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6호 http://
정부는 정녕 빅브라더가 되려하는가

오병일 / 네트워커 편집장   antiropy@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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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오웰의 소설 <1984> 에서 빅브라더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모니터를 통해 인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할 수 있는 절대 권력으로 묘사된다. 소설이 쓰여질 때만 해도 '눈에 보이는' 독재자는 있었을망정 , 빅브라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대 정보사회에서 거대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의 관리자들이 빅브라더로 묘사되곤 한다. (일부에서는 감시의 눈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산재해있다는 의미로 '리틀 시스터즈'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특히 고도의 전자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들은 빅브라더에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 정부도 전자정부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번 표지이야기에서 다룬 <통합형사사법정보관리체계>도 그 일환이다. 이와 함께 서로 다른 기관 사이에 구축된 개인정보의 공동 활용을 촉진하고 있다.

물론 현재의 정부는 과거 독재 정권과 다를지 모른다. 민중들이 그렇게 민주화를 이루었다. (아직 많이 미흡할지라도) 공무원과 관료들의 의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은 날이 갈수록 커져간다. 과거의 독재자들이 가지고 있던 것보다, 훨씬 잘 국민들을 통제할 수 있는 도구들, 즉 슈퍼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와 네트워크를 현재의 정부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국민을 통제하려는 ‘나쁜 의도’를 항상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좋은 의도였든, 오해나 이데올로기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든 상관없이, 정부는 자신의 의지를 국민들에게 더 잘 관철시킬 수 있는 수단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에게 아직 더 많은 민주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최근 국무회의는 검찰이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당정협의를 통해 강제적인 인터넷 실명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민주화는 정부가 아니라 민중 스스로가 이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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