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호 정보운동
아직도 서슬 퍼런 국가보안법
민주노총 열린마당 공안탄압과 건학투위 사건

이은희  
조회수: 3648 / 추천: 57
여름동안 일어난 두 사건이 아직도 국가보안법이 서슬 퍼렇게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민주노총 게시판 ‘열린마당’에 올라온 플래시 게시물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건학투위 사건이 그것이다. 민주노총 게시물 사건은 검찰에서 아직 수사중이며, 건학투위와 관련된 두 학생은 지금 구속수사중이다.

민주노총 열린마당 사건은 지난 7월 12일, 익명의 게시자가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의 플래시를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민주노총으로 게시물에 대한 의견이 쇄도하고, 보수언론은 민주노총이 이 게시물을 자진하여 삭제하지 않는다고 여론몰이를 하면서,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낳았다. 민주노총은 사회적인 파장이 너무 커지자, 임시로 ‘열린마당’을 닫고, 내부 논의를 거쳤다. 결국 민주노총에서 이 게시물을 삭제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 7월 24일에 게시물을 그대로 둔 채로 열린마당 운영을 재개하였다. 인터넷국가검열반대공대위와 공동으로 치뤄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은 “인터넷상에서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다며 “열린마당을 통해 비판과 다양한 의견을 듣고, 토론이 잘 되도록 운영할 권리가 있을 뿐, 그 의견 자체를 검열할 권한은 없다. 검열은 곧 자유로운 비판을 가로막고, 자유로운 토론을 방해할 뿐이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민주노총이 동의하는 게시물만 게시판에 남겨두고 다른 게시물은 임의로 삭제한다면, 그것은 게시판이 아니고 선전판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선일보는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격렬하게 비난하는 한편, 문제가 된 게시물을 자사의 홈페이지에 링크하여 실소를 자아냈다. 현재 문제가 된 게시물은 게시물을 올린 사람에 의해 삭제되었지만, 경찰에서는 민주노총 열린마당에 다른 게시물들에 대해 수사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진보네트워크센터(이하 진보넷)에 시정요구 공문을 보내 민주노총 게시물 등 북한관련 게시물 등 총 520건에 대해 삭제를 요구하고, 안내문을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진보넷은 이 시정요구에 대해 이의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진보넷은 이의신청문에서 “헌법재판소의 인터넷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태도와 어긋나고, 설사 통일문제나 국가안보와 관련한 표현이라 할지라도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인정한 우리 헌법 및 국제법에도 어긋나... 남북 교류 협력과 북한 매체 개방이 증가하고 있는 최근 추세에도 맞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작년 6월 불온통신에 대한 위헌판결에서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 촉진적인 매체’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진보넷의 장여경 정책국장은 “어떤 게시물이 불법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은 법원”이라며 “법원이 판단을 내리지 않은 게시물에 대해서도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불법이라고 판단하여 삭제를 요구하는 것은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7월 11일에는 건국대학교 학생인 김용찬군과 김종곤군이 국가보안법 7조를 위반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경찰이 주장하는 혐의사실은 국가보안법 7조 1항(고무, 찬양)과 5항(이적표현문 제작, 소지, 배포)을 위반하였다는 것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사실이다. 경찰은 이에 대한 증거물로 <맑스주의의 긴장과 단층들>, <공산당선언>, <신좌파의 상상력> 등의 출판물들과 학내에서 제작한 교양자료집들, 그리고 건학투위 커뮤니티 등에 게시한 글과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학생 등은 사건 직후 대책위를 구성하고 두 학생의 석방과 국가보안법 반대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책위는 경찰의 주장에 대해, 증거자료로 제출된 책들은 대학도서관에도 진열되어 있고, 서점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출판물과 온라인 상에서 ‘퍼온’ 글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고,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는 공안기관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조작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혐의 사실의 대부분은 대상이 불분명하고 무리한 부분이 많아, 공안기관의 무리한 수사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공안기관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진보조직을 억지로 이적단체로 조작하고, 1심에서 대부분의 혐의사실은 삭제되고, 결국 한 두건의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전형적인 사건이라는 것이다. 대책위 측과 두 학생은 이러한 전형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 부분에 유죄가 인정될 경우, 이후 항소 등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여름 동안 일어난 두 사건을 통해 아직도 국가보안법이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는 것은 물론, 조직사건을 엮어내며 존재이유를 증명해내고 있다고 보고 하반기에는 국가보안법 반대 싸움을 더욱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