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호 칼럼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을 넘어 더 많은 민주주의를

박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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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6일 여야 의원 113명이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하였다. 여기에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 교류협력을 위한 경우, 북한 주민과의 인터넷 접촉에 대해서는 통일부 장관의 사전 승인제도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한나라당 조웅규의원을 필두로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개정하려는 이 수정안은, 제안이유에서 밝혀진 대로 인터넷 강국으로서 잠재력을 남북교류차원에서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저 경제적인 이유로 상품 거래와 각종 계약의 편의를 조금 더 봐주자는 이유뿐이다. 취지만 놓고 보자면 괘씸해서라도 손들어 주고픈 마음이 없는, 매우 못마땅한 수정안이다.
이마저도 반대하는 우익들의 준동은 말그대로 점입가경이다. 인터넷에서 벌어질 북한의 정치적 선전선동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통제된 채로 인터넷이 운영되겠지만, 남한은 각종 포르노사이트 등 불온한 사이트들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오히려 불리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도 탐탁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쌍방향 통신이르는 인터넷의 속성상 일방적인 정치선동은 오히려 거부감이 일기 마련이고, 그래서 북의 정치선동은 '왕따'되기 쉽다는 것이다. 또 정치적 목적이 아닌 경우를 명시하므로 법적인 제재수단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체제 우위를 확신하니 기우는 삼가자는 뜻이다.

남북교류협력법의 개정과 함께 '남북협력기금법'도 수정·입안되었는데, 5억 원 이상의 기금은 사용 60일전에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남북교류협력의 투명성을 높이고 무원칙한 대북지원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이러고 보면, 남북교류협력법의 개정의 취지는 더욱 분명해 진다. 즉,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있어서 순경제적 기능을 강화하고, (우위에 있는)인터넷을 통해 교류·협력을 다원화함으로써 북한의 정치적 상황논리를 가능한 한 제어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인터넷을 통한 남북한 민간교류가 확대될 것 - '인터넷 38선 사라지나'하는 식으로 호들갑을 떠는 것은 지나치게 기대가 앞선 것이라 할 것이다.

간혹 인터넷을 통한 교통(communication)의 확대를 놓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들먹이며 지나치게 기대감을 표명하기도 하는데, 금번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 반대의 사례에 맞부딪힐 경우가 더 많다. 인터넷의 속성이라 일컬어지는 익명성, 개방성, 자유, 평등성은 동시에 시장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인터넷의 속성을 이유로 개인의 권리, 교통의 확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억지스런 주장이다. 개인의 정치적 권리는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 기술로 환원할 수 없는 무엇에 있는데, 바로 정치의 작동 - 민주주의를 향한 대중의 정치가 유효한 상황이다. 이리 보면 남북 민중들의 교류 확대, 교통의 확대는 인터넷 등등을 앞세운 통신수단의 확보보다는 오히려 이를 근본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법의 폐지, 민주주의의 확대에 더 가까이 있다 할 것이다. 바로 국가보안법 폐지, 민중의 민주주의, 정치적 권리의 확장 말이다. 교통은 민주주의를 낳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전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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