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3호 해외동향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열띤 논쟁
아시아 정보운동 활동가들 한자리에 모이다

정우혁 / 네트워커   ohri@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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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9일부터 21일까지 방글라데시 다카에서는 진보통신연합(APC)이 주최하고 방글라데시의 교육단체인 비페스(BFES)가 주관한 ‘아시아 정보통신정책 자문회의(Asia ICT Policy Consultation meeting)’가 열렸다. 이번 회의는 아시아 지역의 정보운동 활동가들이 정보격차나 통신규제 등 각종 정보통신정책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에 대하여 각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네팔, 인도, 스리랑카, 호주, 방글라데시, 일본, 한국, 파키스탄 등 10여 개국에서 약 50여명의 정보통신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참여하였으며, △인터넷 인프라 구축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활용 △인터넷에서의 정보인권과 법률 △여성과 정보사회 △커뮤니티 라디오와 주파수의 자유이용 △디지털정보격차 해소 등의 주제를 놓고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인터넷 인프라 구축과 활용 능력 개발

네팔의 통신회사에서 온 로찬(Lochan)씨는 인터넷 인프라의 구축뿐만 아니라 그것을 잘 활용하기 위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적당한 학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네팔의 인터넷 이용자 수는 전체 인구의 1%인 24만 명이라고 설명하고, 그동안 IT2000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인터넷 인프라를 넓히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적당한 교육과 학습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프라의 구축만으로 자연스럽게 이용자들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성공적인 정책을 위해서는 일반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학습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이 되어야 한다고 로찬씨는 강조했다.

인도에서 온 참가한 리시(Rishi)씨는 인도의 인터넷 인프라가 95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확장되어가고 있으며, 95년도 만 명이 채 안되었던 인터넷 이용자가 현재 4백만 명을 넘어서고 있지만, 이런 인프라도 도심지역에 집중되어 있을 뿐 도시 외곽지역과 시골지역의 인터넷 접근도는 아직도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도심과 지역간 격차 해소를 위한 인프라의 균형있는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도에서도 정보통신 관련 법률이 새롭게 발의되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시민사회가 아직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는 정부와 시민사회간 자문회의 형식의 논의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개인정보보호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정보인권 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앞으로 매우 중요한 활동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전략

참가자들은 디지털 격차의 원인에 대해서 인터넷 인프라에 접근하는 것뿐만 아니라, 언어의 장벽이나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의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특히 네팔에서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을 하고 있는 발(Bal)씨는 영어라는 언어가 네팔 사람들에게는 컴퓨터를 이용하는데 큰 장벽이라고 제기하고 디지털 격차의 주요 원인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네팔어로 된 키보드와 소프트웨어의 보급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방글라데시에서 반세계화 운동을 펼치고 있는 아메드(Ahmed)씨는 세계무역기구의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WTO TRIPS)이 현행 지적재산권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이것은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디지털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꼬집고,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적인 협정을 변화시키는 것이 정보접근권을 향상시키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과제라고 주장했다.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적극적인 활용

파키스탄의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FOSS) 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포아드(Fouad)씨는 기술독점과 기술종속의 문제를 극복하고, 개발도상국들의 자유로운 기술개발과 발전을 위해서 자유소프트웨어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와 리눅스 사용자그룹, 학술단체, 공공기관과 정부산하 소프트웨어 기관,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등의 연대가 중요하며, 시민사회가 자유/오픈소스소프트웨어의 활용을 위한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공동체 라디오 운동과 주파수의 공공영역화의 중요성에 대한 세계공동체라디오연합 네팔지부의 로만씨의 발표, 인터넷에서의 포르로그라피와 여성의 권리에 대한 필리핀의 마일린씨의 발표, 휴대폰 이용과 비용문제의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발표한 스리랑카의 아이샤씨의 발제 등이 눈길을 끌었다.

'웹2.0'식 온라인 소통방식 채택

이번 회의에서 특이한 점의 하나는 회의와 관련된 자료들을 회의 내내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서 공유했다는 것이다. 따로 프린트 된 자료가 필요가 없었다. 주최 측은 이번 회의를 위해서 회의 공간에 무선 인터넷을 설치를 하고, 또한 협업이 가능한 온라인 블로그를 개설하여 참가자들이 회의 관련 자료들을 모두 이 사이트로 올리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모두 이 사이트에 자신의 블로그 계정을 만들고, 각자 준비한 프리젠테이션 문서와 워크샵에서 토론된 내용들을 정리하여 곧바로 업데이트함으로써 다른 참가자들과 쉽게 공유하였다.

한국과 상황은 다르지만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비슷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인터넷 인프라나 통신환경의 발전 정도는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인터넷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하나의 인권이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 참석한 정보운동 활동가들의 고민은 거기에만 머물러있지 않았다. 그들의 의제는 인프라의 구축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개발, 정보인권, 디지털격차해소를 위하여 정보통신정책을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함께 묻어 있었다. 진보통신연합은 이번회의의 성과들과 각국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각국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연구 등 다양한 연대활동을 앞으로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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