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4호 기획 [키즈케어 상품, 인권침해 논란]
청소년 인권 침해하는 ‘전자명찰’ 사업을 당장 멈춰라.

박김형준 / 다산인권센터   torir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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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8일 서울시교육청은 4월 20일 KT와 맺었던 ‘초등학교 정보화사업’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해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내용인 즉, 초등학교 정보화사업에 들어가 있는 ‘키즈케어‘ 사업, 다시 말해 어린이 안전관리시스템의 ’전자명찰‘ 사업이 초등학생 청소년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붉어지자 서둘러 해당 양해각서를 해지한 것이다. 하지만 교육청 차원에서 ‘전자명찰’사업을 시행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 여전히 ‘전자명찰’사업은 여러 학교에서 시행 혹은 시행준비에 있다.

그렇다면 ‘전자명찰’사업이란 무엇이고, 어떤 점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전자명찰’ 사업이란 초등학생 청소년들에게 전자칩이 들어간 명찰을 휴대하게 하고, 등하교시 각 초등학교의 단말기에 찍게 되면, 이 상황을 학부모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전송해주겠다는 사업이다.
이와 같은 사업이 이번이 시작은 아니다. 이미 사립 유치원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곳이 있으며, 학원가에서도 히트상품으로 알려지고 있는 사업이다. 여러 회사에서 경쟁적으로 여러 곳에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KT는 전국의 초등학교를 영업장화하기 위해 전국의 교육청에게 손길을 뻗친 것이다.

전자명찰 사업, 초등학생의 안전에 도움이 될까?
그렇다면 ‘전자명찰’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 번째로 ‘전자명찰’사업은 철저하게 상업적 전략을 가진 상품일 뿐이다. 해당 사업이 시작되면 정작 학교나 교사에게는 문자메시지가 무료로 제공되어진다고 하나, 학부모에게는 ‘전자명찰’사업을 신청하게 되면 이 시스템을 통해 월3000원씩의 사용료를 지불해야만 한다. 결국 하루 100원의 서비스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1000여명의 학생이 재학한 학교의 경우에는 하루 10만원, 한달이면 300만원, 1년이면 3600만원이 수익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한 학교가 아닌 전국에 이 사업이 시행된다면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업의 핵심은 초등학생을 ‘안전’하게 등하교 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업이 과연 초등학생의 등하교길의 '안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초등학생을 자녀를 둔 부모에게 교묘히 불안심리를 자극해서 이걸 통해 작으나마 안심을 주도록 만드는 상업전략은 즉각 걷어내야 할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부모의 지갑을 열어 기업의 돈을 벌게 해주지 말고, 오히려 ’초등학생의 안전한 등하교길을 만들기 위한 환경조성‘사업을 계획하여 시민사회단체, 학부모단체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는 것을 어떨지...

두 번째로 기업의 개인정보 수집 문제이다. ‘전자명찰’ 사업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학생이름, 학반, 학생주민등록번호, 학부모 휴대폰번호, 집주소, 집전화번호, 명의자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게재해야만 한다.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는 모두 KT라는 기업에 넘겨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기업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도 동시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것은 민감한 개인정보에 대한 관리, 감독권이 학교가 아닌 기업에 주어지도록 함으로써 심각한 개인정보의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 번째로 가장 중요한 청소년의 인권침해 부분이다. 이 사업이 시행됨과 동시에 청소년의 일거수일투족은 청소년 자신의 결정과 무관하게 자신의 위치정보를 부모에게 보낼 수밖에 없어 ‘자신의 위치정보’를 스스로 결정해서 정할 수 있는 권리인 ‘자기정보결정권’을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 가장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주체로 키워져야할 청소년들이 ‘감시와 통제’에 순응적인 ‘수동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좀 더 확장되어 집-학교-학원 등으로 연결되는 감시체계 속에 청소년들을 밀어 넣게 되는 것이다. 이미 청소년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여져 있다.

청소년에게도 프라이버시권이 있다
현재 이미 시행하고 있는 몇몇의 학교는 선생님이 초등학생의 전자명찰을 모아 일일이 리더기에 인식을 하는 곳도 있다고 하며, 초등학생의 등하교 시간에 몰리는 경우에는 일렬로 쭉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려 찍어야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결국 교사와 초등학생에겐 거쳐야 할 업무-일이 하나 늘어나게 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제12조 : 어른이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주는 결정을 내릴 때 우리에겐 우리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리고 어른은 우리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제16조 : 우리는 사적인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제31조 : 우리에겐 쉬고 놀 수 있는 권리가 있다.
- UN어린이청소년권리조약 中에서

전자명찰 사업 급속하게 확산 중
이제 더 이상 청소년을 위한답시고, 이벤트적인, 상업적인 아이템들을 걷었으면 한다. 실질적인, 그리고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UN어린이 청소년권리조약에서 나온 바와 같이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릴 때는 반드시 청소년에게 의견을 구해야 한다. 청소년들도 사적인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자명찰 사업은 순풍에 돛단 듯 점점 더 퍼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KT와 양해각서를 폐기했다고 하지만, 각 학교의 자율에 맡긴다는 오묘한 뉘앙스로 마감을 지은 상태이며, 부산, 전북, 울산, 경북 등의 지역에서 앞 다투어 추진되고 있으니 말이다. ‘전자명찰’ 반대 활동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연대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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