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2호 미디어의난
한미FTA 반대, 대안 미디어가 주목된다!

조동원 / 독립미디어활동가   jonairshi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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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아래 FTA) 정세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나 IMF, WTO와 함께 FTA가 그리 낯설지는 않지만, 2월 2일 한국 외교통상부 관료가 미국에까지 넘어가 날벼락 때리듯 발표한 한-미 간 FTA의 본격 협상이 눈앞에 닥쳤다. FTA가 어떤 거였는지 기억과 자료를 뒤져야 하고 이번 협상이 어떻게 된다는 건지도 모르고 알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국익을 앞세워 일사천리로 일정 잡아 추진하고 있고, 뒤늦게나마 이 말도 안 되는 자유무역 협상을 저지하자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각 분야별 공동대책위원회들이 만들어져왔고 범국민운동본부도 발족했다. 여기저기의 정책회의, 전략회의, 토론회, 기자회견, 성명서, 온라인 소통 등이 쉴 새 없이 벌어진다.
한미FTA가 무엇이고, 어떤 파괴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아쉬운 대로 참세상의 “한-미 FTA를 저지하라!”(http://www.newscham.net/news/list.php?board=news&category2=63)를 참조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이 글에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그리고 대안적 세계화를 위한 미디어와 문화 활동가들이 이 정세에 뭘 하면 좋을 지 몇 가지 고민을 풀어낸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독립/대안/공동체 미디어의 확장

우선,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기에 독립/대안/공동체 미디어는 어떤 역할을 수행하며 어떤 의의를 가져왔던가?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발효일과 동시에 무장투쟁을 선언한 멕시코의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이 전 세계적인 지지를 호소하고 연대를 조직하기 위해 인터넷 미디어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이후, 미디어운동은 전 지구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단계로 진입해 왔다.
라디오, 비디오, 인터넷, 전자신문, 이동전화(문자 메시지)는 세계은행(WB), IMF, WTO, G8, APEC 등 신자유주의적 회합에 대항하는 반세계화 시위가 있는 곳에서, 그리고 2003년의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WSIS)에서, 그리고 2001년부터 시작된 세계사회포럼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곳들과, 반전평화를 위한 전 지구적 행동의 날에도 투쟁하는 민중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독립/대안/공동체 미디어는 이후 투쟁을 조직했으며, 다른 세상이 가능하고 다른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왔다. 특히, 독립미디어센터(www.indymedia.org)는 인터넷을 매개로 한 전 세계 대안언론 네트워크로서 1999년 WTO 3차 각료회의에 맞선 시애틀 전투를 전 세계에 알리며 시작되었다. 현재 세계 곳곳에 130여 개의 독립미디어센터들이 각 지역과 전 세계를 연결하는 대안언론의 새로운 국제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 모두가 미디어 활동가들과 사회운동의 대중적 커뮤니케이션 실천의 노력과 함께 풀뿌리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디어는 우리 삶을 위한 투쟁 현장과 사회 변화의 거리에 늘 함께 해 왔던 것이다. 독립/대안/공동체 미디어는 민주적 사회 변화를 위한 운동에 있어서 우리를 결집하게 하고, 차별을 넘어 연대하게 하며 조직된 투쟁과 그 투쟁을 일보 전진으로 이끌 수 있는 무기이자 도구로 역할해 왔다. 정의와 평등과 평화를 위한 사회운동은 곧 이를 일궈나가는 사람들의 소통과 설득과 교육과 결정의 과정으로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은 소수의 선구 집단으로부터 이후 그 운동에 동참하거나 영향을 주고받게 되는 다수의 대중에 이르기까지 진정한 변화를 원하는 이 모든 사람들이 고안하고 실천하고 상호 작용하는 모든 과정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공세에 대항하고 대안을 창출하기 위한 사회운동 과정에서 독립/대안/공동체 미디어는 또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한미FTA, 모든 국민의 관심사이면서도 대다수 국민이 무관심한...

한미FTA와 관련한 담론이랄까 분위기를 보면, 한칠레FTA 때처럼 한미FTA도 불쌍한 농민들이 피해를 입는 정도, 그에 더해 이제 경쟁력도 있으니 스크린쿼터 축소(폐지)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하는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더군다나 겨우 끝난 고전 야구나 곧 있을 월드컵 등의 스포츠 애국주의로 대중 여론이 가려질 때, 한미FTA 같은 어렵고도 무시무시한 것은 보다 많은 대중의 관심사가 되기 어렵다. 언론에서 스포츠처럼 한미FTA도 국익을 위한 국제 친선 게임 같은 것으로 다루거나 아예 다루지도 않는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나마 이에 대해 비판하고 반대하는 운동 진영도 약소국으로서의 한국이 강대국인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별 실익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지만, 그러면서 이 문제가 국가 간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 현실은 아예 감춰진다. 한미FTA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양극화의 주범이자 한국 사회를 파탄으로 몰고 있는, 대한민국산 자본(기업)들은 이미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고매한 인격, 초국적 자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의 초국적 자본이 한국 사회를 거덜 낼 한미FTA를 어떻게 날려버릴 수 있을까? 일단 사회적 양극화 해소와 함께 한미FTA 체결을 남은 국정운영의 최대 과제로 밝힌 현 정권이 결코 한미FTA 체결을 철회할 리 없는 국면이고,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를 견제하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미국의 정치군사적 구도 변화와도 맞물린 한미FTA 사안은 경제적이며 동시에 정치군사적인 사안이 되는 아주 복잡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전 국민적 반대 여론에 의한 한미FTA 협상의 폐기가 한 목소리로 전해지지 않는다면, 전미자유무역협정(FTAA)을 무산시킨 아르헨티나 민중 봉기, 부패한 정권을 몰아내고 민주화를 갈망하는 필리핀과 태국의 대중 시위,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에 대한 프랑스의 끊이지 않는 학생 시위와 반대 여론의 확산과 같은 것이 아니라면, 여간해서 한미FTA를 뒤집기 힘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미FTA 협상을 폐기하기도 엄청 힘겨운 일일 텐데, 그렇다고 이것만 박살내면 끝나는 거냐, 그렇지도 않기 때문에, 더 나아가 이왕 한미FTA에 반대하는 차에 신자유주의 세계화라고 할 것들에 대해 반대 여론을 확산하고, 그야말로 다른 세계(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공공적 담론으로, 사회적 실천으로 확장시켜야 한다.

대중 여론과 상호작용하는 대안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실천

앞서 보았듯, 한미FTA에 반대하고 우리 삶의 문제를 제대로 드러내며 진정한 사회변화를 일궈나가려는 사람들은 끊임없는 소통과 설득과 교육과 결정의 과정을 밟아나가야 하고, 이 때 지배적 주류 미디어가 그러한 대안적 공공영역을 배제하고 무시하는 상황에서, 독립적이고 대안적이며 공동체의 미디어야말로, 선도적 운동 집단으로부터 이후 그 운동에 동참하거나 영향을 주고받게 되는 다수의 대중에 이르기까지, 상호 작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다양하고 풍부한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독립/대안/공동체 미디어 활동(대안적 목소리/현장/담론의 생산, 유통, 피드백)은 사회경제적이고 문화정치적인 공공영역(공적 담론)에서 격돌하면서 대항 공공 영역을 형성하고, 실질적 변화를 추동하는 사회적 실천을 적극 알려나가야 한다. 한편으로는 지배적 주류 언론/미디어에 대한 개입/비판/대항/거부를 조직하면서, 다른 한편 한미FTA 반대 투쟁 및 다양한 사회변화의 투쟁 의제들에 대한 대중적 담론을 확산시키는 커뮤니케이션 실천을 감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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