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5호 표지이야기 [오픈 웹, 닫힌 정부를 열어라!]
공개 SW를 지원하라는 것이 아니라, 전자정부 자체가 위법하니 바꾸라는 것
이 문제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장래가 걸린 것

오병일 / 네트워커   antiropy@jinbo.net
조회수: 7573 / 추천: 53
오픈 웹 운동의 요구는 리눅스나 매킨토시 이용자들을 지원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가 MS의 독점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위법하니,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바꿔달라는 것이다. 김기창 교수는 "우리의 주장은 '장애자의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여기저기 휠체어 통로라도 좀 설치해 주세요'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라며, "전자 정부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장애자 비유를 사용하자면 도시 전체의 설계가 위법하니 바꾸라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인터넷은 MS 전용넷!

물론 MS의 시장 독점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MS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한국에서 유난히 높다. 2002년, 세계 시장에서 MS 윈도의 점유율은 93.8%인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99.4%에 달한다.
출처: MS 사에 대한 EU Competition Commissioner 의 결정문 para. 434 (출하량 기준)

출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주)한국IDC 자료(2004. 9.) 공정거래위 심결 <표 3.5> (출하량 기준)

김기창 교수는 그 이유를 '한국의 인터넷환경이 MS 전용화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MS의 시장 독점이 웹사이트의 MS 전용화를 부추기기도 하지만, 역으로 MS 전용화된 인터넷 환경이 MS 독점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독점의 폐해를 규제하고,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전자정부 웹사이트나 공인인증서 정책으로 미루어 보면, 한국 정부는 오히려 MS 독점을 강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기창 교수는 "컴퓨터는 그저 윈도 밖에 모르고, 인터넷은 '컴퓨터'로 보는 줄 알아, 자기 컴퓨터에 무슨 웹브라우저가 설치되어 있는지조차 모르시는 분들이 '전자정부' 사업을 밀어붙인 것 같습니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 결과 대한민국 인터넷은 "MS 전용넷"이 되었다.

물론 공공기관 웹사이트는 전체 웹사이트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또한,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기술 인력이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경제성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민간 영역에서 개발자들만의 노력으로 사태가 전환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웹사이트 발주자가 국제표준 준수를 발주 조건으로 명시한다면, 사태는 급전될 것'이며, 주요 발주자인 정부가 이를 선도하는 것은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김기창 교수는 바라보고 있다.

방송통신 융합에 따라 MS 독점은 더욱 심화될 것

이 문제를 지금 시점에서 제기하는 보다 시급한 이유는 방송통신 융합의 진전에 따라 모든 기기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TV, 휴대폰, PDA 등 대부분의 전자 기기에는 이를 작동시키기 위한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가 내장되어 있다. 이를 임베디드 솔루션이라고 하는데, 과거의 임베디드 솔루션은 인터넷 기능이 필수가 아니었다. 기기가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베디드 솔루션 시장에서 리눅스가 상당히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고, 한국의 인터넷이 MS에 최적화되어 있는 상황이 임베디드 솔루션 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방송통신 융합에 따라 TV, 휴대폰 등의 대부분의 기기들이 인터넷과 연결이 되면서 브라우저를 탑재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리눅스 기반의 브라우저로는 국내 인터넷 서핑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리눅스 기반 솔루션의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윈도 CE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하는 솔루션으로 선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PMP의 운영체제로 윈도 CE를 채택했다고 한다. 따라서 만일 현재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모든 영역에서 MS의 시장 독점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 역시 MS의 '하청업체'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게 될 것이다. 이것이 김기창 교수가 "이것을 소수자 보호 문제로 인식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모두, 사회 전체의 문제입니다"라고 강조하는 이유이다.

오픈 웹 운동의 가장 큰 장벽은 '어떻게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이다. 왜냐하면, "99.4.%의 국민은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전자정부를 포함한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그들은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MS 독점의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원신청서에 명시되어 있다시피, "MS기준에 맞춘 웹사이트가 당장은 편리, 유리하게 보이"더라도, "MS가 브라우저 사양을 바꿀 때마다 그에 따라 웹페이지가 계속 수정되어야 하므로 개인적으로는 물론, 국가적으로 큰 손실"일 뿐만 아니라, 결국 시장 독점으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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