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4호 나와
만화가 내게 언제나 느낌표이게 하소서!

홍지은 / 네트워커   idiot@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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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김달님

홍지은 (아래 ‘홍’) : 처음 달님님의 만화를 봤을 때, 만화보다 이름에 눈길이 먼저 갔습니다. 이름이 무척 정감 있는데, 필명인가요 아니면 본명인가요?
김달님 (아래 ‘달’) : 본래 이름입니다. 다들 궁금해서 한번씩 물어보세요. 제가 태어날 때, 그러니까 80년대부터 한글 이름이 유행을 해서 아버지가 직접 지어주신 겁니다.

홍 : 홈페이지(http://dalymi.cafe24.com)의 자기소개에서 전공이 정보과학과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고 좀 의외다 싶었습니다. 만화와는 그다지 상관없어 보이는 학과인데, 특별히 그 과를 선택한 이유는 있나요?
달 : 어렸을 적부터 만화가가 되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컴퓨터를 좋아해서 들어간 것인데, 만화를 그리게 되면서 여러 그래픽 프로그램들을 사용할 때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홍 : 만화에 대한 애정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거라면, 좋아하는 만화가나 작품들도 당연히 있겠죠? 어떤 작품, 어떤 작가들인가요? 저도 한 번 보고 싶습니다.
달 : 어렸을 때 <드래곤 볼>이라는 만화를 좋아해서 베껴 그리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림이 정말 좋아서 늘 베껴 그렸던 작가 분이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위대한 캣츠비>의 강도하 선생님이셨어요. 또,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만화를 공부했는데, 거기에 제 스승님들이 계세요. 언더그라운드 만화가라서 잘 알려진 편은 아니지만, 최인선 선생님과 박형동 선생님이십니다. 두 분 모두 데뷔했을 때, 천재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특이한 만화를 그리세요. 그래서 무척 존경합니다.

홍 : 만화를 보기만 하다가 만화가를 하기로 결심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요?
달 : 당연히 반대하셨죠.(웃음) 하지만 제 만화를 보시면 같이 즐거워 해주세요. 제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기 싫어하는 것이지 만화 자체를 싫어하시는 것은 아니에요. 제 만화책을 갖다 버리신 적도 있으시지만(웃음)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와 함께 만화를 봤는걸요.

홍 : 약력을 보니, 데뷔는 ‘계간만화’라는 잡지를 통해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출판 만화가 아니라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계시나요?
달 : 저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출판 시장이 거의 죽어가고 있고, 그러다보니 돈이 안 되기도 해서 그렇죠. 온라인에서 활동하게 된 것은 다음(Daum)의 ‘나도 만화가’라는 코너에 원고를 보낸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온 거예요. 물론 출판 만화 쪽으로도 활동은 계속 하고 있어요. ‘계간만화’에 2번 정도 제 만화가 실린 적이 있고, 책자 작업도 몇 번 했습니다. 또 6월에 나오는 ‘한겨레 21’의 별책 부록용 만화도 그리고 있고요.

홍 : 출판, 그러니까 오프라인과 온라인에 번갈아가며 활동하시는데, 작가입장에서 느껴지는 각각의 차이점들이 있나요? 이를테면 편집에 관해서 양쪽의 입장이 다를 것 같은데요.
달 : 상업지 같은 경우에는 팔려야 하는 잡지이기 때문에 편집자의 강압이 들어갈 수밖에 없죠. 하지만 제가 ‘계간만화’에 연재할 때는 그 곳 편집장님이 마음껏 그려보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그런 경험이 아주 없지는 않죠. 예전에 ‘봄나들이’라는 잡지에서는 제 만화가 폭력적이라고 해서 한번 수정한 적이 있습니다. 복숭아를 입에 갖다대는 모습이었는데, 그 연출이 좀 괴팍하다고 해서요.(웃음) 광고 만화 같은 경우에는 당연히 광고주 의견에 따라 많이 수정하게 되고요.
하지만 온라인 만화는 이런 터치가 전혀 없습니다. 대신 자체적으로 심의를 하게 되더라고요. 예전에 강도하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외부에서 심의를 하는 것보다, 스토리를 짤 때 작가 스스로 알아서 잘라내는 행위가 예술 분야에서는 더 위험한 것이라고요. 온라인에서 연재를 하게 되면, 그런 ‘자체 심의’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만화가 김달님

홍 : 달님님의 만화를 보면 밑에 항상 ‘ohmana.net(http://ohmana.net)’이라는 곳이 소개가 되어있습니다. 여러 작가 분들이 만화를 올리고 있던데, 그 곳 소개 부탁드립니다.
달 : 처음에는 남자친구와 함께 개인 홈페이지 용도로 만들었던 곳이에요. 그런데 디자인을 깔끔하게 한다고 했더니, 만화를 연재하는 공간처럼 보였나 봐요. 온라인 작가 분들이 연락을 해서 연재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대형 사이트들의 정신없고 혼란스러운 분위기 대신에 조용한 곳에서 활동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었어요. 그런 분들과 지인들이 하나 둘 씩 모이다보니까 여러 명이 그 곳에서 함께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홍 : 달님님의 만화를 보면 그림이 다른 온라인 작가들과 다른 것 같습니다. 다른 작가들은 보통 매끄러운 질감이 나게 그리는데, 달님님의 그림은 투박한 질감이 느껴집니다. 혹시 손으로 직접 채색하시는 건가요?
달 : 데생작업까지만 직접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컴퓨터 작업입니다. 매끈한 질감을 피하는 것은 우선, 개인적으로 오프라인의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컴퓨터 작업보다는 직접 그리는 것에 익숙한지라 그림도 그런 느낌이 나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데 어린 분들은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웃음) 또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이기도 해요. 강풀님이나 강도하 선생님 같은 분들의 그림을 보면 데생력이 많이 비교가 돼요. 그래서 저는 다른 쪽으로 어필하려다보니 질감 차이를 낸 겁니다.

홍 : 온라인에서 지금까지 반년 넘는 시간동안 연재를 하고 계시는데요. 팬레터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면요?
달 : <아이가 필요해>의 연재를 시작했을 때, 청소년이 임신한다는 설정 때문에 리플뿐만 아니라, 전화로도 항의가 많이 들어왔어요.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어요. 한 번은, 어떤 남자 분께서 자기 여자 친구가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메일을 보냈어요. 그래서 결말을 꼭 아이가 천국에 가서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해달라고 부탁하셨죠. <돌아온 자청비>를 시작한 이후로, 농업경제를 전공하는 학생이 자기도 그려보고 싶었는데 대신 그려줘서 고맙다고 메일을 보냈고요. ‘자청비’에 관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자료들을 보내주신 분도 계세요.

홍 : 달님님의 작품에 대해서 여쭈어 보겠습니다.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라면 보통 학교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아이가 필요해>는 학교 밖의 공간에서, 도발적이라 느껴지는 미혼모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의식에서 이런 소재를 선택하신 건가요?
달 : 고등학교 시절에, 화장실에서 소위 ‘날라리’라 불리는 애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친구가 14만원을 주고 애를 떼라고 했다는 이야기였어요. 요즘은 50만원 정도 같은데, 그 때는 14만원이면 됐나 봐요. 미혼모라는 설정은 그 기억에 의한 것이고요.
사실 저는 청소년 시기를 얌전하게 보내서 그 친구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재수를 하게 되면서 그 애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죠.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사색하는 시간이 생겼어요. 고등학교 때는 학교생활 쫓아가느라 그럴 시간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재수를 준비하고, 첫사랑과 헤어지는 시기를 거치면서(웃음) 자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인성교육이 부재한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방황만 하게 됩니다. 그래서 ‘시윤이’뿐만 아니라, ‘우진이’나 ‘혜주’ 등 모두가 힘들어하지요. 청소년들이 방황만 하지 말고, ‘노랑이’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하고 싶었어요.

홍 : 고등학교 시절에 모범생으로 생활하셨다면, <아이가 필요해>의 주인공 ‘시윤이’의 리얼리티는 어떻게 구성하신 건가요?
달 : 재수를 하면서 학원을 다녔는데, 그 때 제가 살던 강원도에서 재수종합학원이 그 학원뿐이었어요.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책을 많이 봤죠. 청소년이나 미혼모들이 쓴 수기집들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선생님들이 쓰신 책을 보면서 선생님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했고요.

홍 : 읽으신 책들 중에 추천할 만한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달 : <유진 유진>이라는 책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똑같이 ‘유진’이라는 이름을 갖고, 같은 나이인 소녀 2명의 이야기를 다룬 건데요. 둘 다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의 가정에서는 소녀를 이해하고 아껴주었습니다. 또 다른 유진의 집은 그것을 무조건 숨겼어요. 그래서 나중에 시간이 흘러, 둘이 다시 만났을 때 둘이 굉장히 다른 모습으로 만나게 되죠. 좋은 책이니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홍 : 지금 연재 중이신 <돌아온 자청비>에 관해 물어보겠습니다. 작품의 제목에 들어간 ‘자청비’라는 이름은 직접 만드신 건가요?
달 : 우리나라의 신화 중 하나에 나오는 이름이에요. 처음에는 저도 몰랐는데, 농사와 관련된 자료들을 찾다가 발견한 거죠. 제주도 신화에서 나오는 인물입니다. 굿도 있고, 술 이름으로도 사용되고 있어요.

홍 : 작품의 주제가 ‘농사’인데요. 달님님과 같이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한 소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서 농사 이야기를 다룰 결심을 하신 건가요?
달 : 저희 부모님이 강원도에서 농사를 짓고 계세요. 그래서 저에게는 낯선 소재는 아니지요. 그리고 FTA에 반대하는 농민 시위를 보면서 느꼈던 바가 많았습니다. 농민들의 시위가 있었을 때, 인터넷의 리플들을 읽으면서 안타까웠습니다. 청소년들이 쓴 것 같은데, 시위에 대해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우리들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농민들 덕택인데 그 점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한 생각들을 약간이라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돌아온 자청비>를 그릴 결심을 했어요.

홍 : 그렇다면 <돌아온 자청비>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달 : 농민과 농사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주인공인 ‘주연’(웃음)이 사랑이라는 것을 잘 모르잖아요. ‘문도령’을 사랑한다고만 하지, 그를 잘 알지 못하죠. 농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그저 말로만 사랑한다고 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거죠. 그런 진실한 사랑이 없어져서 만화 속에서 자청비가 사라지고 쌀 맛이 변했어요. 만화 속의 인물들에게 오곡씨앗을 모으게 하는 것은, 그것들을 통해 최초의 쌀을 키워내면서 농민과 농사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려는 거죠.

홍 : <아이가 필요해>에서 마지막의 반전을 보고 무척 놀랬습니다. 왜 그런 반전을 계획하셨는지요? 그리고 아직 연재 중이지만 <돌아온 자청비>에도 혹시 반전이 있나요? 살짝 알려주세요.(웃음)
달 : <아이가 필요해>의 마지막 부분은 반전이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중심소재가 미혼모이기는 하지만,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청소년들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거든요. 주제를 생각해 본다면 반전이라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미혼모라는 상황은 정말 소재일 뿐이죠. 그리고 <돌아온 자청비>의 반전이라면... 아까 오곡씨앗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그 안에 반전이 있습니다. 자세히는 말씀 못 드리고요.(웃음) 사람들의 애정이 부족해서 쌀 맛이 변했는데, 애정이 더 부족해지면 뭔가 일이 일어나겠죠? (웃음)
만화 돌아온 자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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