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2호 표지이야기 [선거 인터넷 실명제 시행 임박!]
침묵할 것인가, 강력 대응할 것인가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인터넷 언론사들의 동향

오병일 / 네트워커   antiropy@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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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에 있었던 인터넷 언론,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는 5월 18일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가기 전에 인터넷 언론사들은 정치·선거 관련 기사에 대한 의견 게시판에 실명확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다면 인터넷 언론사들은 실명제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을까.

주요 인터넷 언론사들의 실명확인 시스템 도입 현황

우선 주요 인터넷 언론사들이 기사에 대한 덧글과 회원에 대해 실명확인을 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해보았다.
▶ 인터넷한겨레, 조선닷컴, 조인스닷컴, 동아닷컴, 인터넷경향신문 등 주요 일간지의 인터넷판에서는 로그인 후에 기사에 대한 덧글을 남기도록 되어 있었으며, 회원가입을 할 때 신용평가기관을 통해 실명확인을 하고 있었다. 이 경우는 이미 실명확인 후에 게시물을 작성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선거시기에 별다른 조치를 할 필요가 없는 사이트들이다.
▶ 국민일보, 한국i닷컴, 세계닷컴 등 일부 일간지 인터넷판과 오마이뉴스, 민중의소리, 시민의신문·NGOTIMES, 레이버투데이 등은 회원가입을 할 때에는 신용평가기관을 통한 실명확인을 하고 있지만, 기사에 대해서는 익명으로 덧글을 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프레시안의 경우에는 기사에 대해 비회원과 회원을 위한 토론 게시판을 별개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 경우 이미 회원에 대해서는 이미 실명 확인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평소에는 기사에 대해서 익명의 덧글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선거운동 기간에는 덧글 정책과 기술 시스템을 변경해야하는 부담이 존재한다.
▶ 프로메테우스, 대자보, 민중언론 참세상 등은 기사에 대한 익명 덧글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회원가입 시에도 실명확인을 하지 않는다. 프로메테우스와 대자보의 경우, 회원가입 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고는 있으나 이는 중복가입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일 뿐, 신용평가기관 등을 통한 실명확인 시스템은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선거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실명확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주요 일간지의 인터넷판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터넷 언론사의 경우, 기사에 대한 의견을 게시하기 위해 별도의 실명확인을 요구하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선거법을 따르기 위해서는 덧글 정책을 변경하고 필요한 기술적 작업을 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실명제에 대한 인터넷 언론사들의 구체적인 대응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가 선거법에 포함된 지난 2004년 3월에는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뿐만 아니라, 한국인터넷신문협회(대표 이창호, 아이뉴스 24 대표)와 한국인터넷기자협회(회장 윤원석, 민중의소리 대표)에서도 실명제 정책에 대해 규탄하며 불복종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이창호 대표는 "자율적인 실명제 시행이 아닌, 강제적 인터넷 실명제는 반대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현행 선거법에 대해 어떠한 대응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협회 차원의 입장이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의 다른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 선관위와 실명제에 대해 협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에서 신용평가기관을 통한 실명확인을 인정하는 등 어느 정도 유연성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협의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인터넷 언론사들은 한국인터넷신문협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의 인터넷 언론사들이 실명제에 대한 원칙적인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선거를 코앞에 둔 상태에서 어떤 식으로 대응할 지에 대해서는 고심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민중의소리 이정무 편집장은 "원칙상 인터넷 실명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바뀐 것이 없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인터넷 기자협회 차원에서 공동의 대응 방안이 마련되면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이준희 사무처장은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반대한다"며, "조만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복종운동 펼치겠다!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불복종운동을 펼치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나오고 있다. 레이버투데이 최석우 편집국장은 "익명의 덧글 문화를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 정책이 강제된다면 따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반발했다. 민중언론 참세상의 유영주 편집장도 "실명제는 선거시기에 네티즌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책이다. 또한 리니지 명의도용과 같은 사태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국가가 실명제를 강제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인터넷 실명제에 반대하는 인터넷 언론사들, 그리고 네티즌들과 연대하여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도 인터넷 실명제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김정우 활동가는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서 시간이 촉박하기는 하지만, 4월 국회에서 인터넷 실명제 철회가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설사 이번 선거에서는 힘들더라도, 궁극적으로 인터넷 실명제가 철회되도록 선거법 개정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국회에서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 그나마 정작 당사자들인 인터넷 언론사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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