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호 기획 [벅스 뮤직]
디지털 음악을 둘러싼 전쟁, 유료화가 해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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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9일, 63빌딩 2층 이벤트홀에서는 이문세, 김종서, 박진영, 신화, 베이비복스, GOD 등 국내 유명가수들과 음반 기획·제작사 관계자들 100 여명이 모여 기자 회견을 진행하였다. 가수 이문세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 기자회견은 음반산업협회, 연예제작자협회, 음원제작자협회 등이 공동 주최한 것으로, 이들의 주장은 사전승인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자신의 음악을 사용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인한 디지털 음악 이용의 확대와 계속 심화되고 있는 오프라인 음반시장의 침체로 인해서, 음반사와 이용자,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간의 긴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소리바다'와 같이 P2P 기술을 이용한 MP3 음악파일 공유 서비스가 아니라, '벅스뮤직'(http://www.bugsmusic.co.kr)과 같은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로 전쟁터가 바뀌었다는 것뿐.
기자 회견이 열리기 며칠 전인 2003년 6월 27일, 성남 수원지방법원은 월드뮤직 등 5개 음반사가 '벅스뮤직'을 상대로 신청한 '음반복제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정하였다. 즉, '벅스뮤직'은 이들 음반사가 권리를 가지고 있는 음반에 대해 서비스를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판결에 힘입어 음원제작자협회 및 소니코리아·EMI코리워너뮤직코리아·SM엔터테인먼트·YBM서울음반 등 대형 음반사들 역시 벅스뮤직에 대한 추가적인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였다. 지난 7월 8일에는 서울지검 컴퓨터 수사부에서 벅스뮤직 대표 박성훈씨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두 차례에 걸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법원에 의해 기각되었고, 결국 검찰은 지난 7월 18일 벅스뮤직·MAXMP3·푸키의 법인과 대표에 대해 불구속 기소하였다.
그렇다면, 벅스뮤직이 이와 같이 음반제작사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벅스뮤직은 약 1400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스트리밍(streaming) 음악 서비스 업체이다.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는 쉽게 말해서 인터넷 상의 음악 듣기 서비스이다. '소리바다'에서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MP3 음악 파일의 교환이 이루어져 파일을 받는 이용자의 하드디스크에 음악 파일이 남아있는 반면, 벅스뮤직이 서비스하는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의 경우는 이용자가 음악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을 뿐 이용자의 하드디스크에 음악 파일이 남는 것은 아니다. MP3 파일은 길을 가면서 MP3 플레이어로도 들을 수 있고, 별도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CD로 구워 보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도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그냥 컴퓨터 상에서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점차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추세이다.

음반사들의 주장은 벅스뮤직이 음원에 대한 사용 승인을 받지 않고, 불법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벅스뮤직은 자신들은 합법적으로 음악 서비스를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와 계약을 맺고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합법적인 음악 서비스를 위해서는 작곡, 작사자 등 창작자들의 저작권, 가수 등 실연자의 저작인접권, 음반제작자의 저작인접권 등의 권리에 대해 계약을 맺어야 한다. 벅스뮤직의 경우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음반제작자의 저작인접권인 복제권에 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벅스뮤직은 사용 승인을 받고 사용료를 지급할 의향이 있다고 하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사용료 기준과 사업 모델에 대한 인식의 차이
음반제작사와 벅스뮤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큰 원인 중 하나는 '사용료 액수' 문제이다. 문화관광부에 의해 음반제작사의 저작인접권 신탁관리단체로 승인받은 음원제작자협회(이하 음제협)는 지난 3월 17일 문화관광부가 승인한 '사용료 기준안'에 의해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안에 따르면,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월정 500원 X 가입자수 X 관리비율 혹은 매출액의 20% X 관리비율' 중 많은 금액으로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되어있다. (여기서 관리비율이란, 서비스되는 음악 중 협회에서 관리하고 있는 음원의 비율을 의미한다.) 이때 월정 500원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적정 회비를 2,000원 선으로, 이 중 음반제작자의 몫을 25%로 설정하여 산출된 것이다. 하지만, 벅스뮤직은 사용료가 지나치게 높게 산정된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벅스뮤직은 현재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에 대해 이용료나 월회비를 받고 있지 않으며, 다만 광고 수입과 다른 유료 컨텐츠를 통해 연 매출 약 1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문화관광부의 사용료 기준안에 의하면, 벅스뮤직은 연 840억원(500원 X 1400만명 X 12개월 = 840 억원)을 지급해야하는데, 이 액수는 벅스뮤직이 현재로서는 감당하기 불가능한 액수이다.

문광부,당사자 협의 거쳤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용료 기준안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일까? 문화관광부 저작권과 임원선 과장에 의하면, 위 사용료 기준안은 음제협이 마련한 사용료 징수 규정을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에 심의를 거쳐, 문화관광부에서 승인한 것이라고 한다. 심의 과정에서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관련 권리자 단체는 물론 한국인터넷방송협회 및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 등이 참석한 연석회의를 개최하였고, 서면 의견도 제출받았다고 한다. 또한, 문광부는 설문조사를 통해 이용자인 네티즌의 입장도 반영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정부에서 일정정도 개입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독점적 권리인 저작권의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고, 저작물을 이용한 서비스 사업자와 일반 이용자의 입장을 반영하여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문광부는 사용료 기준안 입안 과정에 벅스 뮤직 역시 참여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벅스뮤직은 이 기준안에 대해 여전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먼저 사용료 부과 기준의 문제이다.

문광부, 가입자 기준의 사용료
벅스뮤직, 복제된 음원 수 기준의 사용료
문화관광부는 애초에 음제협은 '이용횟수를 기준으로 한 종량제'로 신청을 했으나, 음악이용의 위축 등 여러 문제가 예상되어 가입자수 기준으로 변경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는 광고매출에 대해 요금을 부과하는 닷컴 모델과 이용횟수를 기준으로 하는 유료화의 중간 단계로서, 유료화에 대한 이용자의 수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사업모델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매출액 대비 기준도 병행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벅스뮤직은 사용료가 복제된 음원의 수를 기준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A, B 두 회사가 똑같이 10만곡을 서비스하고 있고, A회사가 회원수 1000명에 연매출액 1억원이고, B회사가 회원수 1만명에 연매출액 10억원이라고 했을 때, A, B회사가 지불해야할 사용료가 달라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회원수와 매출액의 차이는 A, B회사의 영업 능력이 차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광부는 보상을 받는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권리자들의 몫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두 번째 쟁점은 다른 사용료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사용료율이 높다는 것이다. 벅스뮤직은 2002년도에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저작권료로 약 5000만원(광고수입의 0.96%)을,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에 실연권료로 약 2000만원(광고수입의 0.41%)을 지급했다고 한다. 또한, 연 매출 1조 2천억원 이상인 한국방송공사의 연간 음원사용료는 약 2억 7천만원으로 매출액의 0.0225%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문화관광부의 반론은 다음과 같다. 방송에 대한 저작권자와 저작인접권자의 권리의 성격차이, 그리고 방송과 전송이라는 성격의 차이를 인식해야 하며, 우리나라에 특유한 저작권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즉, 방송에 대해 저작권자는 사전적인 허락권으로서의 방송권을, 저작인접권자는 상업용 음반의 방송사용에 대한 보상청구권을 갖는다. 반면, 전송에 대해서는 모두 배타적인 허락권을 부여한다. 그런데, 벅스뮤직의 서비스는 명백히 '전송'이다. 또한, 방송의 경우, 방송이 지니는 홍보효과라는 특성상 음악 자체를 판매하는 유료화 모델보다는 사업자에게 매출액을 기준으로 사용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전송은 이용자들이 얻는 가치가 홍보효과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방송과 같은 사용료 기준을 적용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자와 실연자들이 벅스뮤직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방송과 유사한 모델을 인정한 것은 음반에 대한 저작권료 징수방식 문제에 기인한다. 즉, 저작권자들은 음반을 제작할 당시에 일정액을 저작권료로 받아왔고, 이것이 음반의 판매량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음반제작자와 달리 스트리밍 서비스에 첨예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유이다. 하지만, 신보음반에 대한 인세제가 시행된 2003년 6월부터는 상황이 달라져, 저작권자도 음반제작자와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현재로서는 음악저작권자 및 실연자의 사용료 기준이 각각 매출액의 최대 5%로 되어 있어서 음반제작자에 비해 상당히 낮지만, 인세제의 적용을 받는 음반의 비율이 높아지면 분배율을 일정부분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벅스뮤직은 당장 유료화해라!
요약하자면, 벅스뮤직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방송'이 아닌 '전송'이므로 방송에서의 사용료 모델이 적용될 수 없으며, 저작권자와 음반제작자의 사용료가 불균형한 것은 국내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재로서는 문제가 있지만,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벅스뮤직측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휘발성인 음악듣기 서비스'에 불과하며, 오프라인 음반에 대한 온라인 홍보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방송'과 유사하다고 인식하고 있어 서비스의 성격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용료 기준안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사업 모델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이어진다. 벅스뮤직의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사용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항변에 대해, 음반제작사들은 '그러니까, 서비스를 유료화해라'라고 맞서고 있다. 즉, 벅스뮤직이 자신들의 음원을 무단 사용하여 일정한 수익을 올리고 있으면서도, 정작 서비스되고 있는 음악에 걸맞는 시장 규모는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관광부 역시 유료화 모델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벅스뮤직은 어떠한 사업모델을 취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벅스뮤직이 판단할 문제이며, 현재는 유료화를 할 시점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만일 유료화를 단행한다면, 이용자들은 소리바다 등 P2P음악 파일 공유 프로그램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프리챌(http://www.freechal.com)이 유료화를 시도했다가 되돌린 경험이 있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이미 유료화한 다른 스트리밍 업체들의 경우, 이용자의 급격한 감소를 감내해야 하였다. 하지만, 어떠한 사업모델을 채택할 것인가하는 것이 결국은 해당 사업자의 몫이라고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사용료 기준안이 강행된다면 유료화 모델 외에는 별다른 해법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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