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7호(200609) 레니의'떼끼'
버퍼링을 미워하지 마세요 : 스트리밍 기술

레니 / 진보네트워크센터 기술국 자원활동가   renegade@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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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하나로텔레콤이 TV포털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한바탕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제까지 인터넷망 서비스를 하던 하나로텔레콤이 가지고 있던 인프라를 이용하여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시작하려 하자, 기존의 방송 사업자인 케이블TV방송협회에서 반발하고 나선 것이죠. 이는 기본적으로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의 대결 구도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의 대리전이기로 합니다.

전파나 케이블로 콘텐츠를 전달하던 방송과 유무선망으로 정보를 주고받던 통신은 지금 와서 거의 구분이 무의미해졌습니다. 케이블TV망을 통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고 인터넷으로 TV를 생방송으로 볼 수 있습니다. 통신과 방송이 융합(컨버전스)을 이루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반은 이미 충분히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죠. 이런 융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아이피티브이(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방송 콘텐츠를 제공받는 서비스, 아래 IPTV)입니다. 전파나 케이블TV망이 아니라 인터넷망과 디지털TV를 이용하여 방송을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벌써 실시되려 하고 있습니다. IPTV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해주기만 했던 기존 방송과 달리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고,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여러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입니다. 현재 이미 기술적인 기반은 충분한 상태이고 법제도를 정비하는 단계로 가고 있는 상황이죠.

웹에서도 동영상 기술이 중요하게 된 지 오래입니다. 유튜브(YouTube)가 새로운 트렌드도 부상했고, 검색 포털들은 동영상 검색에 승부를 걸고 있으며, 동영상 플레이어에는 웹TV를 볼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와서 약간 뒷북치는 감이 없진 않지만) 웹에서 동영상 재생에 있어 빠질 수 없는 기술이 바로 스트리밍입니다.


2400bps 모뎀을 사용하던 초창기 웹에는 이미지를 올리는 것만 해도 큰 고역이었습니다. 페이지에 이미지를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페이지를 읽을 때에도 이미지는 큰 걸림돌이었죠. 그래서 초기 웹페이지는 텍스트 중심의 단조로운 구성을 취하게 됩니다. (미국이나 일부 유럽의 페이지들은 지금도 이미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곳이 많죠.) 물론 지금은 전용선으로 대규모의 패킷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미지뿐만 아니라 플래시까지 페이지에 덕지덕지 붙여도 뭐라고 할 사람이 많지는 않죠. (물론 이런 페이지 구성은 정보 접근성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살림살이가 많이 나아졌어도 동영상은 부담스러운 존재입니다. 기껏해야 몇 백KB 밖에 안 되는 이미지에 비해, 동영상은 툭하면 몇 백MB를 넘기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동영상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열 수가 없습니다. 보통 웹페이지를 브라우저로 열게 되면 페이지에 속해 있는 모든 파일들을 다운받은 후에야 페이지를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다운받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예측할 수 없는 동영상을 다 받기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이죠. 스트리밍 기술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제약에 의해 출현하게 되었습니다.

웹에서 동영상을 열게 되면 동영상 플레이어는 다음 두 가지 중의 하나를 하게 됩니다. "다운로드" 또는 "버퍼링"이죠. 만약 동영상이 스트리밍 방식으로 올라가 있지 않다면 "다운로드"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당연히 다운로드가 다 끝나야만 동영상을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엔 기술이 좋아져서 다운로드 중에도 받은 부분까지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되었죠. 즉 다운로드 하면서 동영상을 틀어주는 것인데, 만약 동영상의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프로그레시브바가 끝까지 차지 않았는데 동영상이 플레이되고, 영상이 나오는 중에 프로그레시브바가 끝까지 계속 올라가고 있다면, 이건 다운로드하면서 동영상을 재생해 주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물론 다운로드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플레이가 끝났을 때 사용자 컴퓨터 어딘가에 그 동영상 파일이 남아있게 됩니다. 만약 사용자가 같은 동영상을 다시 볼 때 이 파일이 캐시로 남아있다면 다운로드 없이 빠른 속도로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만약 동영상을 열었을 때 "버퍼링"을 한다면, 이 동영상은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스트리밍은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조금씩 흘려보내 주는 것으로서 플레이어에서는 그때 그때마다 들어오는 데이터를 그대로 보여주는 셈입니다. 마치 TV에서 어디선가 날아오는 전파를 받아 바로 보여주듯이 말이죠. 하지만 인터넷망의 상태에 따라 언제나 일정한 속도로 동영상 데이터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영상이 끊기거나 지연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래서 동영상 플레이어는 그런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얼마간의 데이터를 미리 받아놓고 상태가 좋지 않으면 미리 받아놓은 영상을 보여주어 끊기는 현상을 최대한 방지하려 합니다. 바로 이것을 "버퍼링"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보통 망이 불안정해서 동영상이 자주 끊길 때 이 버퍼링이 많이 나오는데요, 버퍼링을 하기 때문에 나쁜 환경에서도 그나마 재생이 되는 것입니다.) 스트리밍 방식으로 재생되는 동영상은 받은 데이터를 보여주고 그것으로 땡입니다. 따라서 다운로드 방식처럼 파일이 어딘가에 남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만약 동영상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면 똑같이 버퍼링부터 하고 똑같은 데이터를 다시 받아 봐야 합니다. 별도의 복사본이 남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료 콘텐츠 등은 스트리밍 방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IPTV가 정식으로 서비스된다면 VOD 서비스와는 달리 TV처럼 실시간 방송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러한 스트리밍 기술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많은 데이터를 빠른 시간에 보내고 받는 기술이 보다 중요해지겠죠. 기술의 진보는 누구나 보다 쉽게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갖가지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방송을 쉽게 하지 못하도록 막겠죠. 마치 FM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IPTV 시대에도 해적 방송이 다시 출현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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