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7호(200609) 여기는
롱테일 법칙과 호들갑

이강룡 / 웹칼럼니스트  
조회수: 4761 / 추천: 63

긴 꼬리(롱테일, 이하 롱테일) 법칙이란 말이 인터넷을 떠돌았다. 롱테일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아거님(http://gatorlog.com) 블로그에 실린 글 “블로거는 긴꼬리를 남긴다”(2005년 2월 13일 씀) 일부를 발췌 인용한다.

블로거는긴꼬리를남긴다


“파레토 법칙에 의한 경영이 귀족 마케팅이라면, 지금 현재 Chris Anderson이 주창하는 이른바 긴꼬리 마케팅(롱테일 Marketing)은 파레토 법칙의 근본 가정을 역으로 생각하는 발상이다. 다시 말해 시장에서 히트하는 20%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이는 독특한 분야의 수요를 창출하는 기나긴 행렬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나긴 꼬리, 기나긴 행렬....그렇다... 파레토 법칙하의 시장에서는 성공한 20%의 음반은 음반매장이나 유통업체 진열대의 맨 위를 장식하지만 나머지는 창고에 처박혀 햇빛을 보지 못했다. 즉 20%가 음반사와 음반 유통 업체에 80% 수익을 가져다 준 것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 베스트 셀러에 든 전체 20%의 책이 전체 출판업계의 등불이었다. 하지만 Chris Anderson은 인터넷 시대에 성공한 기업들은 모두 파레토 법칙에서 "사소한 다수 (trivial many)"로 간주되던 80%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긴꼬리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이것이다.”

thelongtail

롱테일 법칙은 정말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가? 아거님 블로그에 롱테일에 관한 또 다른 글, “과연 롱테일이 웹을 흔드는가?”(2006년 7월 26일)가 실렸다.


롱테일이라는 책을 아직 들여다보지 않았는데, 사실 읽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그 내용과 함의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내가 이 두 개의 글을 읽으면 모든 게 끝난다고 이 책의 아이디어를 평가절하 했는데, 이는 그동안 크리스 앤더슨의 블로그를 관찰한 경험에서 나온다. 사실 크리스 앤더슨이 (누군가로부터) 차용한 아이디어가 인기를 모은 이유는 두 가지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가 아주 “섹시한 예”를 들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지배적 패러다임에 저항하는 패러다임을 내놓았고 이게 (블로그 시대를 맞아) 시류를 잘 탔기 때문이다. (…) 그런데 Who Controls the Internet?이라는 책의 공저자인 TIm Wu는 최근 슬레이트지에 기고한 글 [긴꼬리 이론의 긴꼬리 (또는 머리)]에서 롱테일 책의 부제부터 상당히 잘못되었거나 최소한 과장되었다고 비판한다. 그 다음 이어지는 비판은 정말 촌철살인이다. (…) 망치만 들고 있으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고, 넷플릭스, 이베이, 아마존, 구글을 들먹이며 재미를 봤던 크리스 앤더슨은 밑천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뭐든지 눈에 걸리기만 하면 롱테일을 뒤집어씌우기 시작했다.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신제품인 양 포장과 광고만 바꾸어 출시하는 것은, 아주 고전적인 마케팅 수법 가운데 하나다. 마케팅 이론에 활용되는 각종 법칙들이 모두 다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지만, 그 중 상당수는 내용은 없고 그저 껍데기만 존재한다. 파레토 법칙은 흔히 80 : 20 법칙이라고 불리는데, 2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전체 중 80%를 구매하거나 소유하기 때문에 구매력이 높은 이 20%에 초점을 맞추어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은 롱테일에 관한 주장을 반겼고 또 열광했다. ‘사소한 다수’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한껏 고무되었다. <<롱테일 법칙>>이라는 책도 나왔고 롱테일 이론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그것이 함정이었다. 롱테일 법칙은 없었다. 오히려 터무니없는 주장이었다. marishin님(http://blog.jinbo.net/marishin)은 롱테일 법칙을 비판하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누군가 '섹시한' 주장을 펴면 무조건 흉내내는 게 첨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진짜 문제다. 아메리카에서 이런 짓이 벌어지건 말건 신경 쓸 생각 없다. 다만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라도 좀 제대로 따져보고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수용을 하든 말든 했으면 좋겠다.”

바보가주장하는롱테일이론

한동안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는 책 중에 블루오션 어쩌구 하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주장은 한 마디로,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에 머무르지 말고, 경쟁이 없는 시장을 찾아내 독점적 지위에 오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사서 보았으나 정작 블루 오션을 찾아낸 것은 많은 인세를 받아 챙긴 그 책의 저자들뿐이었다. 이른바 경제경영 서적 또는 처세술 책은 늘 뻔한 이야기, 또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포장과 제목만 요란하게 바꾸어 시장에 내놓는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출판 시장에서 제법 많이 팔린 경제경영 서적 몇 권을 서점에서 읽어보았다. 그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해 보면 이렇다.


<<블루오션전략>>, 경쟁 없는 독점 영역을 찾아내라.
<<보랏빛 소가 온다>>, 리마커블한(두드러지는) 것을 발견하라.
<<페페로니 전략>>, 당신 안의 매운 맛을 찾아내라.
<<블링크>>, 몇 초안에 고객을 사로잡아라.
<<티핑 포인트>>, 사소한 아이디어를 놓치지 말라.


앞으로 이런 책은 끈질기게 출간될 것이며, 그러면 뭔가 또 새로운 것이 나왔을 것이라는 기대로 책을 사 보는 독자들도 꾸준히 있을 것이다. 독자는 경쟁 사회에서 남들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간단명료한 해답을 원하고, 출판시장은 그러한 독자의 심리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남들보다 한 발짝 앞서가려고 하는 욕구는 인터넷에서도 여러 모습으로 표출된다. 롱테일에 대한 열광 또한 그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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