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5호 블로거TO블로거
디온, 이중생활을 청산하삼!
디온님의 블로그, 디로니카의 이중생활 (blog.jinbo.net/smfla)

돕헤드 /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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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온님의 블로그 소개사진

내가 소개하고 싶은 블로그는 디온의 ‘디로니카의 이중생활’ http://blog.jinbo.net/ smfla/ 이다. 블로그의 인기도를 총방문자수로만 측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보통 진보넷에서 인기가 있다는 블로그의 경우는 하루 방문자수가 200을 넘는다. 요즘 디온의 블로그가 그렇다. 내가 측정해본 결과 하루 디온 블로그의 하루 방문자수는 300을 넘는다. 그곳이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디온이 대추리에 살고 있는 평택지킴이라는데 있다. 대추리에서 팽성 주민들과, 그리고 다른 지킴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들은 다른 블로그에서 좀체 찾아보기 힘든 감칠맛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b>어제, 그러니까 6월 7일 김지태위원장님 구속 결정이 난 날,
영장실질심사 후였는지, 진행중일 때였는지,
주민 대표들이 국방부와 논의를 하러 가서 지킴이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국방부에선, 도대체 이놈의 '지킴이'들이라는 존재가 뭐하는 사람들인지
조직에 속해 있지도 않고, 주민도 아니고, 뭔지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한 주민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킴이는 천사다."</b>
디온님의 블로그 바탕화면

이 땅에 뿌리를 박고 살아온 팽성 주민들의 생생한 말을 직접 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대부분 농민들인 팽성 주민들은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팽성과 서탄의 평택 땅 345만평이 전쟁을 수행하는 미군기지가 되지 않고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며 계속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그래서 이 땅에서 평화를 위협하는 가진자들의 전쟁놀음이 확대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곳 풀뿌리 농민들의 의지와 싸움이 중요하다. 디온은 이들과 함께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팽성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디로니카의 이중생활에 블로거들이 몰리는 것은 참 자연스럽다.

더욱이 디온은 자신의 400만 화소짜리 디카로 농작물이 자라는 생생한 모습, 논밭에 처진 철조망의 끔찍한 모습, 황새울 들녘에서 공사를 하다 갯벌에 빠져 옴짝달싹할 수 없게 천벌을 받은 군용 포크레인의 모습 등 현장의 사진들을 감칠맛 나는 설명과 함께 블로그에 올려왔다. 기자들이 커다란 집회가 있을 때 들어가서 찍어오는 사진과는 분명히 다른 아마추어 현장 사진가의 열정이 디온의 황새울 사진 속에는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것은 피사체와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며 찍는 사진이 아니라 그 땅 위에 자라는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 하나마다 숨결을 불어넣으며 그대로 있어달라는 간절한 소망으로 찍는 사진이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지난 6월 6일 김지태 대추리 이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평택경찰서 앞 집회에서 그의 카메라가 전투경찰에 의해 파괴되어 현재 사진은 올라오고 있지 않지만 그가 예전에 찍어놓은 사진들을 천천히 음미해보는 것도 좋겠다.

디온은 초보 농사꾼으로서 아직 본격적으로 논농사를 짓고 있지는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대추리에 들어간 지 아직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블로그 제목도 디로니카의 이중생활이다. 그러니까 대추리 생활과 도시 생활을 동시에 하고 있을 때 지은 제목이 아닐까 나는 추측해본다. 그런데 대추리에서 몇 달을 보내면서, 특히 대추리에 직접 텃밭을 만들고 그곳에 각종 쌈거리와 야채와 허브 등 수십 종의 작물들을 가꾸면서 요즘 디온은 서서히 이중생활을 청산하고 있어 보인다. 전에 그가 서울에 올라왔을 때 나와 함께 밥을 먹은 적이 있었다. 디온은 ‘대추리 텃밭에서 직접 가꾼 쌈거리를 먹지 않으면 아무리 밥을 먹어도 허전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을 들으며 나는 이제 디온이 도시물을 빼고 본격적으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땅에 뿌리를 내리게 되면 그 다음에는 농사를 지으며 땅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 말고 다른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된다. 땅과 함께 호흡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가 올리는 요즘 글들에서 나는 그가 생각보다 든든하고 깊게 대추리의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디온은 니체의 강한 영향을 받아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술을 좋아하고, 다양한 칵테일을 직접 만들어 평택지킴이들과 함께 마시기도 한다. 이밖에도 디온은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는 친구다. 현재 2기 황새울 중창단을 지휘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디온이다. 특히 디온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그의 퍼포먼스였다. 디온은 원래 잘 나가는 재야 퍼포머 출신이었다. 지난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자 울분을 견딜 수 없게 된 디온은 맨발로 거리에 나가 되는대로 춤을 추면서 가슴 속 응어리들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길거리에서, 집회에서 퍼포먼스라는 형태로 평화에 대한 신념을 표현해나갔다. 재야 가수로 길거리에서 반전노래를 부르고 다니던 내가 디온을 만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런 일이었다. 그 무렵부터 디온은 퍼포먼스를 하고, 옷을 만들어 입고, 대안생리대를 바느질하면서 살아갔지만 그 활동은 대부분 도시에 집중되어 있었다. 아마도 디온은 농촌을 착취해 유지되는 도시 생활의 구조적 속성에 깊은 불만이 있었던 듯싶다. 자신이 원하는 평화적이고, 자급적이며, 온전한 삶이 도시에서는 기본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디온은 뼈 속에서부터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 그런 디온에게 황새울의 땅은 풍족한 자양분을 듬뿍 제공해주었을 것이다. 도시에 살면서 억눌렸던 디온의 생명력이 대추리에 뿌리를 내리며 지금 다시 왕성하게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디온은 농사를 지으며,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바느질을 하고, 술을 마시며, 평화를 전하는 멋진 글을 오늘밤에도 블로그에 올리고 있는 것이다.

디온은 나와 같은 피자매연대 활동가이기도 하다. 난 디온이 피자매 활동가와 황새울 지킴이의 이중생활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너무 깊이 한 쪽에 매몰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한 편으로는 있다. 하지만 실은 그가 팽성읍 대추리 앞 텃밭에 출몰하며 살아가는 요즘의 모습이 더없이 보기 좋기에 어서 이중생활을 청산하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를 보니 나도 이중적이 되어 버린다.
에이, 디온아, 이중생활은 청산해버리고 어서 카메라를 고쳐라. 그래야 블로거들이 다시 황새울 들녘의 애잔하고 저릿한 사진들을 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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