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2호 표지이야기 [선거 인터넷 실명제 시행 임박!]
5.31 지방선거, 강제적 실명제 첫 시행 예정
대량의 신원 도용이 발생할 가능성 우려돼

오병일 / 네트워커   antiropy@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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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인터넷 공간도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인터넷 여론이 선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이미 과거 선거를 통해 입증되어 왔으며, 그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더불어 인터넷 공간에서의 선거 운동,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 선거법 적용 문제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비판과 비난의 주 표적이 될 국회의원들이 드디어 칼을 빼어 들었다.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 시행. 이번 5.31 지방선거는 강제적인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되는 첫 선거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인터넷 언론사와 네티즌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지방선거를 얼마 앞두지 않은 지금, 과연 이들이 인터넷 실명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예정대로 강행될 것인가.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는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의 시행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실명확인 서비스 대상이 되는 인터넷 언론사에 대한 확인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싸이월드에 '선거실명확인안내 미니홈피'(http://town.cyworld.com/realname)를 개설하고 홍보에 들어갔다. 또한 실명확인 시스템의 안정성 점검을 위해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시범실시를 하고 있다.
실명 확인 안내 미니홈피

실명확인 안 할 경우 과태료 부과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의 법적 근거는 공직선거법 제82조의6(인터넷언론사 게시판ㆍ대화방 등의 실명확인)이다. 이에 의하면 실명확인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만 하는 사이트는 인터넷언론사의 정치·선거기사에 대한 덧글 및 토론 게시판이다. 정당 및 후보자의 홈페이지의 경우에는 의무적 조치는 아니며, 원하는 경우 실명확인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다.
실명확인 기간은 선거운동기간으로 제한된다. 이번 선거의 경우에는 5월 18일에서 30일까지이다. 모든 글이 실명확인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글'이 그 대상이 된다. 그러나 사실상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실명확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실명확인을 거쳐 로그인을 한 후에 글을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선거시기 인터넷 언론사 사이트에서 쓰는 대부분의 글에 대해 실명 확인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글 중에서 실명확인 없이 게시물이 게시된 경우에는 인터넷 언론사가 이를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 만일 인터넷 언론사가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는 경우, 관할 선관위가 삭제를 요청하고 이에 불응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선거법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선관위가 홈페이지에 제시한 기준은 "실명미확인의 글에 대한 삭제명령을 받고 정해진 기간까지 이행하지 아니한 때는 기준금액 100만원과 이행기간을 초과한 매1일 마다 20만원의 가산액이 부과"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만일 인터넷 언론사가 실명확인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은 경우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

인터넷언론사의 범위 여전히 모호해

선거법에 인터넷 실명제가 포함된 것은 2004년 3월이다. 이후 2005년 8월에 관련 조항이 개정되었지만 인터넷 실명제는 여전히 유지되었다. 개정 당시부터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언론사뿐만 아니라, 광범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를 불러일으켰다. 선거 시기이든 아니든, 인터넷 실명제는 모든 네티즌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며, '익명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언론사' 사이트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인터넷언론사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는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선관위는 "인터넷 실명확인조치를 하여야 하는 인터넷 언론사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확인한 인터넷 언론사"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과연 선관위가 확인한 언론사만 대상이 되는지, 또한 선정이 공정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왜냐하면 선거법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제2조(용어의 정의) 제7호의 규정에 따른 인터넷신문사업자'(즉 등록된 인터넷 언론사) 외에도 '정치·경제·사회·문화·시사 등에 관한 보도·논평·여론 및 정보 등을 전파할 목적으로 취재·편집·집필한 기사를 인터넷을 통하여 보도·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역시 인터넷언론사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정에 따르면 자체 뉴스를 생산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홈페이지를 비롯하여, 심지어 시사 문제를 다루는 개인 홈페이지까지 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선관위는 1월 31일 현재, 실명제 대상이 되는 사이트로 778개 사이트를 선정하였으며, 계속 추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거실명제, 대량의 명의도용 부추겨

선거시기 표현의 자유 위축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량의 명의 도용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명의도용 피해자가 백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선거실명확인 시스템 역시 리니지와 마찬가지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실명확인 방법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명확인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로는 행정자치부가 보유하고 있는 주민등록정보시스템이 이용된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미 신용평가기관 등을 통해 실명 확인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김정우 활동가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실명확인 방법은 이미 실효성이 없음이 입증되었다"며, "선관위와 행정자치부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실명확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명의도용을 부추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보통신부가 인터넷 기업들로 하여금 대체인증 수단을 도입하라고 촉구하는 상황에서, 다른 정부부처가 문제의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인터넷 기업들을 어떻게 설득하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런데, 법에는 정작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실명확인을 사용하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행정자치부장관이 제공하는 실명인증방법으로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대량의 명의도용 사태가 발생한다면, 문제의 실명확인 시스템을 제안한 책임은 행정자치부 장관이 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주민제도팀 최두영 팀장은 "명의도용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은 본인 확인이 아니라, 실명 확인일 뿐이다. 그리고, 현재 실명확인을 위한 방법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대조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만일 대량의 명의도용 사태가 발생한다면 행정자치부가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행정자치부는 법에 규정된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명의도용 사태가 뻔히 예상이 됨에도 불구하고, 선관위, 행정자치부, 그리고 국회에서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명의도용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조사팀 배상완

Q. 인터넷 실명제의 대상이 되는 사이트는 언제 확정이 되나?
A. (1차로 선정된 인터넷언론사 778개에 이어) 3월에 2차 조사를 해서 29개 언론사를 추가하였다. 추가적으로 시·군·구에서 확인 중이며, 4월 말까지는 확정이 되어야 실명 확인 시스템 설치 등 실제 작업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Q.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명시한 사이트 외에는 실명제가 적용이 되지 않는가?
A. 그렇다

Q. 인터넷 언론사가 운영하는 블로그나 카페도 실명 확인 조치를 해야하는가?
A.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면 인터넷 언론사에서 제공하는 블로그라고 할지라도 언론사가 운영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을 것 같다. 따라서 실명 확인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

Q. 참여연대나 여성단체연합과 같은 시민사회단체의 홈페이지도 인터넷 언론 사이트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A. 시민사회단체 사이트는 제외된다.

Q. 꼭 행정자치부가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야 하는가?
A. 이미 신용평가기관 등을 통해 실명 확인 서비스를 하고 있는 언론사는 별도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 즉, 행정자치부의 실명 확인 시스템을 반드시 이용할 필요는 없다.

Q. 최근 리지니 명의도용 사건을 통해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실명 확인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래서 선거 실명제 실시가 명의 도용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글쎄...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Q. 만일 명의도용 사건이 발생하면 선관위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나? 혹은 어디서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보는가?
A. 행정자치부와 선관위가 함께 협의해서 하는 것이고, 어디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얘기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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