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3호 기획 [생체여권이 도입된다]
생체여권, 전 세계적으로 확산
미국이 요구한 10월 26일 시한 앞두고 도입 가속화

오병일 / 네트워커   antiropy@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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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문, 홍채 등 생체정보를 내장한 생체여권 도입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29일, 영국 상원은 2010년부터 자국 여권 소유자에게 생체 ID 카드 발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287대 60으로 승인하였다. 2004년 12월에 발의된 이 법안은 상원과 하원을 오가며 여러번 수정되는 등 많은 논란을 거친 끝이 간신히 통과되었다. 이번에 승인된 수정안은 2010년까지 여권을 재발급받은 사람은 ID카드 발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인 국가신원등록부(NIR, National Identity Register)에 의무적으로 등록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지문, 홍채, 얼굴 사진 등 51가지 정보가 입력된다.
영국에서 도입된 생체여권 (사진출처 : 로이터)
독일 역시 2006년 중반부터 생체여권을 도입할 계획이다. 독일의 정부개혁장관의 의회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EU가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정한 2006년 8월 28일의 기한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생체여권에 내장되는 칩에는 우선 여권 소지자의 디지털사진과 성명, 국적, 생년월일, 국가보험번호, 여권번호, 만료일 등의 개인정보를 저장하고 다음 단계로 지문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독일은 지난 2004년 8월 30일부터 2005년 2월 28일까지 이미 6개 도시를 대상으로 시범 프로젝트를 실시한 바 있다.
벨기에는 2004년 말부터 세계 최초로 사진이 내장된 생체여권 발급을 개시하였으며, 지문은 추후 EU에서 관련법이 마련된 후에 추가할 예정이다.

일본은 지난 3월 20일부터 자국 여행객을 대상으로 생체여권 발급을 시작했다. 이 생체여권은 IC칩을 내장하고 있는데, 이 칩에는 여권 소지자의 얼굴 특징과 지문, 위험인물 여부를 알 수 있는 정보를 내장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10월부터 자국 여권에 개인 신상정보를 담은 전자추적표(RFID) 칩을 탑재할 예정이다. 씨넷에 따르면 RFID 칩의 용량은 64KB로, 이름, 국적, 성별, 생일, 출생지, 사진 등의 정보를 담게 된다.

이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생체여권 도입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오는 10월 26일까지 얼굴인식을 지원하는 생체여권 도입을 의무화한 미국의 요구 때문이다. 미국은 9・11 테러이후 ‘국경 보안과 비자 개혁 법안(Enhenced Border Security and Visa Entry Reform Act)’을 제정하여 미국의 비자면제를 받는 국가들에게 생체여권을 도입할 것을 의무화하였다. 원래는 2004년 10월 26일까지 도입하도록 시한을 정했으나, 각 국의 반발 및 국제 표준의 미확정 등으로 두 차례 도입시한이 연기가 된 것이다. 현재 미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가입된 국가는 호주, 벨기에, 독일, 일본, 스웨덴, 스위스, 영국 등 27개국이다.

국제표준으로는 UN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2004년 7월 발표한 생체여권 권고안이 인정되고 있다. 권고안에서는 생체 여권에 사용될 접촉식・비접촉식 IC칩의 규격을 표준화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2004년 9월과 11월에 걸쳐 생체인식 관련 기술 6개를 FDIS(Final Draft International Standard)로 제정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의 비자 비면제국가 국민들이 미국에 입국할 경우 양손 검지 지문을 날인하고 얼굴 사진을 촬용하도록 하는 '유에스-비짓(US-VISIT)' 시스템이 2004년 1월 5일부터 가동되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지문 및 화상정보는 테러리스트・범죄자 데이터베이스와 대조된다. 그런데 외국인들의 출입국에 대한 보안 조치가 최근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 1월 10일 미국 국토안보부는 인물 확인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지문 채취의 범위를 양손 검지에서 전체 손가락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방문자들의 여권에 RFID 칩을 부착하여 출입국 현황을 추적하기로 했다.

일본 역시 외국인 입국자의 지문을 채취, 장기간 보관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법무성은 최근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하여 16세 이상 외국인에 대해 입국시 지문과 얼굴 사진 채취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테러리스트로 확인되면 입국을 거부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채취한 지문을 70-80년간 보관할 계획이어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출입국 조치의 강화와 생체여권의 도입은 모두 테러를 예방한다는 명분을 갖고 추진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각 국 정보들은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기며 각종 통제적 장치의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는 외국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일 뿐 아니라, 민감한 생체정보 수집의 남용은 정보주체의 자기정보통제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각 국에서 프라이버시 활동가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03년 제네바에서 개최된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에서도 ‘안보’(Security)를 강조한 정부 관료들과 ‘프라이버시’를 주장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대립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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