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4호 표지이야기 [게임등급제 논란 : 산업발전 vs 청소년보호?]
게임자본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가 필요하다
등급위원회에 청소년 보호의 가치를 중시하는 인사의 참여 필요

김성천 / 게임물등급제도개선연대 사무국장   skc22@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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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공표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은 게임산업진흥을 위해 아동과 청소년들을 사실상 게임의 폭력성과 선정성, 중독성에 방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게임은 전체 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18세 이용가로 분류했는데, 이 법안은 그동안 분류된 12세 이용가와 15세 이용가 게임을 은근슬쩍 전체이용가로 분류했다. 이 법안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게임사가 될 것이다.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게임산업 육성에 초점
온라인 게임의 선정성, 폭력성, 사행성, 중독성으로 인해 아동 청소년뿐만 아니라 심지어 성인들도 고통을 당하고 있는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온라인 게임은 과거 오락실에서 잔 돈 들고 하던 아케이드 게임류와 달리 게임의 연속성이 있기 때문에 한번 몰입하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3년 이상을 특정 게임에 메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자신의 일상이 파괴되기도 한다. 나아가, 근래 들어 온라인 게임에는 가상의 적을 잡는 것이 아닌 상대방 유저와 싸우는 PK(Player Killing)가 있고, 강력한 아이템과 게임 레벨 욕구를 자극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리니지가 이런 기획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다른 게임도 리니지의 특성을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 내 캐릭터의 성장 욕구를 자극시키도록 설계한 게임의 특성으로 인해, 적게는 8% 많게는 20% 가량의 아동 청소년이 게임에 중독되고 있다. 게임으로 인해 부모와 갈등을 일으키고, 수업시간에 졸거나 자고, 아이템을 현금 거래하는 학생들을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은 이러한 문제들을 철저히 외면한 채 업계의 이익과 산업육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게임 산업 진흥법안 제 16조에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설치 목적을 “게임물의 윤리성 및 공공성을 확보하고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그러한 설치 목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모순된 내용과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전체 이용가, 12세 이용가 및 15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은 게임물은 이 법 제21조 제2항 제1호의 개정규정에 의한 전체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은 것으로 본다”는 부칙 제5조는 철저히 청소년의 이익과 보호의 관점에 반하는 독소 조항이다.

12세, 15세 이용가 등급을 전체 이용가로 재분류
12세 이용가와 15세 이용가는 PK가 존재하며, 선혈이 낭자하고, 전투적인 내용이 적지 않다. 심지어 리니지도 15세 이용가 서비스를 하고 있다. 12세와 15세 이용가 게임이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지 못한 이유는 PK시 경험치 손실이나 아이템 드롭 등이 존재하여 게이머의 상실감을 유발시키고 폭력적인 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템 구입 및 거래 없이 제대로 게임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렇게 게임에 중독되고 아이템을 현금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며, 폭력을 증폭시키도록 설계된 온라인 게임이 12세와 15세에 상당히 많다.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12세 이용가와 15세 이용가 등급 분류를 받은 게임을 은근슬쩍 전체 이용가로 재분류하는 그 작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리니지와 같은 게임들을 유치원생도 이용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인증해주고 합법화해준 것에 다름아니다. 또한, 등급위원 구성을 문화관광부 장관이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주로 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문화관광부의 특성상, 사실상 등급기관이 업계의 경제적 이익에 종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까지 영상물등급위원회(아래 영등위)는 업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던 이들이 다수를 차지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영등위 자체는 등급위원회의 취지를 살리지 못해왔다. 따라서 제대로 된 등급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위원 구성이 요구된다.

게임업계, 자율등급을 요구할 자격 없다
게임업계는 말한다. 청소년 보호를 주장하는 이들이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그러나 등급의 전문성은 제작의 전문성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등급기구는 특정 게임이 아동 및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과학적․ 중립적․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위원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과연 현재의 영등위가 업계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이들이 몇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 게임사들은 자율적인 등급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에 다름아니다. 자율등급의 취지는 업계가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자율등급서비스가 정착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게임사가 그만큼의 사회적 책무를 다했는지를 묻고 싶다. 엔시소프트사의 ‘리니지 개인 정보 유출’ 사건 하나만 보아도, 숱한 게임의 폭력문제와 현금거래에 따른 부작용, 게임중독 등의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모습만 보아도, 우리는 게임사들에서 돈벌이에 급급해 있는 천민자본주의 전형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철저히 개인이 책임을 졌다. 그러나 업계와 정부도 그에 대한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그러나 게임사들은 이러한 사회적 역기능에 대해 제대로 된 대처를 한 적이 없다. 문제가 터질 때 만 면피용 대안을 제시했을 뿐이다. 한마디로 게임업계는 시민사회에 자율등급을 요구할 수 있을 만큼의 자격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청소년 보호를 위한 공적인 규제 필요
현재로서는 게임 중독과 선정성 및 폭력성의 바람을 고스란히 아동과 청소년들이 맞아야 한다. 등급서비스를 위반했다고 해서 업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 상황도 아니다. 물론 많은 아동 및 청소년들이 이러한 등급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고 이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등급 서비스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등급기구를 무력화하는 것은, 사람들이 안전벨트를 안 맨다고 자동차의 안전벨트를 안 만드는 것과 똑같다. 결국 게임 등급을 통해 자기 연령에 맞는 게임을 아동 및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부모가 지도하고, 아동과 청소년이 자기 통제와 절제의 마음을 가지고 게임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제도적 보호 장치의 전부인 셈이다. 학생과 부모가 어떤 게임을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최소한의 역할을 등급기구가 할 뿐이다. 이 법의 부칙 제5조를 즉각 삭제하고, 등급위원회 구성 시 최소한 50% 이상은 등급기구 설치 취지에 맞게 산업 육성이 아닌 청소년 보호의 가치를 중시하는 학부모, 교원, 비영리 단체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들어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달리는 자동차에 액셀레이터와 함께 브레이크가 필요하듯, 산업진흥뿐만 아니라 청소년 보호의 가치가 필요하다. 온라인 게임이 아동과 청소년에게 미칠 그 영향을 자본의 관점이 아닌 부모와 시민의 관점에서 바로 볼 수 있는 등급위원회 구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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