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8호 기획
CCTV,의심스런 범죄예방효과
강남구CCTV 실효성문제 제기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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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도 회전 기능, 100m 범위에서 자동차 번호판까지 식별할 수 있는 줌(zoom) 기능, 원격 조정 기능을 갖춘 CCTV. 이러한 CCTV 272대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통합 관리하는 국내 최초의 첨단 디지털 방식의 관제 센터. 범죄 장소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방향으로 범행 장소와 가장 가까운 CCTV 5대가 동시에 주변을 검색하는 투망검색 기능.강남구 CCTV 관제센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강남구가 무려 80억을 투자해서 만든 것이다. 다음은 이에 대한 언론 기사의 제목들이다.

“방범용 CCTV 국제적 관심”, “경찰, 모처럼 ‘좋은 소식’… 강남 CCTV 나흘만에 도둑잡아”, “절도범잡은 ‘빅브러더’…강남 CCTV 첫 개가”, “CCTV, 범죄 감소 효과 입증”

가동 4일만에 절도범을 검거한 것, 100일만에 범죄율이 31.5%가 감소한 걸 두고 강남구청과 강남경찰서는 물론, 언론들 역시 CCTV의 범죄예방효과를 재확인했다고 호들갑이었다. 여기에 강남경찰서장은 CCTV 1대가 경찰관 100명 보다 낫다고 지나친 과장을 덧붙이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통계자료 - 강남구 범죄감소율, 서울시 평균에도 못미쳐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CCTV가 범죄예방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와서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8일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정보인권활동가모임, 민주노동당 강남구위원회는 강남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CTV 설치 전후 범죄율을 보여주는 서울경찰청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강남경찰서가 CCTV 관제센터를 운영한 지난 11개월 동안 CCTV를 활용해 범인을 검거한 건수는 36건에 불과했다. 또 지난해 8월 CCTV 설치 이후 올해 7월까지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등 이른바 5대범죄의 범죄율(인구 10만명당 발생건수)은 1424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9% 감소했지만 서울시 감소율 평균인 12.6%에는 턱없이 못 미쳤다. 이는 서울시 전체 31개 경찰서 가운데 24위에 그친 것.
월별 5대범죄율은 CCTV 설치 직전 122건에서 설치 한 달만에 95건까지 감소했으나 6개월 후인 올해 2월에는 123건으로 다시 증가해 '반짝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또 CCTV 설치 직후 5개월의 범죄율과 그 이후 6개월의 범죄율을 비교해보면 서울시 평균치가 0.01% 감소한 반면 강남구는 16.7%나 증가했다.



CCTV 범죄예방효과 실효성 문제 제기돼

언뜻 생각해보면 당연할 것 같은 CCTV의 범죄예방효과는 사실 그다지 명백하지 않은 듯이 보인다. 물론 CCTV가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상당 수 있다. 그러나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는 역효과까지 갖는다는 보고도 있다.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우의 경우, 1994년에 32대의 카메라를 설치하였는데, 스코틀랜드의 정부중앙연구소(The Scottish Office Central Research Unit)의 조사 결과를 보면, 범죄발생율이 올라가고, 검거율이 떨어졌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영국의 내무부가 발행한 2002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CCTV의 효과가 가로등 하나를 추가 설치하는 것에도 미치지 못한다. 방범용 CCTV가 무수히 설치된 영국의 경우에도 CCTV가 범죄예방이 있다고 단언할만한 근거는 아직 얻지 못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도 우발적 범죄, 마약이나 술로 인한 범죄 등은 감시 여부와는 무관하게 저질러지는 것들로서 CCTV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또한 전문적인 범죄 행위는 CCTV를 피해서 또는 무력화시키면서 행해지기 때문에 막기 어렵다. 실제로 언론에서는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강남구 CCTV 바로 옆에서 수차례 전문 절도범의 범행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의 박준우 활동가는 “CCTV가 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은 쓰레기 투기, 방뇨, 미성년자 흡연, 교통위반, 낙서, 싸움, 방해, 만취, 상스러운 행동, 동네 주차구역 침범 등 소수의 ‘기회주의적’ 형태의 범죄를 감소시키는 데만 효과가 있다”며 CCTV의 효과가 극히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안심은 곧 방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시민들은 CCTV가 범죄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강남구 측에서도 항상 강조하는 것이 80%에 가까운 시민들이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인권단체 측에서는 설문조사의 내용과 방식에 대해서 강력히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CCTV의 인권침해적 소지와 CCTV의 효과가 논란 중에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불공평한 설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강남구청은 설문조사의 결과만을 말할 뿐 설문의 대상이 어떻게 선정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어 표본집단의 공정성 역시 의심되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 ‘무엇이든’ 해야한다”라는 당연하고 단순한 요구가 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는 대체로 CCTV에 대한 찬성표로 귀결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가 없는 가운데, 대중의 요구는 왜곡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연구, 장기적이고 꾸준한 대응 활동은 추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강남구청의 CCTV 설치가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이 범죄예방이라는 대중의 요구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보기는 아직까지 많이 이르다고 볼 수 있다. 또한 CCTV가 안심을 가져다 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 안심이 잘못된 방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사실상 존재하고 있다. 실제로 범죄예방효과가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CCTV로 인해 시민들 혹은 경찰관이 안심/방심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범죄의 위험성은 도리어 커지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또다른 대책이 필요하고, 이 역시 기술적 해결로 귀결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CCTV,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해야

강남구청 역시 같은 경로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청은 작년 관제센터 건립 이후 민원인들의 요구가 빗발쳤다면서 올해 추가로 100대를 더 설치했다. 그런데 과연 강남구민들이 관제센터의 주장처럼 CCTV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일까? 여전히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은 많이 있다. 같은 구에 사는 구민인데 어디는 설치하고 어디는 설치하지 않는다면, 설치하지 않은 지역 사람들은 소외감과 불안, 차별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CCTV가 범죄를 이전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실제로도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은 위험한 지역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너도 나도 CCTV를 설치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내년이라고 강남구의 범죄감소율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정보인권단체들은 “CCTV 설치 이전에 범죄발생율을 낮추기 위한 국가적 노력, 범죄수사의 과학화, 인적·제도적 토대 확충 등의 과제가 수행되었는지 자문해볼 일"이라며 "범죄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빈곤해결과 사회불평등 해소에 얼마만큼의 노력을 선행했는지 고민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강남구청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법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붓고 있는 CCTV. 하지만 아직까지 그 원래 목적인 범죄예방이라는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CCTV를 추가적으로 설치하는 것은 실효성도 없는 곳에 과도하게 예산을 낭비하는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으며, 잘못된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CCTV를 계속해서 확대하는 것보다는 범죄예방을 위한 대책에 대해서 원점에서부터 종합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 아닐까?


▲강남경찰서 관할 범죄 발생건수 및 감소율 순위

-CCTV 설치 이전과 이후 각 1년간의 범죄발생건수 순위를 비교해보면, 서울시 전체 31개 경찰서 중 강남서가 ▶살인: 16위 → 11위 ▶강도: 8위 → 3위 ▶절도: 18위 → 18위 ▶강간: 18위 → 18위 ▶폭력: 18위 → 18위의 순위변동을 보였다.
살인․강도 범죄발생건수 순위는 오히려 높아졌으며, 절도․강간․폭력의 경우는 순위변동이 없음을 알 수 있다.


▲CCTV 설치후 범죄율 추이
-월 평균 5대 범죄 기준
-범죄율: 인규 10만명당 범죄발생 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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