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5호 해외동향
정보독점에 대한 아시아인들의 반격
제1회 아시아코먼스 회의 방콕에서 열려

정우혁 / 네트워커   ohri@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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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6일 - 8일, 태국 방콕에서는 벨라넷(Bellanet), 과학개발미디어연구센터(CSDMS), 국제오픈소스네트워크(IOSN), 남아시아파트너쉽(SAP-I)의 공동주최로 ‘아시아코먼스(Asia Commons)’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는 저작권이나 특허 등 현행 지적재산권 체제가 아시아지역 국민들의 지식과 문화에 대한 접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대안적인 정보공유의 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논의하는 자리였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남미, 미국, 유럽 등에서 약 100여명의 사람들이 참석을 했다. 자유/오픈소스소프트웨어(FOSS), 크리에이티브코먼스(Creative Commons), 카피레프트(Copyleft) 등 다양한 정보공유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사회활동가와 학자, 변호사, 변리사 등이 참석을 하였으며, 지적재산권 전문가들도 다수 참석하였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크게 ▲지식과 문화에 대한 접근권 ▲공유지식과 문화를 위한 모델 ▲대안적인 정보공유를 위한 전략 등 3가지로 나뉘어서 진행이 되었다.

기조발제에 나선 호주국립대학교(ANU) 피터드라호스(Peter Drahos) 교수는 ‘지적공유(intellectual commons)’라는 단어는 ‘정보이용권’이라는 정치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터교수는 “정보공유는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정보를 독점하지 않고, 공동으로 소유함으로써, 정보를 서로 자유롭게 이용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하고, “이것은 정보사회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더욱 증진시킬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피터교수는 자신의 발제를 토대로 작성한 ‘정보공유의 저항’이라는 글에서, 자유소프트웨어운동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 의 하나는 자신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다른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함으로써, 소프트웨어에 대한 커뮤니티의 자율적인 ‘이용권’을 보호하고, 나아가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증진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지적공유가 가지는 정치적인 의미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아시아코먼스 홈페이지

이어서 기술에대한소비자프로젝트(CPTech)의 소장인 제임스러브(James Love)가 두 번째 기조발제를 발표했다. 그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와 세계무역기구의 지적재산권협정(WTO TRIPS) 등 현행 지적재산권 체제를 주도하고 있는 국제적인 협정들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나 인터넷거버넌스포럼(IGF) 등 대안적인 제도를 제안할 수 있는 다양한 국제포럼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식에대한접근권(A2K, Access to Knowledge)’과 ‘지식공유’라는 단어를 정치적으로 이데올로기화 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임스러브는 지식공유를 위한 대안적인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대표적으로 크리에이티브코먼스와 의약품 개발을 위한 보상기금제도(Prize Fund, 필수의약품 등 신약개발에 대해서 포상금을 제공하는 제도) 등을 언급했다.

기조발제 후에는 흥미있는 사례들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계속 이어졌다. ‘저작권과 정보회색경제’라는 제목의 세션에서 <위기와 새로운 시도들>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한 브라질의 로날드리모스(Ronald Lemos)는 기존의 음반, 출판, 언론 등 문화산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음반판매량, 출판판매량의 감소 등을 경제적인 통계자료를 토대로 설명하고, 이런 가운데 브라질에서는 웹2.0이라는 새로운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에서 상당수의 과학과 의학정보들이 저작권의 제한을 받지 않고 이용을 할 수 있도록 오픈출판(Open publishing) 형태로 인터넷에 올라가 있고, 또한 많은 브라질 정부 출판물들이 크리에이티브코먼스 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사례를 들었는데,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영화를 생산하고 있는 국가가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이며, 한해에 1,200개의 영화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611개의 미국과 비교할 때 거의 2배 높은 숫자이다. 이런 흐름은 저작권에 구속을 받지 않으면서도, 공유의 철학에 기반한 대안적인 창작과 문화의 흐름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코먼스 회의장면

오픈비즈니스모델 세션에서 발제를 맡은 사후(D.K. Sahu)는 오픈억세스 출판과 관련하여, 소규모 저널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한계들, 예를 들어, 작은 배포망과 독자에 대한 접근성, 그리고 적은 필자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사례로 의학전문저널인 JPGM(www.jpgmonline.com)을 소개했는데, 그는 이 사이트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 의학정보의 출판에 있어서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도, 이 정보들에 대한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필자와 독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한 재정은 각종 후원과 광고수익을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 사이트에 올라가는 각종 콘텐츠들은 크리에이티브코먼스 라이선스를 채택함으로써, 방문자들이 이 사이트의 자료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모델은 과학 정보를 위한 온라인 공공도서관인 PLOS(www.plos.org)와도 비슷한 형태의 시스템이다.

그룹토론에서는 더욱 뜨거운 논의가 이어졌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대안적인 선전활동 ▲지식접근권을 위한 아시아네트워크 구축 ▲공유문화에 대한 개념적 접근 ▲건강권을 위한 공유정보의 가치 등 주제별로 30여개가 넘는 그룹토론이 진행이 되었다. 현재 미국이 각국과 체결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서의 지적재산권 조항이 가지는 의미와 이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특히 참석자들은 지적재산권의 강화론자들의 주장-지적재산권의 보호가 없다면, 문화산업은 망할 것이다, 지적재산권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해서 더욱 필요하다, 불법복제로 인해서 많은 피해가 발생한다 등-에 대항할 수 있는 정치경제적인 분석과 전략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였다. 또한 일반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의 개발과 캠페인-다큐멘터리 영화제, 카피레프트 만화전 등-이 제안되기도 했다.

이번 회의에서 발표되고 논의된 자료들은 모두 아시아코먼스 위키 사이트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출판되었으며, 포드캐스트 등을 통해서 MP3로도 청취가 가능하다. 참석자들은 아시아코먼스 메일링리스트를 통해서 계속 유용한 자료들을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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