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5호 학교이야기
선풍기

김현식 / 포항 대동중학교 교사   yonorang@eduhop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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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이 왔다. 학교 교실엔 선풍기가 돌고 어떤 학교엔 에어컨이 가동된다. 각 층이나 교실마다 배치된 정수기 물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수업을 위해서라면 난 무엇이든 사줄 수 있어’라는 명목으로 컴퓨터와 대형 프로젝션 텔레비전, 빔 프로젝터와 스크린이 들어 왔다. 인기 떨어진 실물화상기와 오버헤드프로젝터(OHP)는 창고에 처박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교무실엔 복사기는 물론 문서 파쇄기, 코팅기도 있다. 식당에는 전자 학생카드를 사용하여 배식 인원을 점검한다. 교사 컴퓨터 모니터도 대형 액정(LCD) 화면으로 바뀌고 있으며, 어떤 곳에선 노트북이 지급된다. 학교 홈페이지를 비롯하여, 학급 홈페이지, 교사 홈페이지가 운영되며, 교내 메신저도 사용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구입비가 내려와서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신청하라고 ‘교육정보부’에서 공지한다. 그 외 각종 교구와 과학 장비, 방송 장비 등을 따져보면 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기자재는 엄청나다. 한마디로 없는 게 없다.

한편으로 보면 학교는 현대화되고 정보 통신 활용 교육이 활성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연 학교는 지금 교육을 위해 충실히 봉사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자. 선풍기를 돌리고 있는 교실은 대개 창문을 닫아 놓고 있다. 창문을 열면 시원해지는데, 창문을 열기보다 선풍기를 돌리므로 오히려 실내 공기는 더 덥다. 에어컨 역시 마찬가지다. 습도가 높아 후덥지근한 날이 아니면 학생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교실에 꼭 필요하지 않을 수 있으며 교무실도 마찬가지다. 하루 종일 틀어놓는 교무실 에어컨 한기 때문에 모시옷이나 삼베옷을 입을 수 없을뿐더러 두꺼운 긴팔 옷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언제부터 수돗물 대신에 정수기 물을 먹고 살았는가? 요즘 수돗물을 먹는 아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정수기물과 생수 아니면 먹지 않도록 오히려 학교에서 수돗물 불신을 조장하고 있지는 않는가? 선풍기와 에어컨이 더위를 쫒기 위해 있는 것인지? 수돗물은 먹기 위해 만든 것인지 헷갈리게 된다.

정부는 교단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교실에 정보통신 장비 기종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보급해왔다. 수업의 효율을 위해서가 아니라, 비싼 장비를 활용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정보 통신 활용(ICT) 교육’을 몇 퍼센트 하라고 지시가 내려온다. 모든 시간 프로젝션 텔레비전에 비춰지는 비슷한 형태의 수업 방식은 아이들이 외면하게 된다.
지금까지 학교에 도입된 교단 선진화와 교육 정보화에 도입된 비용은 수천억 원을 넘어 수조 원에 이를 것이다. 과연 그 돈이 적절하게 사용되었는지 제대로 된 평가와 검증 결과를 찾아보기 어렵다. 중복 투자로 인한 낭비, 불필요한 기자재 도입,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낡은 모델 구매 등의 문제점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적 지식에 기반을 둔 심사와 평가가 우선되어야 하며, 학교 구성원의 민주적 자치 구조에서 의사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느 초등학교 연간 전기 요금이 삼천 팔백 만원이나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학교는 정보기술(IT) 산업계와 전기회사의 매출을 늘려주는 ‘봉’이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를 키우는 곳이다. 교육이라는 근본에 충실했으면 하기를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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