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3호 표지이야기 [주류를 위협하는 대안적 소통의 모색]
블로그, 국제뉴스 유통망에 도전하다
프랑스 노동법 개악반대 시위 소식을 전하는 블로그들

신기섭 / 네트워커 편집위원   marishin@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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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언로는 메이저 언론사와 거대 포털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 그들의 권력은 너무나 견고한 성과 같아서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어떤 징후들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그것이 진정 대안적 소통 구조로서의 가능성이 있을지, 또는 일반화시킬 수 있는 흐름인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더 많은 검토와 토론을 필요로 한다. 이번 호 <네트워커> 표지이야기에서는 성급한 결론을 내기보다는 그러한 징후들이 보여주는 가능성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각국의 비판적 지식인들이 언론과 관련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아마 자국 언론의 피상적인 국제뉴스 보도일 것이다. 외국에서 큰 사건이 터질 때 사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전달할 능력이 있는 언론 매체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드물다. 이념이나 시각 문제를 빼고도 언어와 문화의 장벽, 인력 문제 등 기술적 제약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게다가 전 세계 국제뉴스 유통망은 미국의 <에이피통신>, 영국의 <로이터>, 프랑스의 <아에프페> 등 이른바 3대 통신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 통신사들이 다뤄주지 않는 소식은 '뉴스'가 안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들 또한 피상적인 보도, 서구 중심 시각, 이념적 편향성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은 '서로 서로 베껴가며' 특정한 시각의 얄팍한 이야기들을 '뉴스'로 만들어 확산시켜가고 있다. 물론 이는 국제뉴스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이렇게 기존 언론들이 고착화하는 '뉴스'에 대한 비판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대안 매체다.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지닌 대표적인 활동을 꼽으라면, 1999년 미국 시애틀에서 벌어진 세계무역기구 반대 투쟁을 계기로 만들어진 '인디펜던트 미디어 센터'(www.indymedia.org)가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런 활동과는 또 다른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특정 주제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블로그가 그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난 몇달동안 벌어진 프랑스 노동법 개악반대 시위소식을 영어로 전하는 블로그(libcom.org/blog)다. 지난 1월말 시작된 이 블로그는 몇몇 사람들이 인터넷 포럼에서 프랑스 사태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가 자신들이 공유한 정보를 널리 알리려고 만들었다.
libcom.org/blog
이 사람들이 선택한 정보 공유의 도구는 블로그였다. 영국의 런던과 에딘버러, 프랑스의 파리와 마르세이유 등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이 시시각각 현장 소식을 전하고 관련 자료나 언론보도를 번역해 올리기에 더없이 좋은 도구가 블로그이기 때문이다. 특정 서버에 블로그 계정을 만들고 무료로 공개된 블로그툴을 설치한 뒤 팀원들에게 글쓰기 권한을 부여하면 모든 준비작업이 끝난다. 게다가 블로그는 덧글을 통한 토론과 의견 교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개인들의 열정으로 뭉친 이 블로그는 프랑스 사태가 격화하면서 급속도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시위가 절정에 달했을 때 하루 접속 건수가 10만에 이르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순식간에 최고 수준의 프랑스 사태 소식통이 된 것이다. 개인들의 자발성과 블로그라는 방식이 지닌 잠재력이 결합된 결과다. 그 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스웨덴 여성은 3월 중순부터 자신의 블로그(bakomrubrikerna.blogspot.com)를 통해 이 블로그에 올라오는 소식을 스웨덴어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블로그라는 도구가 아니었으면 생각하기 힘든 활동이다.
전 세계 여론을 주도하는 거대 언론매체들에 비하면, 이런 블로그들은 조직력이나 영향력에서 비교가 안된다. 하지만 상상력과 열정이 인터넷이라는 통로와 블로그라는 도구를 만나면, 철통같은 성벽 한켠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이번 사례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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