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5호 리눅스야놀자!
네티즌 참여로 수행되는 과학 연구 프로젝트들
자신의 PC를 빌려줍시다

소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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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구조를 분석 연구하는 프레딕엣홈(Predictor@home)


세티앳홈 클라이언트 프로그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보면 개미들이 자신의 공동체에 생긴 긴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백마리가 모여 더듬이를 맞대고 하나의 유기체처럼 사고하는 장면이 나온다. 수백개의 두뇌를 더듬이로 연결해 신경망을 이루어 사고함으로써 뇌의 생물학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소설에서 개미들은 이 과정을 통해 개미 한 마리 한 마리가 한참을 고민해야 할 문제를 순식간에 풀어낸다. 일종의 사고의 병렬처리인 것이다. 물론 이건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지만, 이와 같은 매커니즘은 참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읽어야 할 책이 많거나 생각할 일이 많아 머리가 복잡할 때, 옆사람의 뇌를 연결해서 같이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며칠씩 야근할 때면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이 들곤 한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뇌를 빌려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못했지만, 컴퓨터는 이런 식으로 일할 수 있다. 세티앳홈(Seti@home)이라는 천문학 프로젝트가 그것인데, 지능을 가진 외계생명체를 찾기 위해 우주에서 날아오는 전파 데이터를 프로젝트 지원자들의 컴퓨터에 나누어 주어 분석하는 것이다. 분석해야 할 전파 데이터가 워낙 방대한 양이라 연구실의 컴퓨터로 다 감당하지 못하고 지원자들에게 계산을 의뢰하는 것이다.

원리만 보면 사실 별 것 아니다. 이런 매커니즘이야 초등학생들도 숙제를 할 때 쓰는 것이지만, 이 프로젝트는 오늘날의 컴퓨터 테크놀로지들을 십분 활용하고 있어 눈 여겨 볼만하다.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싶은 사람은 웹사이트에 접속해 회원등록을 하고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하게 되는데, 이것으로 지원자가 해야 할 일은 끝이 난다. 일감을 받아오고 계산한 결과를 돌려주는 모든 과정을 이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이 알아서 해 주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점은 이렇게 지원과정을 쉽게 해놓음으로써 수많은 지원자를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계의 수천만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수퍼컴퓨터에만 의존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세티앳홈 프로젝트와 같은 분산 컴퓨팅에는 매력적인 면이 또 하나 있다. 이 프로그램은 클라이언트 컴퓨터에서 남는 시피유(CPU)타임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클라이언트가 계산을 하고 있어도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쓸 때 성능저하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여분의 시피유타임도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마찬가지므로, 일종의 낭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버려지는 자원을 이용해 계산을 하니 얼마나 경제적이면서도 환경 친화적인가? http://seti.or.kr에서 사용자등록과 윈도우, 리눅스, 매킨토시용 데이터분석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있는데, 아인슈타인앳홈(Einstein@home)이 그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블랙홀의 충돌이나 별의 폭발 같은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중력파에 의해 시공간에 파동이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지금까지 그런 파동을 관측한 사례가 없다고 한다. 그 중력파의 존재를 밝히기 위해 미국과 독일에 각각 첨단 관측소가 세워졌으나 관측자료를 분석하는 데에는 엄청난 규모의 컴퓨터 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앳홈 프로젝트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 발표 10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물리의 해’ 기념사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인슈타인앳홈은 500만대 이상의 컴퓨터가 참여한 세티앳홈과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자세한 내용은 관련홈페이지인 http://www.physics2005.org/events/einsteinathome을 참고하면 된다.
그 외에도 단백질 구조를 분석 연구하는 프레딕토앳홈(Predictor@home)과 기상예측을 위한 클라이밋프레딧션닷넷(Climateprediction.net) 프로젝트들도 있다.

리눅스를 비롯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협업 성격의 연구개발 방식이 더욱더 활성화 되어 컴퓨터 문화로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다. 프로젝트가 가지는 성격상, 이 방식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캠페인에서 주고 쓰이는데, 이런 비상업적인 연구는 대부분 예산부족으로 난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통해 아낄 수 있는 컴퓨터 자원과 에너지는 어떠한 형태로든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환경을 지켜줄 것이다. 독자여러분도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하나 정도 가입해, 남는 시피유타임을 훌륭한 목적으로 사용해보면 어떠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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