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5호 교육과
개똥녀, 김일병 그리고 주민등록증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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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1. 교실-수업 중 교사의 잔소리
교사 : 진짜 공부(수능 공부가 아닐 수도, 진짜 수능 공부일 수도)를 하지 않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제대로 생각하지 않으려면 말하지 말라!
학생들 : ???
교사 : 인터넷 상에서 벌어지는 요즘의 일에 대해 알고 있는가?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판단한 상태에서 여기저기에 설익은, 아니 잘못된 생각을 퍼뜨리는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생들 : 무슨 말? (무슨 일이 또 있었나???)
교사 : 개똥녀를 아는가? 김일병의 신상뿐만 아니라 그의 사진, 미니홈피가 공개된 것을 아는가? 심지어 대표적인 신문사의 기자가 그런 것을 알고 있는가?
학생들 : 아아~~~. 그럼 안 되죠. 어떻게 그런 일이. 인터넷 회사와 신문사에 전화하자...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학생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해 어느 정도는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정말 제대로 된 인권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상황2. 교무실, 동사무소 직원이 찾아 옴
동사무소 직원 : 학생들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는데, 지문을 찍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서 찾아 왔습니다.
교사 :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동사무소 직원 : 학생들을 불러주시면, 바로 여기에서 지문을 찍어가려고 합니다.
교사 : 그러시죠.(역시, 아무 생각 없이, 방송으로) 해당 학생들은 교무실로 오기 바랍니다.
학생들 : 무슨 일로 부르셨는지요?
동사무소 직원 : 주민등록증 발급하기 위해 지문을 받으러 왔습니다.
학생들 : 네. 그럼 찍어야죠.

어떻게 내가 다니는 학교를 알았으며, 지문을 찍어야만 하는 근거는 무엇이며, 나의 개인 정보는 어떻게 보관되고, 사용되는 지에 대해 궁금함을 얘기하는 사람도, 궁금증을 알아서 풀어주는 사람도 없었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 학생들, 아니 우리 모두는 우리의 개인 정보에 대해 너무나도 무관심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사실 인권에 대해 논의는 많이 하면서, 그 체계와 일관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인권운동가나 관심을 가지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일관성을 가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라크에 파병하는 우리 군의 모습에 대해 학살행위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발끈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자신이 경험한 세계만이 정당하고 옳은 것이라는 착각 속에 빠지기 십상이다. 모른다고 해서,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은 틀린 말이다. 일반적이고, 일관된 자세를 가지지 않았다면 자신의 말이 다른 이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학생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모든 교육의 목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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