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호 정보사회
정보사회에 참여하는 여성들의 비극적인 초상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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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은 변화하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삶에 있어서 중요한 잠재력이 되어가고 있다.
정보시대에 그것과의 협력 없이는 어떠한 국가나 지역도 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없다. 그러나 세계 인구의 대다수는 여전히 빈곤하며 ICT(정보통신기술)의 수혜와는 무관하게 살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국가간의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은 대부분의 경우, 남성과 여성에게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새로운 기술에서의 배제는 곧,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 질서가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정보사회에서의 성불평등성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접근성, 통제 효과적 활용의 문제
전 세계 여성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낮은 접근성의 문제는 인프라나 사회경제적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조성되는 성별역할과도 관계가 있어서, 여성들의 숙련도나 이동성, 그리고 활용 가능한 시간 자체에서 차이가 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남녀간에는 정보통신 인프라를 활용하는 비율에 있어서 큰 격차를 볼 수 있다. 여성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기 전에는 정보통신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이동하기 어려우며, 사용경비가 들면 접근하기 어렵다. 따라서 도시 중심의, 사용비용이 많이 드는 기술과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에 정책결정 단계에서 여성이 참여하여야 하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터넷 연결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식과 활용할 수 있는 자원에 대해서도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효과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현재는 지식과 정보자원에 단지 접근하는 데에만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정보가 생활현장에서 소비하는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콘텐츠와 사용언어
여성과 비영어권사람들, 종교적 혹은 이데올로기적 소수집단들은 지속적으로 정보에서 소외되며,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나 부자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부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인터넷을 활용하는 서양의 남자들과 인터넷 디자이너, 정책결정자들과 인터넷 콘텐츠 제작자들이 이미 선점한 세계 속에서 여성들이 평등할 수 있을까? 인터넷을 점유하고 있는 영어와 불어, 독일어, 일어와 중국어로부터 어떻게 자유롭게 인터넷을 활용할 것인가.

포르노, 인신매매, 여성에 대한 폭력과 검열
포르노, 이메일 성희롱, 욕설, 사이버스토킹이 전체 사이버 이용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그 외에도 인터넷 이용을 저해하는 것은 인터넷을 활용한 인신매매이다. 1995년도 통계에 따르면 1.8백만명의 여성과 여아들이 불법적인 인신매매의 피해자들이고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검열은 인터넷 권리 영역에서 치열한 논쟁대상이 되고 있다. 많은 여성단체들은 포르노를 만들고 사고 파는 사람들에 대한 추적조사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도구들을 개발하는 것을 포함해서 인터넷에서의 콘텐츠를 모니터링하고 견책하는 보다 강한 정책의 수립을 요구해야 한다.

고용에 있어서의 성별분리
정보통신영역, 특히 서비스분야는 여성에게 활짝 열려 있는 고용시장이다. 그러나 정보통신분야는 대체적으로 신설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고용에 있어서 성별분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수입이 높고 소프트웨어 개발과 같은 창의적이고 인터넷을 활용한 일자리가 주어지지만 여성들에게는 저임금의 단순 노동직이 주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이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긍정적인 면을 내포하고 있지만, 섬유산업이 보여주듯 정보통신분야의 이런 일거리도 결국은 성별불평등을 재생산할 것이다. 또한 텔레워킹처럼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할 수 있는 원격근무는 여성에게 두 가지 일거리, 즉 전문적인 일과 가정 일을 동시에 하도록 하는 문제점을 지니게 된다.

전통적 지식과 지적재산권
지역사회 혹은 전통적 지역에서는 오랜 경험과 지역여건에 기인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과 사회경제와 인간을 포함하는 자연자원에 영향을 받아서 주민들의 지식이 생산된다. 따라서 그 지식은 지역의 어느 한 개인이 아니라 지역전체의 것이며, 오랜 기간, 세대를 이어 내려오는 지식들은 어느 행사를 치르는데 필요한 지식들이고 그 지식들은 주로 여성에 의해 지도되어 왔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은 주로 기업과 개인의 지식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되며, 문화적인 생산성이나 지역의 전통적인 지식은 배제된다. 여성들의 전통성에 대한 지식, 특히 여성들이 지시하고, 추진하며, 그들이 지닌 지식에 의해 조정되는 전부가 지적재산권으로 정해져야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들이 지닌 지식은 기업들의 지적재산권의 대상과는 달리 '오래된' 내용이므로 그 중요성에 비추어 논의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권력 관계는 ICT에 대한 접근이나 통제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에 대해 다른 가능성을 제공하며 이로 인해 정보화 사회에서 여성의 잠재력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삶과 사회의 모든 영역과 단계의 결정과정에서 여성의 참여는 제한되고, 이들의 빈곤은 지속될 것이며, 따라서 사회의 완전한 민주주의는 불가능해지게 된다.

* 2003년에 발간된 여성부의 '여성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ITU-WGGI 회의 참가보고서'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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