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7호 리포트
대학, 정보인권불감증 심각
서울대기숙사 정맥인식기 설치, 대학입학전형 주민등록증 사용강요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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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효율성만을 내세우는 정보인권의 사각지대인가. 정보인권활동가모임과 서울대 기숙사생들은 지난 8월 9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대학의 정보인권 불감증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서울대학교에서 기술사 출입 시스템으로 정맥인식기를 설치한 것과 대학들이 입학전형에서 주민등록증을 요구하는 것이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서울대 기숙사는 지난 2004년 11월 경 카드키를 이용해 문을 여는 기존의 출입 시스템을 손등 정맥의 혈관을 인식하는 시스템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서울대 측은 출입 시스템을 바꾼 이유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았고, 특히 생체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정보주체에게 동의를 얻는 과정도 없었다고 진정인들은 지적했다. 진정인들은 인권침해의 주요 내용으로 △개인의 동의없이 생체정보를 수집한 점 △수집목적에 대한 아무런 공지가 없었던 점 △생체정보 수집관리정책에 대하여도 공개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들었다. 특히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데 있어 최소 수집요건을 지켜야 하는데, 기존의 카드키 시스템에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하는 시스템으로 바꾸었다는 점에서 생체정보 수집자체를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렇게 생체정보 수집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서울대 측은 “오는 2학기부터 기숙사생의 동의를 얻어 정보를 재입력하고 정맥인식기를 사용하지 않는 기숙사 건물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낸 학생들은 “개인의 고유한 생체정보 수집은 다른 개인정보와 연동되어 오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맥인식기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한편 8월 대학입학수시전형과정에서 각 대학에서는 주민등록증만을 신분증으로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이 과정에서 인권침해 사례도 빈번하다는 것도 밝혀졌다. 건국대의 경우 지난 7월 29일, 주민등록증이 없는 전형자에게 수험번호와 이름이 적힌 카드를 들게 하고 사진을 찍어 전형자들에게 모욕감을 주기도 했다. 진정인들은 주민등록증이 아닌 다른 신분증을 사용하는 것이 범죄도 아닌데 대학에서 임의로 전형자들을 범죄인 취급을 했다고 주장했다. 금융거래과정에서도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학생증이나 청소년증을 신분증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입학전형과정에서는 주민등록증만을 인정하고 있어 지문날인반대자들이 피해와 차별을 받았다고 진정인들은 주장했다.

대학의 정보인권불감증은 학문의 다양성과 자유로운 생각을 보장해야 할 대학에서 효율성만을 내세워 구성원들에게 획일성을 강요하고, 개인의 자기정보통제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다른 영역의 정보인권불감증보다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개인마다 고유하며 변하지 않는 정보인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하는 것이 늘어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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