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2호 여기는
인터넷 도구를 활용한 글쓰기 연습

이강룡 / 웹칼럼리스트   http://readmefi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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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썼던 글 ‘인터넷 사용자들이 잘못 쓰는 우리말 표현 몇 개’에 이어 이번 호에서도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여러 블로그를 구독하다 보면 글쓰기 방법에 관한 글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서점에는 글쓰기 방법에 관해 조언하는 책들이 무수히 많다. 이런 책들을 읽는 것이 글쓰기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나는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글쓰기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글읽기, 글쓰기 환경을 파악하고 평소의 습관에서 벗어나 조금만 노력하면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한 단계 스스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평균적인 인터넷 사용자라면 하루에 몇 번 정도 이메일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답장을 하거나 새로운 이메일을 작성하고, 뉴스 사이트에서 기사를 읽거나 블로그를 구독하고, 다른 웹사이트에 덧글을 남기거나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쓸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각종 서류나 문서를 읽고 기획안을 작성하기도 할 것이다. 최소한 한두 시간 정도는 글읽기와 글쓰기의 환경에 노출된다. 이런 환경이 바로 글쓰기 교재다. 따로 시간을 내어 글쓰기 책을 읽기보다는 이미 주어진 이 한두 시간을 활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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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관한 글을 쓸 것인지를 먼저 정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그렇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평소에 좋은 글감을 수집해 두었다면 여기에서 의외로 흡족한 글이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의 블로그 리드미파일에 수록된 글 중에는 재활용이거나 짜깁기한 것들이 많다. 나는 리드미파일 외에 메모를 모아두는 블로그를 또 하나 운영하는데 여기에 기록해둔 메모들을 짜깁기하거나 편집하고 보완하여 글을 쓰곤 한다. 그래서 메모 블로그는 리드미파일의 초고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readmefile.draft’라는 이름을 붙였다. 온라인 메모장을 따로 운영하는 이러한 방식은, 몇 달 해본 경험으로 볼 때 다른 이들에게도 권할 만한 방법이다. 어떤 웹사이트에서 메모해둘 만한 내용을 보았을 때 즐겨찾기를 해두거나 하드디스크에 저장해두면 좀처럼 나중에 다시 꺼내 읽게되진 않는다. 그러나 메모 블로그에 정리해두면 수시로 확인하면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어 유용하다. 나중에 다시 활용하기 위해 출처는 가급적 자세하고 정확하게 기록해 둔다. 물론 하나의 블로그 안에서 그것을 구현해도 무방하다. 자신에게 알맞은 글쓰기 방법을 택하면 된다. 이 글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니까.
온라인 메모를 위한 블로그

온라인 메모는 글읽기와 글쓰기의 중간 형태인데, 이렇게 글쓰기는 쓰는 것만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읽기 과정을 동반한다. 이메일도 그러하다.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인증 절차를 거치고 받은 편지함을 확인하고 답장을 하고 새 글을 작성하는 과정들이 모두 읽기와 쓰기의 밀접한 연관 관계 속에 있다. 글쓰기 교재를 읽는 것보다 이메일 한 통을 정성스럽게 작성하는 것이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더 유익하다. 다른 글도 그러하지만 이메일은 특히 제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어떠한 내용의 글인지 간결하게 보여주는 제목이 훌륭한 제목이다. 우리는 책을 폈을 때 목차를 보며 어떤 내용이 실려 있는지 대충 짐작하는데, 이메일을 쓸 때에도 상대방이 본문을 읽기 전에 제목만 보고도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이강룡입니다’ 또는 ‘안녕하세요’ 같은 제목은 무의미하다. 대개 습관 탓인데 글쓰기 연습을 겸해 습관을 고쳐보자. ‘원고 늦게 드려 죄송합니다.’ 또는 ‘안녕하세요. 내주 화요일 모임 불참합니다’ 같은 제목이 조금 더 낫지 않은가. 그러면 본문 분량을 최소한 한두 문장은 줄일 수 있다. 인터넷 문서를 읽는 환경은 꼼꼼한 읽기가 아닌 훑어보기(스캐닝)에 적합한 구조로 되어 있다. 제목은 친절하게 본문은 짧고 명료하게 쓰되, 중요한 메시지는 가급적 앞에 배치하는 것이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방법일 것이다.
이메일 활용하기

표준어규정과 한글맞춤법을 철저히 공부하고 글쓰기 교재 몇 권을 통독하고 나면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것이 정도인 것처럼 보여도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글쓰기 교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메일과 블로그가 가장 좋은 글쓰기 교재요, 피씨방이나 직장이 곧 글쓰기 학교다. 우리는 소설가가 아니며 또 소설가처럼 쓸 필요도 없다. 정확하고 단단하게 쓰면 충분하지 않은가. 매일 접하는 인터넷 환경만 잘 활용해도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블로그 메모 용도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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