페스, 페르디 베르날(까라까스 시장) 그리고 조직된 공동체와 함께
하는 볼리바르주의자들의 노동. 혁명은 전진한다.


정우혁 : 그래도 네오스크럼님 블로그에 베네주엘라 혁명의 흔적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사진들과 설명이 있어서, 그런 작업들만으로도 느껴지는 바가 많습니다.
네오스크럼: 네. 후후... 고맙습니다. 지금은 겨우 구경꾼 수준의 사진만 올리고 있을 뿐입니다. 한글설명을 위한 번역은 여기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영어와 스페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친구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요. 저도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제 이틀 되었습니다. 저희 선생님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문맹률 퇴치를 위한 작전인 ‘미션 로빈슨’을 맡고 계시기도 해서 아주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정우혁 : ^^;; 근데 ‘미션 로빈슨’이 무엇인가요?
네오스크럼: 베네수엘라에서는 아주 많은 작전들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 중에 ‘미션 로빈슨’은 신자유주의 이후 무너진 교육 시스템을 아래로부터 다시 세우기 위한 것으로, 일종의 문맹자 퇴치를 위한 정부의 혁명프로그램입니다.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이 강화되면서 빈부격차가 커지고 실업률이 높아지자 학교에 다닐 능력이 되지 않는 빈민들이 중도에 학교를 그만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을 다시 학교에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작전입니다. 이것은 두가지 목적이 있는데, 하나는 교육을 통해 민중들이 실제적인 혁명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고, 둘째는 양질의 노동인력을 키우기 위한 것입니다. 둘 다 새로운 베네수엘라의 건설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들이지요.

정우혁 : 거기서는 주로 어떤 활동가들하고 함께 생활하고 계신가요?
네오스크럼: 여기서 저는 작년에 서울국제노동영화제에 참석했던 ‘마르셀로 안드라데’와 함께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대체로 미디어 활동가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주변에는 외국에서 이곳 상황을 돕고, 또 취재를 위해 달려온 많은 외국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우리끼리 이야기인데요, “이 마을은 정말 진정한 인터내셔널이야” 하면서 키득키득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후후...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만 해도,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영국, 네델란드 등 다 세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정우혁 : 한국의 경우 미디어 활동가라고 한다면, 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영상활동가들이 많잖아요. 그쪽의 미디어와 관련된 상황이 한국과는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네오스크럼: 네. 여기서는 주로 ‘공동체 방송’을 중심으로 많이 움직입니다. 인터넷은 보급률이 워낙 낮은데다가 속도가 늦기 때문에, 아직 베네수엘라에서 주류 미디어에 속하지 않습니다. 주로 공동체 라디오와 비디오테이프 보급 등을 통한 운동이 여기의 기본적인 미디어 운동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여기의 공동체 라디오 모델은 오히려 한국에서 많은 연구 대상이 되기도 하지요. 후후... (현지 인터넷 사정으로 네오스크럼님 접속이 잠시 끊겼다가 다시 연결됨)

정우혁 : 인터넷 접속 상황이 정말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네오스크럼: 네. 처음에 여기 왔을 때는 ‘인포센뜨로’라는 무료 인터넷 피시방에서 인터넷을 사용했었는데, 그때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밖에 사용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미국에서 오는 한 친구에게 돈을 주기로 하고 무선랜 공유기를 사다가 인포센뜨로에 설치하고 지금은 마르셀로 사무실에서 24시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데... 속도가 워낙 느린데다 자주 끊기는 점이 문제에요. 블로그에 사진을 한 장 올리는데도 수십 분이 걸릴 때가 있죠. 실은 여기가 너무 느린 게 아니라 한국이 너무 빠른 것 같아요. 다른 나라는 대부분 이런 수준이라는데. 특히 동영상을 보기가 너무 어려워요. 리얼미디어를 사용하면 속도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될 수 있을텐데. 그래서 아예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다운로드 받아서 보죠. 다운로드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으면 힘들지만. 외국인들이 리얼플레이어를 많이 쓰는 이유를 여기 오니깐 알겠더군요.

우고 치페스, 페르디 베르날(까라까스 시장) 그리고 조직된 공동체와 함께
차베스 정권의 민중 문맹퇴치 프로그램인 미션로빈슨(Mision Robinson)이 진행되는 장면.


정우혁 : 블로그에서 방을 구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구하셨나요?
네오스크럼: 아뇨. 지금도 방을 구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번주 내에 계약을 하고 7월중에 독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우혁 : 오~ 축하드려요.
네오스크럼: 문제는 가구들입니다. 이제 새집에 들어가면 침대부터 책상, 냉장고 등 모든 가구를 새로 사야하는데, 이게 걱정이에요. 베네수엘라는
공산품들의 물가가 엄청나게 높은 나라거든요. 한국의 2-3배에서 10여배까지 비싸기도 합니다. 그것 역시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여기 모든 산업이 무너진 덕택이지요. 석유 산업만 남겨놓고 농업부터 모든 산업을 초토화해버리고 나니 모든 공산품과 식품을 외국에서 수입해야 할 상황이라 물가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 차베스는 토지개혁을 통해 농업을 다시 살리고, ‘미션 메르깔’ 정책을 통해 빈민들에게 싸게 음식을 공급하면서, 더불어 국내 중소기업을 육성하려고 노력중입니다. 혁명 세력이 신자유주의로 무너진 사회의 아래로부터 위까지 모든 것을 새로 지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죠.

정우혁 : 블로그를 보니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많이 도와주는 것 같더군요.
네오스크럼: 네. 여기 생활 모든 것들에서 동료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지요. 마르셀로는 활동가로서 기본적인 ‘연대’라고 하지만, 과연 이
친구들이 한국에 왔을 때 내가 이렇게 도와줄 수 있을까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정우혁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네오스크럼: 저는 앞으로 여기 언어가 좀 자유로워지면 한국의 인터넷 경험들을 전해주고, 인터넷이 자리 잡기 전에, 베네주엘라 운동진영이 여러 가지 대응과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예정입니다. 인터넷과 관련된 경험이야 우리나라 활동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상황이니까요. 제 계획으로는 3개월 내에 최대한 스페인어 기본을 마스터하고 더듬거리는 말이라도 익혀서 이 사회 속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많은 사람과 활동가 단체들을 만나고 싶어요. 그래서 여기 혁명에서 우리가 배울 점들, 우리가 반성할 점들, 여기의 문제점 등을 전하고 싶습니다. 음... 일단은 8월말까지가 문제인데요. 제가 여기 안식휴가를 이용해서 온 것이라, 8월말에 휴가가 끝납니다. 그래서 8월말까지 최대한 여기 적응을 위해 노력하고 만일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8월말에 한국으로 돌아가고요. 만일 8월말에 여기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을 경우에는 장기 체류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장기 체류를 시작하면, 베네수엘라의 공동체 운동에 대한 다큐를 만들고 싶고, 여기에 대한 분석적이고 구체적인 소식들을 글로 전하고 싶어요.



정우혁 : 장기체류하는데 문제는 없나요?
네오스크럼: 지금으로서는 비용이 가장 큰 문제에요. 장기체류에 들어갈 경우에는 9월부터 월급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때는 거의 ‘돈이 떨어질 때까지 버텨보자’ 수준이 아닐까 싶네요. 후후.. 항상 돈이 문제죠. 뭐.. 여기서는 일자리도 워낙 없는데다 임금이 워낙 낮기 때문에 여기서 일자리를 구해 산다는 건 상당히 힘들 것 같아요.

정우혁 : 모쪼록 어려운 문제들이 잘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정말 감사드립니당... ^^;;
네오스크럼: 네. 밤늦게 고생 많았어요. 챠오~

정우혁 : 고생하셨어요. 건강하시구요~
네오스크럼: 넵. 아디오스~
정우혁 : 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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