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9호 사람들@넷
보다 민중적인 방송을 위하여
시사 프로젝트 ‘피플파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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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평범한 개인이 기사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개인은 기자가 되었고, 인터넷 뉴스와 블로그는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기사를 담는 당당한 하나의 언론이 되었다. 그리고 보다 민중적인 언론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민중의, 민중에 의한, 민중을 위한 언론. 오프라인 신문들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상당 부분을 온라인 신문에 잠식당해 그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 언론은 이렇게 변화하고 있다.

한편, 방송은 여전히 평범한 개인으로서는 접근 불가능한 영역으로 남아 있는 듯 하다. 종이 신문은 뉴미디어라는 새로운 매체에 의해서 그 위상을 크게 손상받고 있지만, 텔레비전은 날이 갈수록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방송은 여전히 오프라인에 묶여 있어 그 채널이 제한적이고, 그 생산과 유통은 훈련된 전문가의 손에 독점되어 있으며,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주류방송사들 사이에서, 보다 민중적인 방송은 시도조차 불가능해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방송은 보다 민중적이어야 한다’, ‘모든 시사문제는 신자유주의의 문제다’라는 기치 아래 벌써 근 1년 동안이나 진행되어온 ‘민중적인’ 시사프로그램이 있다. 매주 금요일 밤 11시 스카이라이프 채널 154번 시민방송 RTV에서 방송되는 ‘시사 프로젝트 피플파워(아래 피플파워)’가 바로 그것이다. ‘민중언론 참세상(아래 참세상, http://www.newscham.net)’이 제작을 맡은 이 프로그램은 2004년 12월 3일 첫방송을 시작해 2005년 10월 28일 40회가 방송됐다.

피플파워는 매 회당 다섯 꼭지로 구성된다. 첫째, 한 주간의 가장 핵심이 되었던 투쟁,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노동자 민중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는 ‘파워카메라’. 둘째, 한겨레신문이나 오마이뉴스 등 개혁주의 언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내용으로 하는 ‘언론의 재구성’. 셋째, 불안정노동(빈곤, 비정규, 여성, 이주노동자 등)의 각종 현안에 대해 초청자와 함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현장 속으로’. 넷째, 민중의 삶의 모습, 투쟁의 현장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사건들을 사진으로 재구성하는 ‘사진으로 보는 세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주간 가장 쟁점이 되는 의제를 선정해 대담자와 함께 보수적/개혁적 접근과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다른시각 다른분석’.

이 정도의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공중파 방송사의 경우 40~50명의 인력이 투입된다고 한다. 그러나 피플파워의 경우는 작가부터 기자, 연출, 앵커까지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을 모두 합쳐봐야 10명을 넘지 않는다. 그나마도 상당수는 참세상 기자 등을 겸임하고 있으며 사실상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방송 영역에 대한 경험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이 지금까지 꾸준히 40회를 방송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그것이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을 현실에서 증명하고 있다.

홍석만 앵커는 “진보진영의 미디어에 대한 경험이 아직 매우 부족한 상황”이란 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실험을 통해서 경험을 축적하고, 그 경험 속에서 더 발전된 형태의 다양한 실험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앵커는 나아가 이를 위한 미디어 활동가들을 재생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플파워는 그러한 실험의 출발점에 있으며 바로 그 점에서 큰 의의를 갖고 있다. 실험과 경험의 축적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피플파워 그 자체가 증명하고 있다. 최근의 방송과 첫 회 방송을 비교해 본다면 1년여의 경험과 노하우가 얼마나 다른 방송을 만들 수 있는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한 발 더 나아가고자 한다. 조연출 용오 씨는 “지난 1년이 내용적 차별성을 중심에 두고 기존 방송을 흉내내고 그 수준을 따라가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부터는 형식적 차원에서도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방송을 실험하고, 방송 정책에도 개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보다 민중적인 방송은 이렇게 진화하고 있다.

방송 제작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퍼블릭 액세스의 확대, 방송 운영의 민주화의 확대, 그리고 디지털 방송, 위성·지상파 디엠비(DMB), 아이피티브이(IPTV) 등의 기술적, 사회적 변동은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 생산자들에게 더 넓은 공간을 열어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확장된 공간을 누가 선취할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지금 인터넷 공간에서 여러 신문들이 서로 각축하고 있는 것처럼. 민중진영에서 경험과 역량이 있는 주체들이 턱없이 부족한 지금, 피플파워와 같은 실험들이 확대·재생산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 보인다. 또 한편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최선의 결과물을 생산하고 있는 이 주체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될 시청자들의 관심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 매주 금요일 밤 11시, 보다 민중적인 방송에 채널을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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