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호 인터뷰 [리차드 스톨만]
이 시대 마지막 해커, 리차드 스톨만

오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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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커 : 인터넷에서 모든 디지털 데이터는 자유롭게 전송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작권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에 장애가 될 것입니다. 당신도 '과학은 저작권에 우선해야 한다(Science must push copyright aside)'라는 글에서 이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작권자들은 저작권 보호 없이는 어떠한 컨텐츠도 생산될 수 없다라는 반박을 하고 있습니다. 과학, 문학, 예술작품을 포함한 모든 정보와 지식이 저작권의 규제를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스톨만 : 질문에 답하기 전에, 저작권이 대중들이 복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출판사들이 사용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또한 '사전 협의 없는 계약'을 같은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단지 저작권법만 없애고 다른 것들은 그대로 놔둔다면, 여전히 누구나 자유롭게 모든 저작물을 복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단지 출판사들이 똑같은 목적을 위해 최종 사용자 라이센스 계약(End User License Agreement)으로 방법을 전환하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이제 질문에 답해보겠습니다. 나는 모든 기능적 저작물-소프트웨어, 메뉴얼, 교과서, 사전, 백과사전 등-은 자유로워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그것을 자유롭게 만들고, 복사본을 재배포하며, 또한 수정본을 출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의 개정을 통해서든, 사람들의 행동양식의 변화를 통해서든, 이렇게 된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다른 종류의 저작물들은 다소 다르게 봐야 할 것입니다. 나는 그것들 모두가 기능적 저작물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나는 모든 종류의 저작물들이 똑같이 취급되어야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아마도 상업적 배포판을 위한 제한된 형태의 저작권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공표된 저작물이든, 최소한의 자유는 있어야 합니다. 즉, 누구나 그것을 비상업적으로 복제하고, 변형 없이 재배포하는 것을 자유롭게 하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네트워커 : 냅스터(Napster)나 카자(Kazaa)와 같은 P2P 파일 공유 프로그램은 법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음반사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스톨만 : 음반사들은 우리가 어떠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없는지에 대해 말할 권리가 없습니다. 누구도 그러한 권한을 가질 수 없습니다.

네트워커 : 최근 소식에 의하면, 레드햇 리눅스가 자신의 배포판 일부에 대해 패치 서비스(Patch Service)를 중지했다고 합니다. 이는 이용자들이 다른 버젼으로 업그레이드하던지, 혹은 유료 배포판을 사야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스톨만 : 이러한 변화는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자유 소프트웨어를 배포하는 사람들이 패치의 형태로 그것을 배포할 의무는 없으니까요.

네트워커 : 최근 많은 정부들이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지원하려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의 권력을 제한하려는 목적이겠지요. (그것들 중 일부는 자유 소프트웨어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정부들은 '자유 소프트웨어'라는 개념은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스톨만 : 1984년도에 시작된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은 소프트웨어를 공유하고 변경할 자유는 도덕적 요청이라고 얘기합니다. 오픈 소스 운동은 우리의 철학에 대한 반작용으로 1998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오픈소스 운동의 설립자는 자유 소프트웨어를 좋아하지만, 도덕과 자유 문제에 대해 말하길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운동을 시작했고 그들의 사업에 대해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사업에 대해 말할 수 있습니다만, 우리가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을 하는 이유는 덮어두고 있습니다.
나는 정부가 그것을 뭐라 부르든, 자유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동시에, 정부가 자유의 문제를 회피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그들이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자유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는 것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위험을 초래합니다.
우리는 2001년 이후 많은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련의 법률들에서 그 해악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억압적 법률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 우리의 자유를 위협하는 더 많은 법률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네트워커 : 정부의 재정적, 정책적 지원-예를 들어, 자유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재정적으로 지원한다든지, 혹은 정부용으로 자유 소프트웨어를 채택하는 등-이 자유 소프트웨어의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만일 그렇다면,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채택하기를 바라십니까?

스톨만 : 정부의 지원은 확실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부에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적극적 지원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가 우리의 사업을 방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즉, 정부는 어떠한 작업을 위한 자유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금지하는 법률을 거부해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특허는 거부되어야 합니다. 다양한 미디어 포맷을 인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허용되어야 합니다.

네트워커 :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이 시작된지 거의 20년이 지났습니다. GNU 프로젝트와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의 역사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성공과 실패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스톨만 :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릅니다. 아직 자유 소프트웨어가 확산될 것인지 말하기는 힘듭니다. 20년쯤 후에 우리는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네트워커 : 아시다시피, 현재 한국 대통령인 노무현씨는 '인터넷 대통령'이라고 불립니다. 왜냐하면, 인터넷이 그의 당선에 많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지요. 당신은 주류 미디어에 대응한 여론 형성 공간으로서의 인터넷의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스톨만 : 우리는 인터넷에서 많은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만,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진국에서도, 아직 TV를 통해 뉴스를 얻습니다. (최소한 미국에서는 TV 뉴스가 너무 편향돼있어, 미디어 비평을 하지 않고는 그것을 볼 수가 없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뉴스와 비평을 보기 전까지는, 인터넷이 상업적 미디어의 편향을 극복하기 힘들 것입니다.

네트워커 : 인터넷은 대부분의 컨텐츠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이 상업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전자 상거래가 발전하고, 컨텐츠도 점점 유료화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스톨만 : 웹페이지에 대한 접근에 과금하는 것을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나는 그것이 불행한 일이라고 봅니다. 내 개인 홈페이지에, 나는 런던의 신문인 인디펜던트(the Indipendent)의 기사들을 링크했었습니다.
2003년에 그들은 사이트의 접속을 제한했습니다. 며칠 지난 기사들은 오직 가입자만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URL들을 다른 주소나 같은 이슈를 다룬 다른 기사로 변경하려 하고 있습니다.

네트워커 : 한국의 자유 소프트웨어 공동체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한국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의 성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스톨만 : 나는 미래를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으며, 우리가 이길 것이지, 질 것인지는 당신들이 우리의 싸움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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