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6호 나와
대추리, 도두리는 끝나지 않았다
황새울 방송국 ‘들소리’의 예지님

남운 / 네트워커   the1tree@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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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역에서 16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 다다르면 대추리 마을 안이다. 광활한 지평선이 보이고 동네 주민들은 평상에 앉아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저녁에 이르면 미군기지 확장 반대 촛불집회로 향한다. 매일 밤 10시, 주민이 뉴스진행자가 되어 하루 소식을 전하는 ‘들소리’ 인터넷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평택 투쟁은 이들만의 문제일까? 대추리 안에 상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예지님을 만나 들소리 방송국과 평택 투쟁에 대해 들어보았다.

마을 주민과 같은 마음이 되었다

남운 (아래‘남’) : 예지님은 들소리 방송 리포터인가요.
예지 (아래‘예’) : 여기(황새울방송국) 사람들은 리포터 겸 촬영, 편집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요.

남 : 방송국 개국과 본 방송은 언제 시작되었나요?
예 : 개국은 6월 19일 날 했어요. 그날 개국 식을 하고 본 방송이 쭉 나갔습니다. 사실 그 전에 예고편이라든가 시험방송을 올리려고 했는데, 조금씩 미뤄졌어요. 들소리 방송한 지는 얼마 전에 한 달을 넘겼습니다.

남 : 이런 투쟁의 장소에서 현장소식을 알리는 또 다른 방송이 있나요?
예 : 글쎄요. 어느 지역인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 곳 주민들은 주체적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거의 몇 년 동안 매일 상영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이런 일을 처음 접해서 자세히는 몰라요.

남 : 방송국 위치나 방송현장은 어디인지요.
예 : 황새울 방송국은 대추리 마을 내부에 있고 방송팀 몇몇은 대추리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광화문 통신’이라는 목요일 방송 꼭지가 있는데, 서울이나 대추리 이외의 기타지역 소식을 전달하는 두 사람이 있죠. 들소리는 다른 지역소식 영상물과 이곳 대추리 소식을 방송하고 있어요.

남 : 출연자 섭외나 스태프진 구성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예 : 출연자 중에 고정 앵커는 몇 분 계세요. 사실 방송 취재가 마을 근처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출연진이 정해져있지는 않아요. 불특정한 사람들이 출연하기도 하는데, 얼마 전에는 평화행진 참가자들이 출연한 적이 있어요. 스태프진은 여섯, 일곱 명 정도로 대추리에 상주하고 있어요. 대부분이 성공회대 학생이죠. 그리고 동소심이라는 미디어 활동가 한 분, 세종대 휴학하신 분이 같이 하고 있어요. 성공회대 사람들은 처음 카메라를 잡고 편집을 한 거예요. 방송제작에 대해 다들 처음 해봐서 잘 몰랐어요. 잘할 줄 아는 사람 따라다니며 배웠는데, 지금은 촬영에서 편집까지 다 하고 있어요.

남 : 방송 출연자들 섭외는 잘 이뤄지나요?
예 : 다들 협조적이에요. 몇 달 전 대추리, 도두리 관련해서 KBS, SBS 등에서 언론보도가 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보도내용이 사실적이라기보다는 단편적인 사안을 가지고 “주민들이 이런 식으로 했다. 전경이 저런 식으로 했다.”라고 호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주민들은 그런 언론 보도에 불만이 많죠. 다른 외부 방송은 싫어하는 편이지만 우리는 대추리, 도두리 지킴이 개념이랄까? 그런 점 때문에 “촬영하겠습니다~”하면 잘 응해주셔요.

오보하는 언론보도가 문제다

남 : 언론 보도가 대추리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요?
예 : 고립감이 가장 커요. 이곳에서의 싸움이나 투쟁이 종결된 것처럼 느끼게 해요. 특히 이곳 주민들이 대추리를 모두 떠난 것처럼 생각하게 하고 외부 사람들이 방문하고자 할 때 무언의 무력감을 느끼게 하죠. 이에 대해 대추리 주민들은 자신들의 싸움은 끝이 난 것도 아니며, 뜻이 맞는 사람들을 차단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 불만이 매우 많아요. 저번에 초등학생들이 버스를 전세내서 방문했던 적이 있었어요. 마침 범대위 등의 행사 일정이 겹치면서 검문을 강하게 했는데, 처음 방문자들이 느끼기에는 평소에도 이런가 보다 생각하게 되죠....그리고 언론에서 외부인이 대추리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보도해요. 고립감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죠.

남 : 가장 문제가 됐던 보도가 있었다면...
예 : 7월 8일 촛불행사를 평택 역에서 했었어요. 농활 팀과 주민들이 그 행사를 마치고 다시 마을로 들어가는데 심하게 막더군요. 노인 분들이 노상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었어요. 상황이 지속되자 김춘석 부단장(국무조정실)이 대화로 해결한다며 방문했었죠. 그런데 마을 안까지 경찰력을 동원해서 부단장이 몰고 온 차를 둘러싸며 보호했죠. 그때 카메라를 뺏기기도 하고 몇몇은 다치기도 했는데 그날 밤에 그 장면을 촬영한 필름을 KBS에서 빌려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빌려주기 전에 전후 상황이라든가 맥락을 분명히 밝혀달라고 했지만, 아홉시 뉴스에 "주민들로 인해 부단장이 억류당하다."라고 방송됐어요. 이에 항의하자 정정 보도를 다음날 아침뉴스에 잠시 내더군요. 이런 식의 오보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아요.

남 : 대추리, 도두리 주민의 방송 출현은 활동가들의 설득 때문인가요, 아니면 자발적인 동의를 가진 참여인지...
예 : 앵커 같은 경우는 방송실에 오셔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섭외하러 다녀요. 요청해서 괜찮다 하시는 분이 앵커를 맡으세요. 그리고 보통 영상물은 주민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세요. 대부분 짜여진 것이 아니라 주민들 생각에서 나오기 때문에 자발적인 동의라고 생각해요.
남 : 미국기지 확장 반대에 ‘들소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예 : ‘들소리’가 처음 만들어진 계기는 성공회대 학생들이 이곳에서 농활을 하다가 뭔가 하고 싶다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보았던 것들과 달리, 언론의 보도는 매우 왜곡되고 선정적이었죠. 이곳은 농사를 짓고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이에요. 어려움과 고통을 받고 있지만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죠. (주민들은 4-50년 이상 사시고 4대째 사시는 분들도 계시다.) 5월 4일(행정대집행. 대추 분교철거, 철조망이 설치된) 이후에 언론의 보도가 상당히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그날 이후 대추리 사안이 끝난 것 마냥 보도가 되었죠. 우리는 들소리 방송을 통해서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진실을 지속적으로 알리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지 않을까

남 : ‘들소리’ 방송의 주 시청자가 있다면요?
예 : 글쎄... 일단 참세상과 미군기지 확장 반대 범국민 대책위원회에 배너가 걸려있기 때문에, 이 두 사이트를 방문하는 분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남 : 들소리 방송이 평택 투쟁에의 참여를 넓히는 계기가 되고 있나요?
예 : 방송을 보면 제작팀과 주민들이 긴밀하다고 느낄 텐데요, 예를 들어 지킴이를 모집한다거나, 평택 쌀을 판매하는 등의 광고를 보냈었어요. 아마도 이곳의 생생한 영상물을 보고 나면 사람들이 자극을 받지 않을까요.

남 : 기술 장비를 마련하는 것은 어땠나요?
예 : 처음에는 대책위에서 지원을 받았고, 지금은 RTV(시민방송)와 마산MBC에서 영상물 사용료를 지급받고 있어요. 우리 영상물이 그곳을 통해 매주 방영되고 있죠. 장비는 컴퓨터 한 대를 구입했고, 카메라는 빌리거나 개인이 사용하는 것들이에요. 데크(편집장비)가 따로 없어서 영상 캡처를 받으면서 어렵게 작업하고 있어요. 고가의 장비들은 빚을 내서 구입한 후에 갚아가고 있죠. 그리고 상주하고 생활하는 모든 것은 마을에서 지원하고 있는 셈이에요. 숙소, 반찬, 쌀 등...

남 : 방송꼭지가 일별로 다른데요, 준비하는데 힘든 점은 없나요?
예 : 촬영한 뒤 각자가 편집하는 시스템으로 하고 있어요. 뉴스가 없을 때나 일을 마치면 동네 어귀에서 노닥거리거나 자기 시간을 갖기도 해요. 일요일은 방송이 없고, 주말에 주중 꼭지를 녹화해놓기도 해요. 상주하고는 있지만 가끔 개인 일정이 있는 사람이 밖에 나가면 일할 사람이 부족한 경우도 생기죠.

남 : 현재 일반사람이 대추리, 도두리를 방문하기가 어떤가요?
예 : 방송이나 매체를 통해 전해지기를 5월 4일 이후 검문이 심해졌고, 군사보호 시설이라고 해서 대추리에 들어올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범대위같은 큰 집회가 없을 때는 16번 버스로 별 어려움 없이 통행할 수 있어요. 검문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남 : 대추리에 상주하면서까지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예 : 사회운동은 개념 정도 알고 있었고 큰 관심이 없었어요. 대추리 안에 들어와 보니 사안에 대해 보다 가까이 접할 수 있었죠. 현재는 사회운동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그렇다고 이곳에서의 활동이 사회운동을 하고 있다고 보진 않아요. 개인적으로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것, 자신의 고향에 살고 싶다는 의지를 공권력이나 무력으로 무너뜨리는 짓에 반대하는 것이고, 이 점이 가장 안타까웠고 함께 하고 싶었어요.

남 : 보통사람들의 참여는 어떠한가요?
예 : 범국민대회 같은 경우도 기동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나 대다수 사람이 평택 문제에 무력적인 방법으로 동원하는 과정이 잘못되었다고 보는 것 같아요. 이곳의 진실을 지속적으로 알리면 더 많은 사람이 모이게 되고 작은 참여가 점점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남 : 학생인데 언제까지 상주할 계획이신지?
예 : 방학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대부분 학교로 돌아가게 될 것 같아요. 상주는 어렵겠지만 주말을 이용해서 계속 활동하고 싶어요. 지킴이 모집을 더 해야겠죠.

남 : 많은 참여가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예 : 어떤 형식으로든 이곳 대추리, 도두리와 더 많은 사람이 가까워지고, 진실을 알고 한 걸음 한 걸음 진전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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