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5호 미디어의난
어르신 휴대전화 활용하기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의 찾아가는 생활미디어 교육

유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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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디지털시대, 멀티미디어 시대라고 하지만 그 혜택을 모두가 누리지는 못한다. 특히 노년층은 사회 모든 영역에서 소외되고 있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영상미디어는 둘째치고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휴대폰, 디카, 블로그 또는 미니홈피 등의 활용조차 중장년 및 노년층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이에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에서는 개관 준비 프로그램 중 하나로 문화 및 미디어 소외계층인 중장년 및 노년층을 대상으로 생활미디어 활용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주로 기초적인 생활미디어에 대한 활용도가 떨어지는 중장년 및 노년층들이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었다. 주요내용은 ‘휴대폰과 친해지기: 자기 휴대폰의 구조와 기능 알기’, ‘메뉴 구조, 벨소리 설정, 단축키’, ‘전화번호 등록, 문자보내기’, ‘기타 활용 및 모티켓’ 등이었다

미디어센터가 왜 휴대전화 활용 교육을?
미디어센터 개관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다양한 집단과 계층의 이해와 요구에 부합되는 미디어교육을 고민하고 그것을 <영.시.미> 사업에 반영하려고 노력했으며, 되도록이면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을 고려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아직 미디어센터가 개관 전이라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장비나 여건이 미비하다는 내적인 상황도 물론 고려되었다.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미디어를 생각하고 그 중 휴대전화에 주목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단순한 문자전달 도구에서 멈추지 않고 발 빠른 사회적 이슈화의 도구가 되었지만 노년층에게는 여전히 단순히 전화기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이러한 현실은 휴대전화의 많은 기능과 그 가능성에 비춰볼 때 소외의 의미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세 가지 고민
이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 있어서 세 가지가 고민되었다. 첫 번째는 휴대전화 전문강사의 확보이고, 두 번째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 경험의 부족이었으며, 세 번째는 휴대전화 제조사나 모델에 따라서 사용법이 각기 다른 데 따른 혼란의 우려였다. 맨 처음 노년층을 위한 휴대전화 활용교육을 진행한 대한어머니회 서울연합회에 전화해 이것저것 문의했지만, 대한어머니회는 아직 지방 교육프로그램 진행 계획이 없다고 했다. 우리도 대한어머니회처럼 이동통신사에 전문강사 협조요청을 하려 했으나 접근하기에는 문턱이 높았고 어르신을 대상으로 교육하는데 굳이 이동통신사의 전문강사가 아니어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교육의 목표 수준을 어르신들에게 문자 입력 방법이라도 알려드려서 친구분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손주나 며느리와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정도로 잡는다면 충분히 우리 중 누구라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휴대폰 좀 보자고 해서 이것저것 조작해보는 버릇이 생길 정도였다.)
노인 대상 교육이나 사업 경험이 없는 문제는 지역 노인복지관이나 관련 단체와 연계해 진행하는 것으로 해소했다. 교육프로그램 기획서를 짠 후 지역 노인복지관 몇 군데에 전화해 의견과 조언을 듣고 같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의사가 있는지 타진했다. 그중 한 노인복지관이 우리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였다. <영.시.미>에서는 강사 및 교육을 맡고 노인복지관 측에서 수강생 모집과 교육공간 제공을 맡아 사업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휴대전화 제조사나 모델에 따라서 각기 사용법이 다른 점은 역시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기능은 거의 같거나 비슷하고 교육 내용의 핵심인 문자입력 방식은 두 가지 정도이기에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수강신청을 받을 때 어르신들이 사용하고 계신 휴대폰 모델명을 기재 받게 하였다. 젊은 사람도 휴대폰 모델명까지는 잘 알지 못하는데 어르신들은 오죽하랴. 그래서 접수받는 노인복지관 담당자가 어르신한테 휴대폰을 잠깐 달라고 해서 배터리를 제거하고 모델명을 직접 적었다. 강사가 모든 휴대폰의 사용법을 마스터할 순 없다 해도 최소한 교육에 참가하는 어르신의 휴대폰에 대해서만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휴대폰 제조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사용설명서를 다운받을 수 있었고 이것은 교육자료를 만들 때 상당히 유용하게 쓰였다.

진행 과정
노인복지관의 기본 이용자 수가 많아서 홍보를 많이 한 것도 아닌데 의외로 수강생 모집은 수월했다. 오히려 모집 2-3일만에 정원이 다 찼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그만큼 어르신들의 휴대폰 활용에 대한 욕구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원은 20명으로 잡았지만 모집 초기에 이미 20명을 초과했고 교육기간 중에도 몇 분 더 신청해 30명 가까이 되었다. 교육 여건을 위해서 정원은 정했지만 어르신들이 배우고 싶다는 것을 물리치기가 쉽지 않았다. 그만큼 어르신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고 교육에 임하는 모습도 너무 열성적이었다. 잘 보이지 않는 휴대폰을 돋보기로 열심히 들여다보시는 분, 강사가 분위기 전환용으로 다른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하면 당장 본론에 들어가자고 하시는 분, 중간 휴식시간에도 쉬지 않으시며 연습하고 질문하시는 분, 심지어는 강사의 교수방법에 대해서 조언하는 분까지 계셨다.
처음에는 메인강사 1명과 보조강사 1명으로 시작했는데 강사 2명으로는 부족했다. 휴대폰 모델이 다양하기에 공통 개념만 설명하고 대부분은 일 대 일 교육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강사 2명이 20명이 넘는 사람을 돌아다니면서 일 대 일 교육하기가 힘들뿐더러 그러면 많은 내용의 교육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보조강사 2명을 더 추가하여 2일차부터는 총 4명의 강사로 진행하였다.
그날그날 교육이 끝나면 과제도 있었다. 강사가 보낸 문자메시지 확인하기, 강사에게 문자 보내기, 강사가 보낸 문자메시지에 답장하기 등이었는데, 내 휴대폰에 쌓이는 어르신들의 문자메시지는 적잖은 감동과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다.

성과와 과제
처음으로 실시한 휴대전화 활용 교육이었지만 반응이나 평가가 좋아서 교육이 이루어졌던 노인복지관에서 차후 교육에 대한 요청을 하고 있다. 또 이 프로그램은 모 기관의 요청으로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하반기에는 다른 노인복지관에서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개관을 앞둔 <영.시.미>에 다른 단체와 함께 협력하여 사업을 한 좋은 경험이 되었고, 우리가 설정한 교육목표나 교육내용이 수강생이 배우고 얻고자 하는 부분과 어느 정도 일치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하였다. 다른 단체와 공조해야 하는 사업이라면 교육 대상에 걸맞은 사업 파트너와의 좋은 관계 설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스스로도 아쉽게 생각되는 부분은 교재이다. 휴대폰 모델이 다양하기에, 그리고 처음 이루어지는 교육이기에 교재가 썩 잘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젊은 사람에 비해서 이해도가 떨어지고 기억력도 좋지 않은 어르신들을 고려하면 좋은 교재의 개발이 필요하다.
처음으로 <영.시.미>가 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노년층을 위한 프로그램에 대한 필요와 요구가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노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이때에 노년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기획과 확산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외적인 부분을 언급하면서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희석(?)시켜보도록 하겠다. 어르신들이 휴대전화를 조작하기에는 너무 글자나 버튼이 작고 사용법이 복잡하다. 심지어는 사용설명서조차 어르신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어르신들이 사용하기에 불편이 없고 진짜 필요한 기능만 있는 휴대전화가 나오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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