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6호 장애없는
네이스의 악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사회복지판 네이스 ‘국가복지정보시스템’

소장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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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복지정보시스템 구축작업이 한창이다. 이 사업은 일명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복지정보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대상자별 각종 복지서비스의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 또는 공유함으로써 복지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2003년 8월 참여정부 전자정부 로드맵 추진과제의 하나로 선정돼 시작됐으며, 2004년 11월 LG CNS 컨소시엄이 국가복지정보시스템 계약자로 결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8월 18일로 1차 사업이 완료된다.

1차 사업의 주요 내용은 복지정보포탈의 기본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복지시설을 대상으로 복지서비스 이력관리시스템 및 장애인복지 서비스 이력정보 공동이용시스템 구축, 장애인복지서비스 신청시스템 구축 등의 사업도 1차 사업 계획에 포함돼 있다. 이와 동시에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를 중심으로 장애인복지관 업무전산시스템 구축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2001년 11월 ‘장애인복지관 업무전산화 표준화 연구용역’이 실시되면서 시작돼 웹통합네트워크시스템 구축, 광역시 복지관 테스트 등을 거쳐 2005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는 지난 7월 19일 숭실대 사회봉사관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공청회의 목적은 장애인복지관 업무전산시스템과 국가복지정보시스템의 연계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이날 공청회는 국가복지정보시스템과 관련한 첫 공청회이기도 했다.

눈치가 빠른 독자들은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국가복지정보시스템은 지난 2003년 우리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온 ‘네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연상케 한다. 실제 장애인복지관 업무전산시스템에 입력되는 장애인들의 개인정보는 네이스 못지않게 매우 구체적이다. 성명, 주민등록번호, 가족경제적 사항, 가족구성, 가족내 장애, 장애의 원인, 장애정도, 장애발생시기, 장애발생부위, 중복장애, 생육사(임신시 문제, 출생시 문제, 출생후 문제), 개인신체발달, 언어발달, 진단내역, 신변처리정도, 진료사항, 학력, 심리사회적 발달사항, 교육정도, 서비스 영역별 서비스 수혜 종류, 서비스 수혜기간, 초기?중기?종결 평가내용, 서비스 매 회기 치료 및 부모상담 내용 등.

정보가 입력되는 과정에서도 장애인당사자나 부모의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개인정보를 입력할 때 자원봉사자가 활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복지관 서버에 방화벽도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 해킹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7월 19일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군산장애인종합복지관 김성진 직업재활팀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복지관의 서버에 방화벽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해킹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또한 장애인들의 개인정보 보안에 대해 종사자들이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지 못한 부분도 노출되고 있다. 종종 프로그램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자리를 비우는 행위들은 장애인들과의 신뢰성 문제와 함께 정보유출로 연결될 수도 있다. 특히 기존의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자원봉사자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다수 별도 교육없이 투입되는 경우를 여러 기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국가복지정보시스템까지 활용하게 된다면 개인정보 보안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개인정보 공동이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온라인 또는 방문을 통한 동의서를 당사자로부터 받아야 하며 동의된 정보만 조회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또 업무수행 시 필요한 개인정보 조회는 복지부에서 인가한 담당자만 이용 할 수 있으며 행정업무 이외에는 이용 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모든 개인정보 조회에 대한 이력정보는 영구 보관되며, 언제 누가 이력정보를 이용했는지 추적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관리 체계를 마련했다며 개인정보 보안문제는 걱정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의 판단처럼 간단치가 않다. 일단 장애인의 상세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자체에서부터 아무런 문제점이 없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과연 어떠한 법적 근거를 갖고 개인정보를 수집해 이용하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복지정보시스템 구축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은 대표적인 정보취약집단이다. 공교육의 기회도 제대로 제공받고 있지 못할뿐더러 컴퓨터 보급률, 인터넷 사용률도 비장애인에 비해 매우 낮다. 주요 언론들도 장애인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기 때문에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도 관련 정보를 접할 수가 없다.

당연히 정부가 장애인관련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장애인 당사자에게 밀착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복지정보시스템과 관련한 공청회는 지난 7월 19일 열린 것이 유일하다. 그나마 1차 사업 완료시점을 정확히 한달 앞둔 시점에서 열린 공청회였다. 공청회를 통한 의견수렴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증거가 명확한 것이다.

이번 문제는 비단 장애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6년까지는 보건분야와 노인분야로 사업 대상을 확대하고, 2007년까지는 아동, 여성, 청소년 등 복지 전분야로 확대한다는 것이 국가복지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의 단계별 사업추진계획이다. 바로 지금은 국가복지정보시스템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 시민사회가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

* 에이블뉴스(www.ablenews.co.kr)는 지난 2003년 12월 창간된 450만 장애인 대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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